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자 47 정세(正世)
세상을 바로잡으려면 먼저 국정·민속·치란의 근원을 살펴야 한다는 통치론이다. 위와 아래의 잘못을 가리고, 임금에게 승리(법을 세우고 영을 행함)가 가장 귀하며, 상벌의 두터움과 가벼움을 때와 풍속에 따라 달리해야 함을 논한다.
번역
옛날에 세상을 바로잡고 천하를 고르게 하려는 자는 반드시 먼저 국정을 살피고 사무를 헤아리며 민속을 살펴, 치란이 생기는 근본과 득실이 있는 데를 안 뒤에 일에 종사하였다. 그러므로 법을 세울 수 있고 다스림을 행할 수 있었다. 무릇 만민이 화합하지 않고 국가가 편안치 않음은, 잘못이 위에 있지 않으면 허물이 아래에 있다. 이제 임금이 거슬러 행하고 도를 닦지 않으며, 죽임을 이치로 하지 않고, 부세를 무겁게 거두어 백성의 재물을 얻으며, 부림을 급히 하여 백성의 힘을 지치게 하면, 재물이 다하면 침탈하지 않을 수 없고 힘이 지치면 게을러지지 않을 수 없다. 백성이 이미 침탈하고 게을러진 뒤에 법으로 좇아 죽이면, 이는 벌이 무거워도 어지러움이 더욱 일어난다. 무릇 백성이 수고로워 곤궁하고 모자라면 금함을 소홀히 하고 죄를 가벼이 여긴다. 이러하면 잘못이 위에 있다. 잘못이 위에 있는데 위가 변하지 않으면 만민이 그 목숨을 의탁할 데가 없다. 이제 임금이 형정을 가벼이 하고 백성을 너그럽게 하며 부세를 박하게 하고 부림을 늦추는데도 백성이 음란하고 조급하여 사사로움을 행하고 제도를 따르지 않으며, 지혜를 꾸미고 거짓을 부려 힘을 믿고 다투면, 이는 허물이 아래에 있다. 허물이 아래에 있는데 임금이 살피지 않고 변하면 사나운 사람을 이기지 못하고 사악한 어지러움이 그치지 않는다. 사나운 사람을 이기지 못하고 사악한 어지러움이 그치지 않으면 임금 된 자의 세력이 상하고 위엄이 날로 쇠한다. 그러므로 임금 된 자는 이김(勝)보다 귀한 것이 없다. 이른바 이김이란 법을 세우고 영을 행함을 이름이다. 법을 세우고 영을 행하므로 뭇 신하가 법을 받들어 직분을 지키고 백관이 떳떳함이 있으며, 법이 번거롭거나 숨지 않고 만민이 도탑고 성실하여 근본으로 돌아가 힘을 아낀다. 그러므로 상이 반드시 부리기에 족하고 위엄이 반드시 이기기에 족한 뒤에 아래가 따른다. 그러므로 옛날 이른바 밝은 임금이란 한 임금이 아니다. 그 상을 베풂에 박함도 있고 두터움도 있으며, 그 금함을 세움에 가벼움도 있고 무거움도 있어, 행적이 반드시 같지 않으니, 일부러 서로 반대함이 아니라 모두 때를 따라 변하고 풍속을 따라 움직인 것이다. 무릇 백성이 조급하고 행실이 치우치면 상을 두텁게 하지 않을 수 없고 금함을 무겁게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성인이 두터운 상을 베푸는 것은 사치가 아니요, 무거운 금함을 세우는 것은 모짊이 아니다. 상이 박하면 백성이 이로워하지 않고, 금함이 가벼우면 사악한 사람이 두려워하지 않는다. 사람이 이로워하지 않는 것을 베풀어 부리려 하면 백성이 힘을 다하지 않고, 사람이 두려워하지 않는 것을 세워 금하려 하면 사악한 사람이 그치지 않으니, 그러므로 법을 펴고 영을 내어도 백성이 따르지 않는다. 그러므로 상이 권하기에 족하지 못하면 사민(士民)이 쓰이지 않고, 형벌이 두려워하기에 족하지 못하면 사나운 사람이 금함을 가벼이 범한다. 백성이란 위엄과 죽임에 복종한 뒤에 따르고, 이익을 본 뒤에 쓰이며, 다스림을 입은 뒤에 바르게 되고, 편안할 곳을 얻은 뒤에 고요해지는 자다.
무릇 도적을 이기지 못하고 사악한 어지러움이 그치지 않아, 강한 자가 약한 자를 겁박하고 무리가 적은 자를 사납게 하는 것, 이는 천하가 근심하고 만민이 걱정하는 바다. 근심과 걱정이 없어지지 않으면 백성이 그 거처를 편안히 여기지 않고, 백성이 그 거처를 편안히 여기지 않으면 백성의 바람이 위에서 끊긴다. 무릇 이로움은 다스림보다 큰 것이 없고 해로움은 어지러움보다 큰 것이 없다. 무릇 오제 삼왕이 공을 이루고 이름을 세워 후세에 드러난 까닭은 천하를 위해 이로움을 이루고 해로움을 없앴기 때문이다. 일을 행함이 반드시 같지 않으나 힘쓰는 바는 하나다. 무릇 백성이 탐욕스럽고 행실이 조급한데 죽임과 벌이 가볍고 죄과를 들추지 않으면, 이는 음란을 기르고 사악함을 편하게 함이다.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도 실은 백성을 상하게 하는 데 합하니, 이 둘은 살피지 않을 수 없다. 무릇 도적을 이기지 못하면 양민이 위태롭고, 법금이 서지 못하면 간사함이 번성한다. 그러므로 일은 마땅한 일에 힘씀보다 급한 것이 없고, 다스림은 가지런함을 얻음보다 귀한 것이 없다. 백성을 제어함에 급하면 백성이 핍박당하고, 핍박당하면 군색하며, 군색하면 백성이 그 지킬 바를 잃는다. 늦추면 방종하고, 방종하면 음란하며, 음란하면 사사로움을 행하고, 사사로움을 행하면 공을 떠나며, 공을 떠나면 부리기 어렵다. 그러므로 다스림이 서지 못하는 까닭은 가지런함을 얻지 못함이니, 가지런함을 얻지 못하면 다스림이 행해지기 어렵다. 그러므로 백성을 다스리는 가지런함은 살피지 않을 수 없다.
성인은 치란의 도에 밝고 인사의 처음과 끝에 익숙한 자다. 그 백성을 다스림은 백성을 이롭게 하는 데서 그치기를 기약하므로 그 자리가 가지런하다. 옛것을 사모하지 않고 지금에 머무르지 않으며, 때와 더불어 변하고 풍속과 더불어 교화한다. 무릇 임금의 도는 이김보다 귀한 것이 없다. 이기므로 임금의 도가 서고, 임금의 도가 선 뒤에 아래가 따르며, 아래가 따르므로 가르침을 세우고 교화를 이룰 수 있다. 무릇 백성이 마음으로 복종하고 몸으로 따르지 않으면 예의의 글로 가르칠 수 없으니, 임금 된 자는 살피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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