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자 20 소광(小匡)

관자(管子) · 제 관중 전 · 번역·감수 허유

제(齊) 환공(桓公)이 거(莒)에서 돌아와 즉위한 뒤 관중(管仲)을 등용하여 재상으로 삼고, 관중이 나라를 다스리는 방책을 차례로 진언하는 과정을 길게 서술한 편이다. 백성을 직업별로 나누어 거주시키는 사민분업(四民分業), 내정에 군령을 부치는 제도, 인재 선발(삼선三選), 형벌을 병기로 대속하게 하는 제도 등 환공이 패업을 이루기까지의 정치·군사 개혁이 망라되어 있다.

핵심 구절 — 원문과 번역

士農工商,四民者,國之石民也,不可使雜處。雜處則其言哤,其事亂。

(사·농·공·상, 이 네 백성은 나라의 주춧돌이 되는 백성이니 섞여 살게 해서는 안 된다. 섞여 살면 그 말이 뒤섞이고 그 일이 어지러워진다.)

作內政而寓軍令焉。

(내정을 짓되 군령을 거기에 부친다.)

九合諸侯,一匡天下。

(아홉 번 제후를 모으고 한 번 천하를 바로잡았다.)

번역

환공이 거에서 제나라로 돌아와 포숙아(鮑叔牙)를 재상으로 삼으려 하였다. 포숙이 사양하며 말하였다. "신은 임금의 평범한 신하입니다. 임금께서 그 신하에게 은혜를 더하시어 신으로 하여금 얼어 죽거나 굶주리지 않게 하신다면 이는 임금의 은사입니다. 그러나 반드시 나라를 다스리는 일이라면 신이 할 수 있는 바가 아니니, 오직 관이오(管夷吾, 관중)뿐입니다. 신이 관이오만 못한 점이 다섯입니다. 너그럽고 은혜로워 백성을 사랑함에 신이 그만 못하고, 나라를 다스리며 그 권병(權柄)을 잃지 않음에 신이 그만 못하며, 충성과 신의로 제후와 맺을 수 있음에 신이 그만 못하고, 예의를 제정하여 사방의 본보기로 삼게 함에 신이 그만 못하며, 갑옷과 투구를 입고 북채를 잡고 군문에 서서 백성으로 하여금 모두 용기를 더하게 함에 신이 그만 못합니다. 무릇 관중은 백성의 부모입니다. 그 자식을 다스리려 하면서 그 부모를 버려서는 안 됩니다."

환공이 말하였다. "관이오는 친히 과인을 쏘아 띠고리(鉤)를 맞혀 거의 죽을 뻔하게 하였다. 이제 그를 쓰는 것이 옳겠는가?" 포숙이 말하였다. "그는 자기 임금을 위하여 움직인 것입니다. 임금께서 만약 용서하여 돌아오게 하시면 임금을 위하는 것도 또한 이와 같을 것입니다." 환공이 말하였다. "그렇다면 어찌해야 하는가?" 포숙이 말하였다. "임금께서 사람을 보내 노(魯)나라에 청하십시오." 환공이 말하였다. "시백(施伯)은 노나라의 모신(謀臣)이다. 그는 내가 그를 쓰려는 것을 알면 반드시 내게 내주지 않을 것이다." 포숙이 말하였다. "임금께서 사자에게 명하여 이렇게 말하게 하십시오. '우리 임금에게 명령을 따르지 않는 신하가 임금의 나라에 있으니, 청하여 데려가 여러 신하 앞에서 처형하고자 합니다.' 그러면 노나라 임금은 반드시 허락할 것입니다. 또 시백이 이오의 재능을 알면 반드시 노나라의 정사를 맡기려 할 것입니다. 이오가 그것을 받으면 노나라가 제나라를 약하게 할 수 있고, 이오가 받지 않으면 그가 장차 제나라로 돌아갈 것을 알고서 반드시 그를 죽일 것입니다." 환공이 말하였다. "그렇다면 이오가 받겠는가?" 포숙이 말하였다. "받지 않습니다. 이오는 임금을 섬김에 두 마음이 없습니다." 환공이 말하였다. "그가 과인에게도 그러하겠는가?" 대답하였다. "임금을 위해서가 아니라 선군과 사직을 위한 까닭입니다. 임금께서 만약 종묘를 안정시키고자 하신다면 서둘러 청하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미치지 못합니다."

환공이 이에 포숙을 보내 화친을 청하며 말하게 하였다. "공자 규(糺)는 친속이니, 청컨대 임금께서 토벌하소서." 노나라 사람이 공자 규를 죽였다. 또 말하였다. "관중은 원수이니, 청컨대 받아서 마음을 시원케 하고자 합니다." 노나라 임금이 허락하였다. 시백이 노후(魯侯)에게 말하였다. "내주지 마십시오. 그를 처형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 정사를 쓰려는 것입니다. 관중은 천하의 현인이요 큰 그릇입니다. 초(楚)에 있으면 초가 천하에 뜻을 얻고, 진(晉)에 있으면 진이 천하에 뜻을 얻으며, 적(狄)에 있으면 적이 천하에 뜻을 얻습니다. 이제 제나라가 구하여 얻으면 반드시 오래도록 노나라의 근심이 될 것입니다. 임금께서는 어찌하여 죽여서 그 시신을 내주지 않으십니까?" 노나라 임금이 말하였다. "좋다." 장차 관중을 죽이려 하였다. 포숙이 나아가 말하였다. "제나라에서 죽이면 이는 제나라가 처형하는 것이고, 노나라에서 죽이면 이는 노나라가 처형하는 것입니다. 폐읍의 우리 임금은 그를 산 채로 얻어 나라에 조리돌려 여러 신하에게 처형하고자 합니다. 만약 산 채로 얻지 못한다면 이는 임금께서 우리 임금과 더불어 도적과 한패가 되는 것이니, 우리 임금이 이르신 바가 아니며 사신은 명을 받을 수 없습니다." 이에 노나라 임금이 죽이지 않고 마침내 산 채로 묶어 함거(柙)에 실어 제나라에 내주었다.

포숙이 받고서 그를 위해 곡(哭)하기를 세 번 하니, 시백이 따라 비웃으며 대부에게 말하였다. "관중은 반드시 죽지 않는다. 무릇 포숙이 차마 현인을 처형하지 못하니, 그 지혜는 현인을 일컬어 스스로를 이루는 것이다. 포숙은 공자 소백(小白)을 도와 먼저 들어가 나라를 얻었고, 관중과 소홀(召忽)은 공자 규를 받들어 뒤에 들어가 노나라와 더불어 싸워 노나라를 패하게 할 수 있었다. 공이 천명을 얻고 잃음에 족하니 그 사람의 일은 한가지다. 이제 노나라가 두려워하여 공자 규와 소홀을 죽이고 관중을 가두어 제나라에 내주니, 포숙은 뒷일이 없을 줄 알고 반드시 관중을 힘써 천거하여 그 임금을 수고롭게 하고 그 공을 드러내고자 할 것이다. 무리가 반드시 그에게 얻음이 있게 할 것이다. 죽음으로 힘쓴 공도 오히려 더할 만하거늘, 살려서 드러내는 공이야 어떠하겠는가? 이는 덕을 밝혀 임금에게 짝하는 것이다. 포숙의 지혜는 이를 잃지 않을 것이다."

당부(堂阜) 가에 이르러 포숙이 그를 위해 푸닥거리하고 세 번 목욕시켰다. 환공이 친히 교외에서 그를 맞이하였다. 관중이 갓끈을 굽히고 옷섶을 여미며, 사람을 시켜 도끼를 잡고 그 뒤에 서게 하였다. 환공이 도끼를 세 번 사양한 뒤에 물러나게 하였다. 환공이 말하였다. "갓끈을 늘이고 옷섶을 내리라. 과인이 장차 보겠노라." 관중이 두 번 절하고 머리를 조아리며 말하였다. "임금의 은사에 응하여 황천에서 죽더라도 죽어도 썩지 않을 것입니다." 환공이 마침내 그와 함께 돌아와 종묘에서 예우하고, 세 번 술을 따른 뒤에 정사를 물었다.

환공이 말하였다. "옛날 선군 양공(襄公)은 높은 누대와 넓은 못을 짓고 즐거움에 빠져 술을 마시며 그물과 주살로 사냥하고 국정을 듣지 않았으며, 성인을 낮추고 선비를 업신여기며 오직 여색만을 숭상하였소. 아홉 비(妃)와 여섯 빈(嬪), 늘어선 첩이 수천이라 먹는 것은 반드시 좋은 곡식과 고기요 입는 것은 반드시 무늬 비단인데, 군사는 얼어 죽고 굶주렸소. 군마는 유람용 수레가 닳기를 기다리고 군사는 첩들이 남긴 것을 기다렸으며, 광대와 난쟁이는 앞에 있고 어진 대부는 뒤에 있었소. 이 때문에 국가가 날로 더하지 못하고 달로 자라지 못하니, 나는 종묘가 청소되지 못하고 사직이 제사 받지 못할까 두렵소. 감히 어찌해야 하는지 묻소." 관자가 대답하였다. "옛날 우리 선왕 주(周) 소왕(昭王)·목왕(穆王)은 대대로 문왕(文)·무왕(武)의 먼 자취를 본받아 그 이름을 이루었습니다. 여러 나라를 모으고 백성 가운데 도가 있는 자를 견주어, 본보기를 세워 백성의 기강으로 삼고 아름다움을 본떠 서로 응하게 하며, 차례로 엮어 글로 적고 근본을 캐고 끝을 다하며, 경사와 상으로 권하고 형벌로 바로잡으며, 그 더러운 것을 쓸어내고 상을 내려 진무하여 백성의 시종(始終)으로 삼았습니다."

환공이 말하였다. "어찌해야 하는가?" 관자가 대답하였다. "옛날 성왕이 그 백성을 다스릴 적에 그 국도(國)를 셋으로 나누고(參) 그 비읍(鄙)을 다섯으로 나누어(伍), 백성의 거처를 정하고 백성의 일을 이루어 백성의 기강으로 삼았으며, 그 여섯 권병(六秉)을 삼가 썼습니다. 이와 같이 하면 백성의 실정을 얻을 수 있고 백성을 다스릴 수 있습니다." 환공이 말하였다. "여섯 권병이란 무엇인가?" 관자가 말하였다. "죽임(殺)·살림(生)·귀하게 함(貴)·천하게 함(賤)·가난하게 함(貧)·부유하게 함(富), 이것이 여섯 권병입니다." 환공이 말하였다. "국도를 셋으로 나눔은 어떠한가?" 관자가 대답하였다. "나라를 제정하여 스물한 향(鄉)으로 삼되, 상공(商工)의 향이 여섯이요 사농(士農)의 향이 열다섯입니다. 환공이 열한 향을 거느리고, 고자(高子)가 다섯 향을 거느리며, 국자(國子)가 다섯 향을 거느리니, 국도를 셋으로 나누었으므로 삼군(三軍)이 됩니다. 환공이 세 관(官)의 신하를 세우니, 저자에 세 향(鄉)을 두고, 공장에 세 족(族)을 두며, 못에 세 우(虞)를 두고, 산에 세 형(衡)을 둡니다. 제정하여 다섯 집을 궤(䡄)로 삼고 궤에 장(長)을 두며, 열 궤를 이(里)로 삼고 이에 사(司)를 두며, 네 이를 연(連)으로 삼고 연에 장을 두며, 열 연을 향으로 삼고 향에 양인(良人)을 두니, 세 향에 한 솔(帥)을 둡니다." 환공이 말하였다. "다섯으로 나눈 비읍은 어떠한가?" 관자가 대답하였다. "제정하여 다섯 집을 궤로 삼고 궤에 장을 두며, 여섯 궤를 읍(邑)으로 삼고 읍에 사를 두며, 열 읍을 솔(率)로 삼고 솔에 장을 두며, 열 솔을 향으로 삼고 향에 양인을 두며, 세 향을 속(屬)으로 삼고 속에 솔을 두니, 다섯 속에 한 대부(大夫)를 둡니다. 무정(武政)은 속에서 듣고 문정(文政)은 향에서 들어, 각기 보전하며 듣게 하여 음란하고 방탕한 자가 없게 합니다."

환공이 말하였다. "백성의 거처를 정하고 백성의 일을 이룸은 어떠한가?" 관자가 대답하였다. "사·농·공·상, 이 네 백성은 나라의 주춧돌이 되는 백성이니 섞여 살게 해서는 안 됩니다. 섞여 살면 그 말이 뒤섞이고 그 일이 어지러워집니다. 그러므로 성왕은 선비를 반드시 한가한 곳에 거처하게 하고, 농부를 반드시 전야에 나아가게 하며, 공장을 반드시 관부에 나아가게 하고, 상인을 반드시 시정(市井)에 나아가게 합니다. 이제 무릇 선비가 무리 지어 모여 살며 한가하면, 아비는 아비와 더불어 의(義)를 말하고 자식은 자식과 더불어 효(孝)를 말하며, 임금을 섬기는 자는 공경을 말하고 어른은 사랑을 말하며 어린이는 공순을 말하여, 아침저녁으로 이에 종사하여 그 자제를 가르칩니다. 어려서 익히니 그 마음이 편안하여 다른 것을 보아도 옮기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그 부형의 가르침은 엄하지 않아도 이루어지고, 그 자제의 배움은 수고롭지 않아도 능합니다. 이 때문에 선비의 자식은 늘 선비가 됩니다. 이제 무릇 농부가 무리 지어 모여 살며, 그 사철의 절기를 살피고 농기구를 갖추며, 추워지면 마른 풀을 베고 밭을 정리하여 때를 기다려 갈고, 깊이 갈아 고루 심고 빨리 흙을 덮으며, 비에 앞서 김매어 때 비를 기다립니다. 때 비가 이르면 그 낫과 호미를 끼고 아침저녁으로 전야에서 일하되, 옷을 벗고 일에 나아가 모와 가라지를 가려내고 성긴 것을 줄지어 세우며, 머리에 삿갓을 쓰고 몸에 도롱이를 입어 몸을 적시고 발을 진흙에 묻히며, 머리털과 살갗을 햇볕에 내놓고 온 사지의 힘을 다하여 부지런히 전야에서 일합니다. 어려서 익히니 그 마음이 편안하여 다른 것을 보아도 옮기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그 부형의 가르침은 엄하지 않아도 이루어지고, 그 자제의 배움은 수고롭지 않아도 능합니다. 이 때문에 농부의 자식은 늘 농부가 되어 질박하고 거칠되 간특하지 않으며, 그 빼어난 재주로 선비가 될 만한 자는 의지할 만합니다. 그러므로 농사지으면 곡식이 많고 벼슬하면 어진 이가 많으니, 이 때문에 성왕은 농부를 공경하고 두려워하며 친근히 합니다. 유사(有司)가 이를 보고도 고하지 않으면 그 죄가 다섯 등급이니, 유사는 일을 마치고 물러갑니다. 이제 무릇 공장이 무리 지어 모여 살며, 좋은 재목을 살피고 사철을 살피며 그 단단함과 무름을 분별하고 그 쓰임을 헤아려 절제하며, 만듦새를 따져 견주어 그릇을 끊되 완전하고 이로운 것을 숭상합니다. 일을 서로 말하고 공(功)을 서로 보이며 기교를 서로 펴고 일의 앎을 서로 높이며, 아침저녁으로 이에 종사하여 그 자제를 가르칩니다. 어려서 익히니 그 마음이 편안하여 다른 것을 보아도 옮기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그 부형의 가르침은 엄하지 않아도 이루어지고, 그 자제의 배움은 수고롭지 않아도 능합니다. 이 때문에 공장의 자식은 늘 공장이 됩니다. 이제 무릇 상인이 무리 지어 모여 살며, 흉년과 기근을 살피고 나라의 변화를 살피며 그 사철을 살피고 그 고을의 재화를 보아 그 저자의 값을 압니다. 짐을 지고 메며 소와 말에 멍에를 씌워 사방을 두루 다니며, 많고 적음을 헤아리고 귀하고 천함을 따져, 가진 것으로 없는 것을 바꾸고 싼 것을 사서 비싸게 팝니다. 이 때문에 깃과 꼬리털은 구하지 않아도 이르고 대와 화살은 나라에 남으며, 기이한 것이 때로 오고 진귀한 물건이 모입니다. 아침저녁으로 이에 종사하여 그 자제를 가르치되, 이로움을 서로 말하고 때를 서로 보이며 값의 앎을 서로 폅니다. 어려서 익히니 그 마음이 편안하여 다른 것을 보아도 옮기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그 부형의 가르침은 엄하지 않아도 이루어지고, 그 자제의 배움은 수고롭지 않아도 능합니다. 이 때문에 상인의 자식은 늘 상인이 됩니다. 땅을 살펴 그 부세를 차등 매기면 백성이 옮기지 않고, 오래된 일을 바로잡으면 백성이 게으르지 않으며, 산과 못을 각기 때에 따라 이르게 하면 백성이 구차하지 않고, 언덕과 평지와 우물과 밭을 고르게 하면 백성이 미혹되지 않습니다. 백성의 때를 빼앗지 않으면 백성이 부유해지고, 희생을 수고롭게 하지 않으면 소와 말이 번식합니다."

환공이 또 물어 말하였다. "과인은 정사를 닦아 천하에 때를 구하고자 하니 가능하겠는가?" 관자가 대답하였다. "가능합니다." 환공이 말하였다. "무엇으로 시작해야 가능한가?" 관자가 대답하였다. "백성을 사랑하는 데서 시작합니다." 환공이 말하였다. "백성을 사랑하는 도는 어떠한가?" 관자가 대답하였다. "공(公)은 공족(公族)을 닦고 가(家)는 가족(家族)을 닦아 서로 일로 이어지고 서로 녹으로 미치게 하면 백성이 서로 친해집니다. 묵은 죄를 풀어주고 옛 종족을 닦으며 후사 없는 자를 세워주면 백성이 늘어납니다. 형벌을 줄이고 부세를 가볍게 하면 백성이 부유해집니다. 향(鄉)에 어진 선비를 세워 나라에서 가르치게 하면 백성이 예를 갖춥니다. 명령을 내어 고치지 않으면 백성이 바르게 됩니다. 이것이 백성을 사랑하는 도입니다." 환공이 말하였다. "백성이 부유하고 친해지면 그들을 부릴 수 있는가?" 관자가 대답하였다. "재물을 모으고 공장을 키워 백성의 쓰임을 그치게 하며, 힘을 펴고 어진 이를 숭상하여 백성의 앎을 권하고, 형벌을 더하되 가혹하지 않게 하여 백성을 구제하며, 행함에 사사로움이 없으면 족히 무리를 포용할 수 있습니다. 말을 내면 반드시 미덥게 하면 명령이 막히지 않습니다. 이것이 백성을 부리는 도입니다."

환공이 말하였다. "백성의 거처가 정해지고 일이 이미 이루어졌으니, 나는 천하의 제후에게 일을 도모하고자 하는데 가능한가?" 관자가 대답하였다. "아직 안 됩니다. 백성의 마음이 아직 우리에게 편안하지 않습니다." 환공이 말하였다. "편안케 함은 어떠한가?" 관자가 대답하였다. "옛 법을 닦아 그 좋은 것을 골라 들어 엄히 쓰며, 백성에게 자애로워 재물이 없는 자에게 주고 정역(政役)을 너그럽게 하며 백성을 공경하면 나라가 부유하고 백성이 편안해집니다." 환공이 말하였다. "백성이 편안해지면 가능한가?" 관중이 대답하였다. "아직 안 됩니다. 임금께서 만약 군대를 바로 세우고 갑병을 닦고자 하면 큰 나라도 또한 장차 군대를 바로 세우고 갑병을 닦을 것입니다. 임금께 정벌하는 일이 있으면 작은 나라 제후의 신하도 지키고 막는 대비를 할 것이니, 그러면 천하에 빨리 뜻을 얻기 어렵습니다. 공께서 천하 제후에게 빨리 뜻을 얻고자 하시면, 일에 숨김이 있고 정사에 부치는 바가 있어야 합니다." 환공이 말하였다. "어찌해야 하는가?" 관자가 대답하였다. "내정을 짓되 군령을 거기에 부칩니다. 고자의 이(里)를 만들고 국자의 이를 만들며 공(公)의 이를 만들어, 제나라를 셋으로 나누어 삼군으로 삼습니다. 그 어진 백성을 골라 이군(里君)으로 삼고, 향에 항오(行伍)와 졸장(卒長)을 두어 그 제도와 명령으로 삼으며, 또 사냥으로써 상벌을 행하면 백성이 군사에 통달합니다." 환공이 말하였다. "좋다."

이에 관자가 다섯 집을 궤로 삼고 궤에 장을 두며, 열 궤를 이로 삼고 이에 사를 두며, 네 이를 연으로 삼고 연에 장을 두며, 열 연을 향으로 삼고 향에 양인을 두어 군령으로 삼았다. 그러므로 다섯 집이 궤가 되어 다섯 사람이 오(伍)가 되니 궤장이 거느리고, 열 궤가 이가 되어 쉰 사람이 소융(小戎)이 되니 이사가 거느리며, 네 이가 연이 되어 이백 사람이 졸(卒)이 되니 연장이 거느리고, 열 연이 향이 되어 이천 사람이 여(旅)가 되니 향의 양인이 거느린다. 다섯 향에 한 사(師)를 두니 만 사람이 한 군(軍)이 되어 다섯 향의 사가 거느린다. 삼군이니 중군(中軍)의 북이 있고 고자의 북이 있고 국자의 북이 있다. 봄에 사냥하는 것을 수(蒐)라 하여 군대를 떨치고, 가을에 사냥하는 것을 선(獮)이라 하여 병사를 다스린다. 그러므로 졸오(卒伍)의 정사는 이(里)에서 정해지고 군려(軍旅)의 정사는 교외에서 정해진다. 안의 교화가 이미 이루어지면 명령으로 옮겨 살지 못하게 한다. 그러므로 졸오의 사람은 사람과 사람이 서로 보전하고 집과 집이 서로 사랑하여, 어려서 함께 살고 자라서 함께 노닐며 제사에 서로 복을 빌고 상사(喪事)에 서로 구휼하며 화복에 서로 근심하고 거처에 서로 즐거워하며 행하고 짓는 데 서로 화목하고 곡읍(哭泣)에 서로 슬퍼한다. 그러므로 밤 싸움에 그 소리를 서로 들으니 족히 어지러움이 없고, 낮 싸움에 그 눈으로 서로 보니 족히 서로 알아보며, 기뻐함이 족히 서로를 위해 죽는다. 그러므로 지키면 견고하고 싸우면 이긴다. 임금에게 이런 교사(教士) 삼만 명이 있으면 천하를 횡행하여 무도한 자를 베고 주실(周室)을 안정시킬 수 있으니, 천하 큰 나라의 임금도 이를 막을 수 없다.

정월 초하루 아침에 향장(鄉長)이 일을 보고하면 환공이 친히 물어 말하였다. "그대의 향에 거처가 의로우며 배우기를 좋아하고 총명하며 질박하고 어질며 부모에게 자효(慈孝)하고 향리에 우애로 알려진 자가 있으면 고하라. 있는데도 고하지 않으면 어진 이를 가린다(蔽賢) 하니, 그 죄가 다섯 등급이다." 유사가 일을 마치고 물러갔다. 환공이 또 물어 말하였다. "그대의 향에 주먹과 용기와 팔다리의 힘과 근골이 무리에서 빼어난 자가 있으면 고하라. 있는데도 고하지 않으면 인재를 가린다(蔽才) 하니, 그 죄가 다섯 등급이다." 유사가 일을 마치고 물러갔다. 환공이 또 물어 말하였다. "그대의 향에 부모에게 자효하지 않고 향리에 우애롭지 않으며 교만하고 조급하며 음란하고 사나워 윗사람의 명령을 쓰지 않는 자가 있으면 고하라. 있는데도 고하지 않으면 아래와 결탁한다(下比) 하니, 그 죄가 다섯 등급이다." 유사가 일을 마치고 물러갔다. 이에 향장이 물러나 덕을 닦고 어진 이를 천거하기에 밝았다. 환공이 친히 보고 마침내 관직에 부렸다. 환공이 관장(官長)에게 명하여 기한을 두어 공적을 적어 고하게 하고, 또 관직의 어진 자를 골라 다시 천거하게 하며 말하였다. "내 관직에 있으면서 공이 있고, 아름다운 덕이 순하며 단정하고 성실하여 때맞춰 부림을 기다리고, 백성을 부리되 공경하여 권면하며, 그 권병의 말을 일컬으면 족히 관(官)의 좋지 못한 정사를 보충할 만하다." 환공이 그 향리에 두루 묻고 살펴 검증한 뒤에 불러서 함께 앉아 그 자질을 살피고 그 성공과 성사를 견주었다. 세울 만하면 때맞추어 국가의 근심거리를 물어 막히지 않으면, 물러나 그 향리를 살펴 물어 그 능한 바를 보고 큰 허물이 없으면 올려 상경(上卿)의 보좌로 삼았다. 이를 일러 삼선(三選)이라 하였다.

고자와 국자는 물러나 향을 닦고, 향은 물러나 연을 닦으며, 연은 물러나 이를 닦고, 이는 물러나 궤를 닦으며, 궤는 물러나 집을 닦았다. 그러므로 필부에게 선함이 있으면 천거할 수 있고, 필부에게 불선함이 있으면 벌할 수 있다. 정사가 이미 이루어지자 향에서는 어른을 넘지 않고 조정에서는 작위를 넘지 않았다. 무능한 선비는 오(伍)가 없고 무능한 여인은 가(家)가 없었다. 선비가 세 번 아내를 내치면 경계 밖으로 쫓아내고, 여인이 세 번 시집가면 방아 찧는 데로 들였다. 그러므로 백성이 모두 선을 행하기에 힘썼다. 선비는 향에서 선을 행하느니 이에서 선을 행함만 못하고, 이에서 선을 행하느니 집에서 선을 행함만 못하다 여겼다. 그러므로 선비는 감히 하루아침의 편리를 말하지 못하고 모두 한 해의 계획을 두며, 감히 한 해를 의론하지 못하고 모두 평생의 공을 두었다.

정월 초하루 아침에 다섯 속(屬)의 대부가 환공에게 일을 보고하면, 그 공이 적은 자를 골라 꾸짖어 말하였다. "땅을 늘이고 백성을 나눔이 한가지인데 어찌하여 홀로 공이 적은가? 어찌하여 남에게 미치지 못하는가? 교훈이 좋지 못하고 정사가 다스려지지 못한 것이다. 한두 번은 용서하나 세 번은 용서치 않는다." 환공이 또 물어 말하였다. "그대의 속에 거처가 의로우며 배우기를 좋아하고 총명하며 질박하고 어질며 부모에게 자효하고 향리에 우애로 알려진 자가 있으면 고하라. 있는데도 고하지 않으면 어진 이를 가린다 하니, 그 죄가 다섯 등급이다." 유사가 일을 마치고 물러갔다. 환공이 또 물어 말하였다. "그대의 속에 주먹과 용기와 팔다리의 힘이 무리에서 빼어난 자가 있으면 고하라. 있는데도 고하지 않으면 인재를 가린다 하니, 그 죄가 다섯 등급이다." 유사가 일을 마치고 물러갔다. 환공이 또 물어 말하였다. "그대의 속에 부모에게 자효하지 않고 향리에 우애롭지 않으며 교만하고 조급하며 음란하고 사나워 윗사람의 명령을 쓰지 않는 자가 있으면 고하라. 있는데도 고하지 않는 자는 아래와 결탁한다 하니, 그 죄가 다섯 등급이다." 유사가 일을 마치고 물러갔다. 이에 다섯 속의 대부가 물러나 속을 닦고, 속은 물러나 연을 닦으며, 연은 물러나 향을 닦고, 향은 물러나 졸을 닦으며, 졸은 물러나 읍을 닦고, 읍은 물러나 집을 닦았다. 그러므로 필부에게 선함이 있으면 천거할 수 있고, 필부에게 불선함이 있으면 벌할 수 있다. 정사가 이루어지고 나라가 편안해져, 지키면 견고하고 싸우면 강하였다. 봉토 안이 다스려지고 백성이 친해지니, 사방을 정벌하여 패왕(霸王)을 세울 수 있었다.

환공이 말하였다. "졸오가 정해지고 일이 이미 이루어졌으니, 나는 제후에게 일을 도모하고자 하는데 가능한가?" 관자가 대답하였다. "아직 안 됩니다. 군령은 제가 이미 내정에 부쳐두었으나, 무릇 제나라는 갑병이 적으니 저는 무거운 죄와 가벼운 죄를 갑병으로 옮기고자 합니다." 환공이 말하였다. "어찌해야 하는가?" 관자가 대답하였다. "제정하기를, 무거운 죄는 갑옷과 무소가죽 미늘과 두 창을 바쳐 들이고, 가벼운 죄는 난순(蘭盾)과 가죽 갑옷과 두 창을 바쳐 들이며, 작은 죄는 쇠 한 균(鈞)을 들이고, 가벼운 죄를 나누어 용서하는 경우는 반 균을 들이며, 까닭 없이 송사하는 자는 세 번 금지해도 곧지 않으면 화살 한 묶음을 들여 벌합니다. 좋은 쇠로는 창과 검과 모와 극을 주조하여 개와 말에 시험하고, 나쁜 쇠로는 도끼와 호미와 톱과 괭이를 주조하여 나무와 흙에 시험합니다." 환공이 말하였다. "갑병이 크게 족하니, 나는 제후에게 일을 도모하고자 하는데 가능한가?" 관중이 대답하였다. "아직 안 됩니다. 안을 다스림이 갖추어지지 못했고 밖을 위함이 갖추어지지 못했습니다."

그리하여 포숙아를 대간(大諫)으로 삼고, 왕자 성보(城父)를 장군으로 삼으며, 현자기(弦子旗)를 이(理)로 삼고, 영척(甯戚)을 전(田)으로 삼으며, 습붕(隰朋)을 행인(行)으로 삼았다. 조손숙(曹孫宿)은 초(楚)에 머물게 하고, 상용(商容)은 송(宋)에 머물게 하며, 계로(季勞)는 노(魯)에 머물게 하고, 서개봉(徐開封)은 위(衛)에 머물게 하며, 상(尚)은 연(燕)에 머물게 하고, 심우(審友)는 진(晉)에 머물게 하였다. 또 유사(游士) 팔천 명을 수레와 말과 옷과 갖옷으로 받들고 그 물자와 양식을 많게 하며 재물과 화폐를 족하게 하여, 사방으로 두루 다니며 천하의 어진 선비를 불러 거두게 하였다. 노리개와 좋아하는 물건을 꾸며 사방으로 두루 다니며 제후에게 팔아, 그 상하가 귀히 여기고 좋아하는 바를 살피게 하고, 그 빠지고 어지러운 자를 골라 먼저 다스렸다. 환공이 말하였다. "밖과 안이 정해졌으니 가능한가?" 관자가 대답하였다. "아직 안 됩니다. 이웃 나라가 아직 우리와 친하지 않습니다." 환공이 말하였다. "친하게 함은 어떠한가?" 관자가 대답하였다. "우리 강역을 살피고 그 침략한 땅을 돌려주며 그 봉계를 바로잡고, 그 재화를 받지 않되 가죽과 폐백을 아름답게 하여 제후에게 두루 빙문(聘問)하면, 사방 이웃을 편안케 하여 이웃 나라가 우리와 친해집니다."

환공이 말하였다. "갑병이 크게 족하니, 나는 남쪽을 치고자 하는데 누구를 주(主)로 삼는가?" 관자가 대답하였다. "노(魯)를 주로 삼습니다. 그 침략한 땅 상(常)·잠(潛)을 돌려주고, 바다에는 보(弊)를 두며 거미(渠彌)에는 섬(陼)을 두고 강산(綱山)에는 우리(牢)를 두게 합니다." 환공이 말하였다. "나는 서쪽을 치고자 하는데 누구를 주로 삼는가?" 관자가 대답하였다. "위(衛)를 주로 삼습니다. 그 침략한 땅 길대(吉臺)·원고(原姑)와 칠리(柒里)를 돌려주고, 바다에는 보를 두며 거미에는 섬을 두고 강산에는 우리를 두게 합니다." 환공이 말하였다. "나는 북쪽을 치고자 하는데 누구를 주로 삼는가?" 관자가 대답하였다. "연(燕)을 주로 삼습니다. 그 침략한 땅 시부(柴夫)·폐구(吠狗)를 돌려주고, 바다에는 보를 두며 거미에는 섬을 두고 강산에는 우리를 두게 합니다." 사방 이웃이 크게 친해졌다.

이미 그 침략한 땅을 돌려주고 그 봉강을 바로잡으니, 땅이 남으로는 대음(岱陰)에 이르고 서로는 제수(濟)에 이르며 북으로는 바다에 이르고 동으로는 기수(紀隨)에 이르러, 땅이 사방 삼백육십 리였다. 삼 년에 다스림이 정해지고 사 년에 교화가 이루어지며 오 년에 군대가 나가니, 교사 삼만 명과 혁거(革車) 팔백 대가 있었다. 제후 가운데 빠지고 어지러워 천자에게 복종하지 않는 자가 많았다. 이에 환공이 동으로 서주(徐州)를 구하고 오(吳)의 절반을 나누며 노(魯)와 채릉(蔡陵)을 보존하고 월(越)의 땅을 갈랐다. 남으로 송(宋)·정(鄭)을 의거하고 초(楚)를 정벌하여 여수(汝水)를 건너고 방지(方地)를 넘어 문산(文山)을 바라보며, 주실에 명주실을 바치게 하고 성주(成周)는 융악(隆嶽)에 제사 고기를 돌려보내니, 형주(荆州)의 제후가 와서 복종하지 않음이 없었다. 가운데로 진공(晉公)을 구하고 적왕(狄王)을 사로잡으며 호맥(胡貉)을 패배시키고 도하(屠何)를 깨뜨리니 기마 도적이 비로소 복종하였다. 북으로 산융(山戎)을 치고 영지(泠支)를 제압하며 고죽(孤竹)을 베니 구이(九夷)가 비로소 들었고, 바닷가 제후가 와서 복종하지 않음이 없었다. 서로 정벌하여 백적(白狄)의 땅을 물리치고 마침내 서하(西河)에 이르렀다. 배를 모으고 뗏목을 던져 떼배를 타고 하수를 건너 석침(石沈)에 이르고, 수레를 매달고 말을 묶어 태행산(太行)을 넘었으며, 비이(卑耳)의 맥(貉)과 더불어 진(秦)·하(夏)를 잡고, 서로 유사(流沙)·서우(西虞)를 복종시키니 진융(秦戎)이 비로소 따랐다. 그러므로 군대가 한 번 나가 큰 공이 열둘이었다. 그러므로 동이·서융·남만·북적과 중국 제후가 복종하지 않음이 없었다. 제후와 더불어 희생을 꾸며 맹세 글(載書)을 짓고 상하에 맹세하며 신께 올린 뒤에, 천하를 거느려 주실을 안정시키고 양곡(陽穀)에서 제후를 크게 조회하였다. 그러므로 병거(兵車)의 회(會)가 여섯이요 승거(乘車)의 회가 셋이라, 아홉 번 제후를 모으고 한 번 천하를 바로잡았다(九合諸侯, 一匡天下). 갑옷을 보루에서 풀지 않고 무기를 가리개에서 풀지 않으며 활집에 활이 없고 화살통에 화살이 없이, 무사(武事)를 쉬고 문도(文道)를 행하여 천자를 조회하였다.

규구(葵丘)의 회에서 천자가 대부 재공(宰孔)을 보내 환공에게 제사 고기를 보내며 말하였다. "나 한 사람의 명으로 문왕·무왕께 일이 있어 재공을 시켜 제사 고기를 보낸다." 또 뒤이은 명이 있어 말하였다. "그대가 스스로 낮추고 수고하였으니 실로 그대를 백구(伯舅)라 이르노라. 내려가 절하지 말라." 환공이 관중을 불러 도모하였다. 관중이 대답하였다. "임금이 임금답지 못하고 신하가 신하답지 못함은 어지러움의 근본입니다." 환공이 말하였다. "나는 승거의 회가 셋이요 병거의 회가 여섯이라 아홉 번 제후를 모으고 한 번 천하를 바로잡았다. 북으로 고죽·산융·예맥에 이르고 진·하를 잡았으며, 서로 유사·서우에 이르고 남으로 오·월·파(巴)·장가(䍧柯)·옹(𤬅)·불유(不庾)·조제(雕題)·흑치(黑齒)와 형이(荆夷)의 나라에 이르러 과인의 명을 어기지 않거늘, 중국이 나를 낮추는구나. 옛 삼대(三代)에 천명을 받은 자가 이와 달랐는가?" 관자가 대답하였다. "무릇 봉황과 난새가 내리지 않고 매와 솔개와 올빼미가 번성하며, 뭇 신이 이르지 않고 점치는 거북이 점괘를 보이지 않으며 좁쌀을 쥐고 점치는 자가 자주 맞히고, 때 비와 단 이슬이 내리지 않고 회오리와 폭우가 자주 이르며, 오곡이 무성하지 못하고 육축이 자라지 못하며 쑥과 명아주가 함께 일어납니다. 무릇 봉황의 무늬는 덕의(德義)를 앞세우고 날로 창성함을 뒤로 합니다. 옛사람으로 천명을 받은 자는 용과 거북이 이르고 하수에서 그림이 나오며 낙수에서 글이 나오고 땅에서 승황(乘黃)이 나왔습니다. 이제 이 세 상서가 나타난 것이 없으니, 비록 천명을 받았다 하나 혹 그것을 잃은 것이 아니겠습니까?" 환공이 두려워하여 나가 손님을 보고 말하였다. "하늘의 위엄이 얼굴에서 지척도 떨어지지 않으니, 소백(小白)이 천자의 명을 받았으나 내려가 절하지 않으면 아래에서 엎어져 천자께 부끄러움이 될까 두렵습니다." 마침내 내려가 절하고 올라가 상을 받았다. 대로(大路)를 타고 용기(龍旗)에 술이 아홉이며 거문(渠門)에 붉은 기를 세웠다. 천자가 환공에게 제사 고기를 보냈으나 받지 않으니, 천하 제후가 순하다 일컬었다.

환공이 천하 제후를 근심하였다. 노나라에 부인과 경보(慶父)의 난이 있어 두 임금이 시해되어 죽고 나라의 후사가 끊어졌다. 환공이 듣고 고자를 보내 보존하게 하였다. 남녀가 음란하지 않고 말과 소가 갖추어지자 옥을 들고 와 뵙고 관내(關內)의 후(侯)가 되기를 청하였으나, 환공이 그리하지 않았다. 적인(狄人)이 형(邢)을 치니 환공이 이의(夷儀)를 쌓아 봉해주었다. 남녀가 음란하지 않고 말과 소가 갖추어지자 옥을 들고 와 뵙고 관내의 후가 되기를 청하였으나, 환공이 그리하지 않았다. 적인이 위(衛)를 치니 위 사람이 조(曹)로 나와 머물렀다. 환공이 초구(楚丘)에 성을 쌓아 봉하였는데, 그 가축이 흩어져 없어졌으므로 환공이 매어 둔 말 삼백 필을 주니, 천하 제후가 어질다(仁) 일컬었다.

이에 천하 제후가 환공이 자기를 위해 부지런함을 알았으니, 제후가 그에게 돌아옴이 마치 저자 사람 같았다. 환공이 제후가 자기에게 돌아옴을 알았으므로 그 폐백은 가볍게 하고 그 예는 무겁게 하였다. 그러므로 천하 제후로 하여금 지친 말과 개와 양을 폐백으로 삼게 하고, 제나라는 좋은 말로 보답하였다. 제후가 명주실과 베와 사슴 가죽 넷을 나누어 폐백으로 삼으면, 제나라는 무늬 비단과 범·표범 가죽으로 보답하였다. 제후의 사신이 빈 자루를 늘이고 들어와 가득 싣고 돌아갔다. 그러므로 사랑으로 고르게 하고 이익으로 이르게 하며 신의로 맺고 무력으로 보였다. 이 때문에 천하 작은 나라 제후가 이미 환공에게 복종하여 감히 배반하지 못하고 그에게 돌아오니, 그 사랑을 기뻐하고 그 이익을 탐하며 그 어짊을 믿고 그 무력을 두려워하였다.

환공이 천하 작은 나라 제후가 자기를 많이 따름을 알고, 이에 또 크게 충심을 베풀었다. 근심거리가 될 만한 것은 근심해주고, 도모할 만한 것은 도모해주며, 움직일 만한 것은 움직여주었다. 담(譚)·내(萊)를 정벌하되 차지하지 않으니 제후가 어질다 일컬었다. 제나라의 물고기와 소금을 동래(東萊)에 통하게 하고, 관문과 저자를 살피되 세를 매기지 않으며 자리만 살피고 세를 매기지 않아 제후의 이익으로 삼으니 제후가 너그럽다(寬) 일컬었다. 채(蔡)·언릉(鄢陵)·배하(培夏)·영부구(靈父丘)에 성을 쌓아 융적(戎狄)의 땅을 막으니 제후에게 포악을 금하는 바였고, 오록(五鹿)·중모(中牟)·업개(鄴蓋)와 사구(社丘)에 성을 쌓아 제하(諸夏)의 땅을 막으니 중국에 권면을 보이는 바였다. 교화가 크게 이루어졌다.

이 때문에 천하가 환공에 대하여 먼 나라 백성은 부모처럼 바라보고 가까운 나라 백성은 흐르는 물처럼 따랐다. 그러므로 땅을 다님이 이렇게 멀수록 사람을 얻음이 더욱 많았으니 어째서인가? 그 문(文)을 그리워하고 그 무(武)를 두려워한 것이다. 그러므로 무도한 자를 죽이고 주실을 안정시켜 천하가 막을 수 없었으니 무사(武事)가 선 것이요, 세 가지 갑옷을 정하고 다섯 가지 무기를 거두며 조복(朝服)으로 하수를 건너되 두려워함이 없었으니 문사(文事)가 이긴 것이다. 이 때문에 큰 나라의 임금은 부끄러워하고 작은 나라 제후는 가까이 붙었다. 이 때문에 큰 나라의 임금은 신하나 종처럼 섬기고 작은 나라 제후는 부모처럼 기뻐하였다. 무릇 그러하므로 큰 나라의 임금이 높지 않고 작은 나라 제후가 낮지 않았으니, 이 때문에 큰 나라의 임금이 교만하지 않고 작은 나라 제후가 두려워하지 않았다. 이에 넓은 땅을 떼어 좁은 땅에 보태고, 재물 있는 것을 덜어 재물 없는 데 주었다. 그 군자를 두루 도와 성공을 잃지 않게 하고, 그 소인을 두루 도와 명을 이룸을 잃지 않게 하였다. 무릇 이와 같이 하니 거처하면 순하고 나가면 성공이 있었으며, 갑병을 움직이는 일을 일컫지 않고 문왕·무왕의 길을 천하에 가까이 이루었다.

환공이 그 여러 신하의 꾀를 빌려 그 지혜를 더할 수 있었으니, 그 재상은 이오요 대부는 영척·습붕·빈서무(賓胥無)·포숙아였다. 이 다섯 사람을 써서 의(義)를 헤아리고 덕을 빛내며 법을 잇고, 끝을 이어 후사에게 물려주며 효(孝)를 소목(昭穆)에 끼치니, 천하에 크게 패하여 명성이 넓고 넉넉하여 가릴 수 없었다. 곧 오직 밝은 임금이 위에 있고 살피는 재상이 아래에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에 환공이 교외에서 관자를 맞이하여 물었다. 관중이 사양한 뒤에 국도를 셋으로 나누고 비읍을 다섯으로 나누는 것, 다섯 향을 세워 교화를 높이고 다섯 속을 세워 무를 권하는 것, 군대를 정사에 부치고 벌로 기계를 갖추며 무도한 제후에게 군대를 더하여 주실을 섬기는 것으로 대답하였다. 환공이 크게 기뻐하여 이에 열흘 동안 재계하고 관중을 재상으로 삼으려 하였다. 관중이 말하였다. "도끼 아래의 사람이 다행히 살아남아 그 허리와 목을 보전한 것이 신의 녹입니다. 국정을 아는 일이라면 신의 임무가 아닙니다." 환공이 말하였다. "그대 대부가 정사를 받으면 과인이 임무를 감당하고, 그대 대부가 정사를 받지 않으면 과인은 무너질까 두렵소." 관중이 허락하고 두 번 절하여 재상을 받았다.

사흘 뒤 환공이 말하였다. "과인에게 큰 사악함이 셋 있는데 그래도 나라를 다스릴 수 있겠는가?" 대답하였다. "신이 아직 듣지 못했습니다." 환공이 말하였다. "과인이 불행히 사냥을 좋아하여 그믐 밤에 짐승 곁에 이르러, 사냥에 짐승을 본 뒤에야 돌아오니 제후의 사자가 이를 데가 없고 백관 유사가 보고할 데가 없소." 대답하였다. "나쁘긴 나쁘나 급한 것은 아닙니다." 환공이 말하였다. "과인이 불행히 술을 좋아하여 밤낮으로 이어가니 제후의 사자가 이를 데가 없고 백관 유사가 보고할 데가 없소." 대답하였다. "나쁘긴 나쁘나 급한 것은 아닙니다." 환공이 말하였다. "과인에게 더러운 행실이 있으니, 불행히 여색을 좋아하여 고모와 누이 가운데 시집가지 않은 자가 있소." 대답하였다. "나쁘긴 나쁘나 급한 것은 아닙니다." 환공이 낯빛을 바꾸어 말하였다. "이 셋도 괜찮다면 안 될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대답하였다. "임금에게는 오직 게으름(僾)과 민첩하지 못함(不敏)이 안 됩니다. 게으르면 무리를 잃고, 민첩하지 못하면 일에 미치지 못합니다." 환공이 말하였다. "좋다. 그대는 숙소로 가라. 다른 날 그대와 더불어 도모하기를 청하노라." 대답하였다. "때가 마침 이오와 함께할 만하거늘 어찌 다른 날을 기다립니까?" 환공이 말하였다. "어찌하란 말인가?" 대답하였다. "공자 거(舉)는 사람됨이 박식하고 예를 알며 배우기를 좋아하고 말이 겸손하니, 청컨대 노나라에 놀러 보내 사귀게 하십시오. 공자 개방(開方)은 사람됨이 재치 있고 영리하니, 청컨대 위나라에 놀러 보내 사귀게 하십시오. 조손숙은 사람됨이 작은 청렴함이 있고 짐을 잘 지며 매우 공손하고 말이 빈틈없어 형(荆) 땅의 본보기가 되니, 청컨대 가서 놀게 하여 사귀게 하십시오." 마침내 세 사자를 세워 보낸 뒤에 물러났다.

재상이 된 지 석 달에 백관을 논하기를 청하였다. 환공이 말하였다. "좋다." 관중이 말하였다. "오르내리고 읍하고 사양하며 나아가고 물러남에 익숙하고 말의 강유(剛柔)를 분별함은 신이 습붕만 못하니, 청컨대 대행(大行)으로 세우십시오. 거친 땅을 개간하여 읍을 만들고 땅을 열어 곡식을 모으며 무리를 많게 하여 땅의 이로움을 다함은 신이 영척만 못하니, 청컨대 대사전(大司田)으로 세우십시오. 평원과 넓은 들에 수레가 바퀴자국을 엇내지 않고 군사가 발꿈치를 돌리지 않으며 북을 치면 삼군의 군사가 죽음을 돌아감같이 봄은 신이 왕자 성보만 못하니, 청컨대 대사마(大司馬)로 세우십시오. 옥사를 결단함에 알맞게 하여 무고한 자를 죽이지 않고 죄 없는 자를 무함하지 않음은 신이 빈서무만 못하니, 청컨대 대사리(大司理)로 세우십시오. 임금의 낯빛을 거스르며 나아가 간함에 반드시 충성스러워 죽음을 피하지 않고 부귀에 굽히지 않음은 신이 동곽아(東郭牙)만 못하니, 청컨대 대간(大諫)의 관으로 세우십시오. 이 다섯 사람은 이오가 하나도 미치지 못하나, 그러나 이오와 바꾸자 해도 이오는 하지 않을 것입니다. 임금께서 만약 나라를 다스리고 군대를 강하게 하고자 하시면 이 다섯 사람이 있고, 만약 패왕이 되고자 하시면 이오가 여기 있습니다." 환공이 말하였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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