관자 13 팔관(八觀)
한 나라의 형편을 여덟 가지 관찰(八觀)로 진단하는 방법을 논한 편이다. 성곽과 마을의 방비를 보는 것을 머리로, 들의 경작(飢飽)·산택과 상마(貧富)·궁실과 거마(侈儉)·국비(實虛)·풍속(治亂)·조정 신하(彊弱)·법령 시행(行不行)·적국과 민산(存亡)을 차례로 살펴, 그 나라가 굶주리는지 배부른지, 가난한지 부유한지, 강한지 약한지를 알 수 있음을 설명한다.
핵심 구절 — 원문과 번역
行其田野,視其耕芸,計其農事,而飢飽之國可知也。
(밭과 들을 다니며 경작을 보고 농사를 헤아리면 굶주리는 나라인지 배부른 나라인지 알 수 있다.)
審度量,節衣服,儉財用,禁侈泰,爲國之急也。
(도량을 살피고 의복을 절제하며 재용을 검소히 하고 사치를 금함이 나라의 급함이다.)
以此八者觀人主之國,而人主毋所匿其情矣。
(이 여덟으로 임금의 나라를 보면 임금이 그 실정을 숨길 곳이 없다.)
번역
큰 성은 온전하지 않을 수 없고, 외곽은 밖으로 통하게 해서는 안 되며, 마을 구역은 가로로 통하게 해서는 안 되고, 마을 문은 닫지 않을 수 없으며, 궁의 담과 빗장은 닦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큰 성이 온전하지 못하면 난적이 도모하고, 외곽이 밖으로 통하면 간사히 넘는 자가 일어나며, 마을 구역이 가로로 통하면 빼앗고 훔치는 자가 그치지 않고, 마을 문에 닫힘이 없어 안팎이 통하면 남녀에 분별이 없으며, 궁의 담이 갖추어지지 않고 빗장이 굳지 않으면 비록 좋은 재화가 있어도 지킬 수 없다. 그러므로 밝은 임금이 윗자리에 있으면 형벌이 줄고 벌이 적으니, 벌할 만한데 벌하지 않고 죄줄 만한데 죄주지 않음이 아니라, 그 문을 닫고 그 길을 막고 그 자취를 가려 백성이 음란하고 그른 데에 닿을 길이 없게 함이다.
그 밭과 들을 다니며 그 경작을 보고 그 농사를 헤아리면 굶주리는 나라인지 배부른 나라인지 알 수 있다. 갈이가 깊지 않고 김매기가 삼가지 않으며 땅의 마땅함을 다하지 못하고 묵정밭이 많으면, 비록 수해와 가뭄이 없어도 굶주리는 나라의 들이다.
그 산택을 다니며 그 뽕과 삼을 보고 그 육축의 생산을 헤아리면 가난한 나라인지 부유한 나라인지 알 수 있다. 산택이 넓으면 초목이 많기 쉽고, 땅이 비옥하면 뽕과 삼이 자라기 쉬우며, 풀이 무성하면 육축이 번성하기 쉽다. 산택이 넓어도 초목을 금함이 없고, 땅이 비옥해도 뽕과 삼을 자주 심지 않으며, 풀이 많아도 육축에 징세가 있으면 재화의 문을 닫음이다. 그러므로 때맞은 재화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금옥이 많아도 가난한 나라라 한다.
나라와 읍에 들어가 궁실을 보고 거마와 의복을 보면 사치한 나라인지 검소한 나라인지 알 수 있다. 나라의 성은 큰데 밭과 들이 좁으면 그 들이 백성을 기르기에 부족하고, 성 구역은 큰데 사람이 적으면 그 백성이 성을 지키기에 부족하다. 임금이 쌓음 없이 궁실만 아름답고, 백성이 쌓음 없이 의복만 닦으며, 수레 탄 자가 보이기를 꾸미고 걷는 자가 무늬를 섞으면, 본바탕(本資)이 적고 말단의 쓰임(末用)이 많음이니 사치한 나라의 풍속이다. 나라가 사치하면 쓰임이 허비되고, 허비되면 백성이 가난하며, 가난하면 간사한 지혜가 생기고, 간사한 지혜가 생기면 사악한 솜씨가 일어난다. 그러므로 도량을 살피고 의복을 절제하며 재용을 검소히 하고 사치를 금함이 나라의 급함이다.
흉년과 기근을 헤아리고 부역을 셈하며 누대를 보고 국비를 헤아리면 실한 나라인지 허한 나라인지 알 수 있다. 들이 다 개간되었는데 백성에게 쌓음이 없으면 나라 땅이 작고 먹는 땅이 얕음이요, 밭이 반쯤 개간되었는데 백성에게 남는 먹을 것이 있으면 나라 땅이 크고 먹는 땅이 넓음이다. 그러므로 곡식이 삼백 리를 가면 나라에 한 해 비축이 없고, 사백 리를 가면 두 해 비축이 없으며, 오백 리를 가면 무리에 굶주린 빛이 있다. 산림이 가깝고 초목이 아름다워도 궁실에 반드시 법도가 있고 금함과 풂에 반드시 때가 있어야 함은, 큰 나무는 홀로 베지 못하고 홀로 들지 못하며 홀로 옮기지 못하기 때문이다.
주리(州里)에 들어가 풍속을 보고 백성이 그 윗사람에게 교화되는 바를 들으면 다스려지는 나라인지 어지러운 나라인지 알 수 있다. 주리가 막히지 않고 마을 문이 설치되지 않으며 출입에 때가 없고 이르고 늦음을 금하지 않으면, 빼앗고 훔치고 치고 해치는 백성을 스스로 이길 수 없다. 그러므로 혼례를 삼가지 않으면 백성이 염치를 닦지 않고, 어진 이를 향(鄕)에서 천거하지 않으면 선비가 행실에 미치지 못하며, 재화가 나라에 행해지면 법령이 관청에서 무너지고, 청탁이 위에서 통하면 붕당이 아래에서 이루어진다.
조정에 들어가 좌우를 보고 본조(本朝)의 신하를 살펴 위아래가 귀히 여기고 천히 여기는 바를 논하면 강한 나라인지 약한 나라인지 알 수 있다. 공이 많음을 위로 삼고 녹과 상을 아래로 삼으면 공로 쌓은 신하가 힘을 다하지 않고, 다스림의 행함을 위로 삼고 작위를 아래로 삼으면 호걸과 재신(材臣)이 능력을 다하지 않으며, 측근이 공로를 논하지 않고 작록을 가지면 백성이 윗사람을 원망하여 작록을 천히 여기고, 금옥과 재화로 상인이 논해지지 않고 작록에 있으면 윗사람의 명령이 가벼워지고 법제가 무너진다.
법을 두고 명령을 내어 무리에 임하여 백성을 부릴 때, 그 위엄과 너그러움이 백성에게 행해지는지 아닌지를 헤아릴 수 있다. 법이 헛되이 서고 명령이 한 번 펴졌는데 듣지 않는 자가 있으면, 무리가 반드시 명령을 가벼이 여겨 윗자리가 위태롭다. 그러므로 좋은 밭이 전사(戰士)에게 가지 않으면 삼 년에 군대가 약해지고, 상벌이 미덥지 않으면 오 년에 깨지며, 윗사람이 관작을 팔면 십 년에 망하고, 인륜을 등져 금수처럼 행하면 십 년에 멸한다.
적국의 동맹을 헤아리고 윗사람의 뜻을 헤아리며 나라의 근본을 살피고 백성 생산의 남고 모자람을 보면 보존되는 나라인지 망하는 나라인지 알 수 있다. 적국은 강한데 동맹국은 약하고, 간하는 신하는 죽고 아첨하는 신하는 높으며, 사사로운 정이 행해지고 공법이 무너지면, 동맹국이 그 친함을 믿지 못하고 적국이 그 강함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호걸이 그 자리에 편안하지 못하다. 그러므로 이 여덟으로 임금의 나라를 보면 임금이 그 실정을 숨길 곳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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