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자 16 법법(法法)

관자(管子) · 제 관중 전 · 번역·감수 허유

법을 법대로 집행함(法法)을 논한 편이다. 임금이 먼저 법을 지켜야 명령이 백성에게 행해짐, 사면(赦)의 해로움과 무사면(毋赦)의 이로움, 임금의 세 욕망(三欲), 군주의 세력(勢)과 그 상실의 위험, 정치는 바로잡음(政者正也)이라는 정의, 규구(規矩) 없이 방원(方圓)을 바로잡을 수 없듯 법 없이 나라를 다스릴 수 없음을 논한다.

핵심 구절 — 원문과 번역

禁勝於身,則令行於民矣。

(금함이 자기 몸을 이기면 명령이 백성에게 행해진다.)

惠者,民之仇讎也;法者,民之父母也。

(은혜는 백성의 원수요, 법은 백성의 부모다.)

政者,正也。正也者,所以正定萬物之命也。

(정치란 바로잡음이다. 바로잡음이란 만물의 명을 바로 정하는 것이다.)

번역

법을 법대로 하지 않으면 일에 상도가 없고, 법이 법답지 못하면 명령이 행해지지 않는다. 명령하되 행해지지 않으면 명령이 법답지 못함이요, 법이 행해지지 않으면 명령을 닦는 자가 살피지 않음이요, 살펴도 행해지지 않으면 상벌이 가벼움이요, 무거워도 행해지지 않으면 상벌이 미덥지 않음이요, 미더워도 행해지지 않으면 몸으로 앞서지 않음이다. 그러므로 이르되, 금함이 자기 몸을 이기면 명령이 백성에게 행해진다.

어진 이를 듣고도 천거하지 않음은 위태롭고, 선을 듣고도 찾지 않음은 위태로우며, 능한 이를 보고도 쓰지 않음은 위태롭고, 사람을 친히 하되 굳히지 않음은 위태로우며, 함께 도모하되 떠남은 위태롭고… (여러 위태로움을 나열한 뒤) 임금이 빈틈없지 않으면 바른말과 곧은 행실의 선비가 위태롭고, 위태로우면 임금이 외로워 안이 없으며, 외로워 안이 없으면 신하가 무리지어 떼를 이룬다. 임금을 외롭게 하고 신하를 무리짓게 함은 신하의 죄가 아니라 임금의 허물이다.

백성에게 무거운 죄가 없음은 허물이 크지 않음이요, 백성에게 큰 허물이 없음은 윗사람이 용서하지 않음이다. 윗사람이 작은 허물을 용서하면 백성에게 무거운 죄가 많아지니, 쌓임이 낳는 바다. 그러므로 사면이 나오면 백성이 공경하지 않고, 은혜가 행해지면 허물이 날로 더한다. 그러므로 이르되, 사악함은 일찍 금함만 한 것이 없다. 허물이 있어도 용서하지 않고 선이 있으면 빠뜨리지 않음이 백성을 권면하는 길이다. 그러므로 밝은 임금은 일을 결단하는 자다.

임금이 백성에게 세 욕망(三欲)이 있으니, 절제하지 못하면 윗자리가 위태롭다. 셋이란 구함(求)·금함(禁)·명령(令)이다. 구하면 반드시 얻고자 하고, 금하면 반드시 그치게 하고자 하며, 명령하면 반드시 행하게 하고자 한다. 구함이 많은 자는 얻음이 적고, 금함이 많은 자는 그침이 적으며, 명령이 많은 자는 행함이 적다. 그러므로 윗사람이 가혹하면 아랫사람이 듣지 않고, 듣지 않는데 억지로 형벌하면 윗사람을 무리가 도모한다.

무릇 사면(赦)이란 작은 이익에 큰 해이므로 오래되면 그 화를 이기지 못하고, 무사면(毋赦)이란 작은 해에 큰 이익이므로 오래되면 그 복을 이기지 못한다. 그러므로 사면은 달리는 말의 고삐를 놓음이요, 무사면은 종기를 째는 돌침이다. 군자가 도(道)에서 먹고 소인이 힘에서 먹게 하라. 군자가 도에서 먹으면 윗사람이 높고 백성이 순응하며, 소인이 힘에서 먹으면 재물이 두텁고 봉양이 넉넉하다. 문(文)에는 세 번 용서가 있으나 무(武)에는 한 번 사면도 없다. 은혜란 사면이 많은 것이라 먼저 쉽고 나중 어려워 오래되면 화를 이기지 못하고, 법(法)이란 먼저 어렵고 나중 쉬워 오래되면 복을 이기지 못한다. 그러므로 은혜는 백성의 원수요, 법은 백성의 부모다.

밝은 임금이 윗자리에 있으면 백성이 감히 사사로운 의론을 세워 스스로 귀히 함이 없다. 나라에 괴이한 엄함이 없고, 잡된 풍속이 없으며, 다른 예가 없고, 선비가 사사로이 의론하지 않으며, 거만하게 명령을 바꾸고 거동과 제도를 멋대로 그려 의론을 짓는 자를 다 베어야 한다. 그러므로 강한 자가 꺾이고, 날카로운 자가 무뎌지며, 굳은 자가 깨진다. 먹줄로 끌고 베어 죽임으로 다스리니, 만민의 마음이 모두 복종하여 윗사람을 따른다.

정치(政)란 바로잡음(正)이다. 바로잡음이란 만물의 명(命)을 바로 정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성인은 덕을 정밀히 하고 가운데를 세워 바름(正)을 낳고, 바름을 밝혀 나라를 다스린다. 그러므로 바름이란 지나침을 그치고 모자람에 미치게 하는 것이다. 지나침과 모자람은 모두 바름이 아니니, 바름이 아니면 나라를 상함이 하나다. 그러므로 용감하되 의롭지 못하면 군대를 상하고, 어질되 법답지 못하면 바름을 상한다. 규구(規矩)란 모와 원의 바름이다. 비록 솜씨 있는 눈과 날랜 손이 있어도, 서툰 자가 규구로 모와 원을 바로잡음만 못하다. 그러므로 솜씨 있는 자가 규구를 만들 수 있으나 규구를 폐하고 모와 원을 바로잡지는 못하며, 비록 성인이 법을 만들 수 있으나 법을 폐하고 나라를 다스리지는 못한다.

무릇 임금이 임금 된 까닭은 세력(勢)이다. 그러므로 임금이 세력을 잃으면 신하가 제압한다. 세력이 아래에 있으면 임금이 신하에게 제압되고, 세력이 위에 있으면 신하가 임금에게 제압된다. 신하에게 한 해를 두면 신하가 비록 불충해도 임금이 빼앗지 못하고, 자식에게 한 해를 두면 자식이 비록 불효해도 아비가 굴복시키지 못한다. 그러므로 《춘추》의 기록에 신하가 임금을 죽이고 자식이 아비를 죽인 일이 있다.

그러므로 이르되, 들어와 나오지 않음을 멸(滅)이라 하고, 나가 들어오지 않음을 절(絶)이라 하며, 들어와 이르지 않음을 침(侵)이라 하고, 나가 도중에 그침을 옹(壅)이라 한다. 멸·절·침·옹의 임금은 그 문을 막고 호를 지킴이 아니라 정치에 행해지지 않는 바가 있음이다. 그러므로 이르되, 명령이 보배보다 무겁고, 사직이 친척보다 앞서며, 법이 백성보다 무겁고, 위권(威權)이 작록보다 귀하다. 그러므로 세력은 남에게 줄 것이 아니다.

(끝에 군주의 맹의(猛毅)·나약(懦弱)이 각각 외란·내란을 부름, 사사로움으로 사직·명령·위엄·법을 굽히지 않는 네 원칙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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