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자 29 제분(制分)

관자(管子) · 제 관중 전 · 번역·감수 허유

용병에서 먼저 다투어야 할 것과, 첩보(耳目)를 활용하여 적을 아는 일을 논한 군사 편이다. 견고한 곳을 치지 말고 빈틈을 타라 하며, 다스림→부유함→강함→이김→제압함의 단계마다 마땅한 이치(器·事·數·理·分)가 있음을 밝혀 천하를 제압하는 데에는 분(分)이 있음을 말한다.

핵심 구절 — 원문과 번역

故善用兵者,無溝壘而有耳目。

(그러므로 용병을 잘하는 자는 도랑과 보루가 없어도 귀와 눈(첩보)이 있다.)

治國有器,富國有事,强國有數,勝國有理,制天下有分。

(나라를 다스림에는 기물이 있고, 나라를 부유케 함에는 일이 있으며, 나라를 강하게 함에는 셈이 있고, 나라를 이김에는 이치가 있으며, 천하를 제압함에는 분이 있다.)

번역

무릇 군대가 먼저 다투는 까닭은, 성인과 어진 선비를 높은 작위를 아껴서 두지 않고, 도술과 지능 있는 자를 관직을 아껴서 두지 않으며, 솜씨 있고 용력 있는 자를 무거운 녹을 아껴서 두지 않고, 귀 밝고 눈 밝은 자를 금과 재물을 아껴서 두지 않는 데 있다. 그러므로 백이(伯夷)·숙제(叔齊)는 죽는 날에야 이름이 있은 것이 아니라 그 앞선 행실이 많이 닦였던 것이요, 무왕(武王)은 갑자일(甲子) 아침에야 이긴 것이 아니라 그 앞선 정사가 많이 좋았던 것이다. 그러므로 작게 정벌함에 천 리를 두루 알고, 담장으로 두른 열 사람의 모임도 날마다 다섯 번 엿보며, 크게 정벌함에 천하를 두루 알아 날마다 한 번 엿본다. 금과 재물을 흩어 귀와 눈(첩보)을 쓴다. 그러므로 용병을 잘하는 자는 도랑과 보루가 없어도 귀와 눈이 있다. 군대는 경계를 부르짖지 않고 구차히 모이지 않으며 함부로 행하지 않고 억지로 나아가지 않는다. 경계를 부르짖으면 적이 경계하고, 구차히 모이면 무리가 쓰이지 못하며, 함부로 행하면 여러 졸병이 곤하고, 억지로 나아가면 날랜 군사가 꺾인다. 그러므로 무릇 용병하는 자는 견고함을 치면 막히고 틈을 타면 신묘하다. 견고함을 치면 견고한 자가 견고해지고, 틈을 타면 견고한 자도 [무너진다]. 그러므로 그 견고한 것을 견고하게 하니, 소 잡는 백정 탄(坦)이 아침에 아홉 마리 소를 가르고도 칼이 쇠를 자를 만한 것은 칼날이 틈을 노닐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천도(天道)가 행해지지 않으면 굽혀도 따르기에 부족하고, 사람 일이 거칠고 어지러우면 열로 백을 깨뜨리며, 기물의 대비가 행해지지 않으면 절반으로 갑절을 친다. 그러므로 군대를 다투는 자는 온전한 성과 못을 행하지 않고, 도가 있는 자는 임금 없는 곳을 행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그가 장차 이를 것을 아무도 알지 못하니 이르면 에워쌀 수 없고, 그가 장차 떠날 것을 아무도 알지 못하니 떠나면 그치게 할 수 없다. 적이 비록 많아도 그치게 하여 기다릴 수 없다. 다스림은 부유함으로 가는 길이나 다스려도 반드시 부유한 것은 아니니, 반드시 부유함의 일을 안 뒤에야 부유할 수 있다. 부유함은 강함으로 가는 길이나 부유해도 반드시 강한 것은 아니니, 반드시 강함의 셈을 안 뒤에야 강할 수 있다. 강함은 이김으로 가는 길이나 강해도 반드시 이기는 것은 아니니, 반드시 이김의 이치를 안 뒤에야 이길 수 있다. 이김은 제압함으로 가는 길이나 이겨도 반드시 제압하는 것은 아니니, 반드시 제압함의 분(分)을 안 뒤에야 제압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나라를 다스림에는 기물(器)이 있고, 나라를 부유케 함에는 일(事)이 있으며, 나라를 강하게 함에는 셈(數)이 있고, 나라를 이김에는 이치(理)가 있으며, 천하를 제압함에는 분(分)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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