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자 15 중령(重令)

관자(管子) · 제 관중 전 · 번역·감수 허유

명령(令)을 무겁게 함이 나라의 으뜸가는 기물임을 논한 편이다. 명령이 무거우면 임금이 존엄하고 나라가 편안하며, 가벼우면 임금이 비천하고 나라가 위태로움을 밝힌다. 명령을 어긴 자를 죽이는 다섯 사형(五死), 조정의 경신(經臣)·나라의 경속(經俗)·백성의 경산(經産), 그리고 선왕이 다스리는 세 기물(三器)과 그것을 무너뜨리는 여섯 공격(六攻)을 논한다.

핵심 구절 — 원문과 번역

凡君國之重器,莫重於令。

(무릇 나라를 다스리는 중기 중에 명령보다 무거운 것이 없다.)

虧令者死,益令者死,不行令者死,留令者死,不從令者死。五者死而無赦。

(명령을 어긴 자, 더한 자, 행하지 않은 자, 머무르게 한 자, 따르지 않은 자는 죽이니, 다섯은 죽여서 용서하지 않는다.)

三器者……號令也,斧鉞也,祿賞也。六攻者……親也,貴也,貨也,色也,巧佞也,玩好也。

(세 기물은 호령·부월·녹상이요, 여섯 공격은 친·귀·화·색·교녕·완호다.)

번역

무릇 나라를 다스리는 중기(重器) 중에 명령(令)보다 무거운 것이 없다. 명령이 무거우면 임금이 존엄하고, 임금이 존엄하면 나라가 편안하다. 명령이 가벼우면 임금이 비천하고, 임금이 비천하면 나라가 위태롭다. 그러므로 나라를 편안히 함은 임금을 높임에 있고, 임금을 높임은 명령을 행함에 있으며, 명령을 행함은 벌을 엄히 함에 있다. 벌이 엄하고 명령이 행해지면 백관이 모두 두려워하고, 벌이 엄하지 않고 명령이 행해지지 않으면 백관이 모두 기뻐한다.

그러므로 이르되, 명령을 어긴 자는 죽이고(虧令者死), 명령을 더한 자는 죽이며(益令者死), 명령을 행하지 않은 자는 죽이고(不行令者死), 명령을 머무르게 한 자는 죽이며(留令者死), 명령을 따르지 않은 자는 죽인다(不從令者死). 이 다섯은 죽여서 용서하지 않으니 오직 명령만을 본다. 그러므로 명령이 무거우면 아랫사람이 두려워한다.

콩과 곡식이 부족하고 말단의 생산을 금하지 않아 백성에게 굶주린 빛이 있는데 공인이 무늬 새기기를 다툼을 거스름(逆)이라 하고, 베와 비단이 부족하고 의복에 법도가 없어 백성에게 추위에 떠는 상함이 있는데 여자가 비단옷을 다툼을 거스름이라 하며, 만승의 병기를 간직한 나라가 사졸이 들에서 적을 막지 못해 사직에 위망의 환란이 있는데 선비가 부역 면함을 다툼을 거스름이라 하고, 사람에게 작위함에 능력을 논하지 않고 녹을 줌에 공을 논하지 않으면 선비가 절개를 위해 죽을 까닭이 없으니 거스름이라 한다.

조정에 경신(經臣)이 있고, 나라에 경속(經俗)이 있으며, 백성에 경산(經産)이 있다. 무엇을 조정의 경신이라 하는가. 자신의 능력을 살펴 관직을 받고, 윗사람을 속이지 않으며, 법령에 삼가 다스리고, 붕당을 짓지 않으며, 능력을 다하되 얻음을 숭상하지 않고, 어려움을 무릅쓰되 죽음을 사양하지 않으며, 녹을 받음에 그 공을 넘지 않고, 자리에 처함에 그 능력을 넘치지 않으며, 실속 없이 헛되이 받지 않는 자가 조정의 경신이다. 무엇을 나라의 경속이라 하는가. 좋아하고 싫어함이 윗사람을 거스르지 않고, 귀히 여기고 천히 여김이 명령을 거스르지 않으며, 윗사람을 거스르는 일이 없고, 아래로 붙는 설이 없으며, 사치한 봉양이 없고, 등급을 넘는 복식이 없으며, 향리의 행실에 삼가 본조의 일을 거스르지 않는 자가 나라의 경속이다. 무엇을 백성의 경산이라 하는가. 가축을 기르고 나무를 심으며, 때에 힘써 곡식을 늘리고, 농사에 힘쓰며 풀밭을 개간하고, 말단의 일을 금하는 자가 백성의 경산이다.

그러므로 나라는 헛되이 무겁지 않고, 군대는 헛되이 이기지 않으며, 백성은 헛되이 쓰이지 않고, 명령은 헛되이 행해지지 않는다. 무릇 나라가 무거움은 반드시 군대가 이김을 기다린 뒤에 무거워지고, 군대가 이김은 반드시 백성이 쓰임을 기다린 뒤에 이기며, 백성이 쓰임은 반드시 명령이 행해짐을 기다린 뒤에 쓰이고, 명령이 행해짐은 반드시 가까운 자가 이김(복종함)을 기다린 뒤에 행해진다.

땅이 크고 나라가 부유하며 사람이 많고 군대가 강함은 패왕(霸王)의 근본이나, 위망(危亡)과 이웃한다. 천도(天道)의 셈과 인심(人心)의 변함이 있으니, 천도의 셈은 지극하면 돌이키고 성하면 쇠하며, 인심의 변함은 남으면 교만하고 교만하면 게을러진다. 교만한 자는 제후에게 교만하니 제후가 밖에서 떠나고, 게으른 자는 백성이 안에서 어지러우니, 이것이 위망의 때다.

무릇 선왕이 나라를 다스리는 기물(治國之器)이 셋이요, 그것을 공격해 무너뜨리는 것이 여섯이다. 밝은 왕은 그 공격을 이기므로 세 기물에 더하지 않고도 절로 나라를 가져 천하를 바로잡고, 어지러운 왕은 그 공격을 이기지 못하므로 세 기물에 덜지 않고도 천하를 가졌다가 망한다. 세 기물이란 무엇인가. 호령(號令), 부월(斧鉞), 녹상(祿賞)이다. 여섯 공격이란 무엇인가. 친함(親), 귀함(貴), 재화(貨), 여색(色), 교묘한 아첨(巧佞), 노리개(玩好)다. 세 기물의 쓰임은, 호령이 아니면 아랫사람을 부릴 수 없고, 부월이 아니면 무리에 위엄을 보일 수 없으며, 녹상이 아니면 백성을 권할 수 없음이다.

그러므로 선왕은 이 여섯 때문에 호령을 변경하지 않고, 부월을 잘못 두지 않으며, 녹상을 더하거나 덜지 않는다. 이리하면 멀고 가까움이 한마음이 되고, 한마음이 되면 많고 적음이 힘을 같이하며, 힘을 같이하면 싸워서 반드시 이기고 지켜서 반드시 굳다. 이는 병합하고 빼앗기 위함이 아니라 천하를 다스리기 위함이니, 천하를 바로잡는 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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