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자 51 소문(小問)
제 환공과 관중의 여러 문답을 모은 글이다. 다스림·부국·전쟁·백성을 다스리는 도와, 유아(俞兒) 신을 알아본 일, 영척(甯戚)을 구한 일, 동곽우(東郭郵)가 거(莒) 정벌을 알아챈 일 등 일화를 담는다.
번역
환공이 관자에게 물었다. "다스리되 어지럽지 않고 밝되 가려지지 않으려면 어찌해야 하오?" 관자가 대답하였다. "분수를 밝히고 직분을 맡기면 다스려져 어지럽지 않고 밝아 가려지지 않습니다." 공이 말하였다. "나라를 부유하게 함은 어찌하오?" 관자가 대답하였다. "땅에 힘쓰고 때에 맞추어 움직이면 나라가 반드시 부유해집니다." 공이 또 물었다. "내가 넓은 인과 큰 의를 행하여 천하를 이롭게 하고자 하니 어찌하면 되겠소?" 관자가 대답하였다. "사나움을 베고 그릇됨을 금하며, 망한 것을 잇고 끊어진 것을 이으며 죄 없는 자를 사면하면, 인이 넓고 의가 큽니다." 공이 말하였다. "내가 들으니, 무릇 사나움을 베고 그릇됨을 금하며 죄 없는 자를 사면하는 자는 반드시 싸워 이기는 기구와 쳐서 빼앗는 술수가 있은 뒤에야 그리할 수 있다 하오." 공이 말하였다. "싸워 이기는 기구를 묻겠소." 관자가 대답하였다. "천하의 호걸을 가리고 천하의 정한 재목을 모으며 천하의 좋은 장인을 오게 하면 싸워 이기는 기구가 있습니다." 공이 말하였다. "쳐서 빼앗는 술수는 어떠하오?" 관자가 대답하였다. "그 대비를 헐고 그 쌓임을 흩으며 그 양식을 빼앗으면 굳은 성이 없습니다." 공이 말하였다. "그러면 그것을 취함은 어찌하오?" 관자가 대답하였다. "빌리고 예우하며 두텁게 하고 속이지 않으면 천하의 선비가 이릅니다." 공이 말하였다. "천하의 정한 재목을 오게 함은 어찌하오?" 관자가 대답하였다. "다섯이면 여섯으로 하고 아홉이면 열로 하여 헤아릴 수 없게 합니다." 공이 말하였다. "장인을 오게 함은 어찌하오?" 관자가 대답하였다. "세 곱이면 천 리도 멀다 않습니다." 환공이 말하였다. "내 이미 싸워 이기는 기구와 쳐서 빼앗는 술수를 알았소. 군대를 움직여 읍을 습격하되 거조에 선후를 알아 지리를 잃지 않으려면 어찌하오?" 관자가 대답하였다. "재물을 써서 지도를 살핍니다." 공이 말하였다. "들에서 싸워 반드시 이김은 어찌하오?" 관자가 대답하였다. "기이함으로 합니다." 공이 말하였다. "내가 천하를 두루 알고자 하니 어찌하오?" 관자가 대답하였다. "작은 것을 내가 모른다 하면 천하를 알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공이 말하였다. "지켜 싸우며 멀리 보는 데 근심이 있소. 무릇 백성이 반드시 죽지 않으면 더불어 지켜 싸우는 어려움에 나갈 수 없고, 반드시 미덥지 않으면 믿어 밖을 알 수 없소. 무릇 죽지 않을 백성을 믿어 지켜 싸우기를 구하고, 미덥지 않은 사람을 믿어 밖을 알기를 구하는 것, 이것이 용병의 세 가지 어두움이오. 백성으로 하여금 반드시 죽고 반드시 미덥게 함은 어찌하오?" 관자가 대답하였다. "세 근본(三本)을 밝힙니다." 공이 말하였다. "무엇을 세 근본이라 하오?" 관자가 대답하였다. "세 근본이란 하나는 고(固)요 둘은 존(尊)이요 셋은 질(質)입니다." 공이 말하였다. "무엇을 이름이오?" 관자가 대답하였다. "옛 나라와 부모와 무덤이 있는 곳, 이것이 고입니다. 밭과 집과 작록, 이것이 존입니다. 처자, 이것이 질입니다. 세 가지가 갖추어진 뒤에 그 위엄을 크게 하고 그 뜻을 날카롭게 하면, 백성이 반드시 죽되 나를 속이지 않습니다."
환공이 관자에게 백성 다스림을 물었다. 관자가 대답하였다. "무릇 백성을 다스리는 자는 반드시 그 병을 알아 덕으로 근심해 주고, 죄로 두렵게 하지 말며, 힘으로 멈추게 하지 말 것이니, 이 네 가지를 삼가면 백성을 다스리기에 족합니다." 환공이 말하였다. "과인이 그 선함을 보았으나 어찌 적다 하오?" 관중이 대답하였다. "무릇 적음은 나라 가진 자의 근심이 아닙니다. 옛날 천자가 가운데 서서 땅이 사방 천 리라도 네 가지 말이 다 갖추어졌으니 어찌 그것이 적겠습니까? 무릇 백성을 다스림에 그 병을 모르면 백성이 병들고, 덕으로 근심하지 않으면 백성이 원망이 많으며, 죄로 두렵게 하면 백성이 거짓이 많고, 힘으로 멈추게 하면 가는 자가 돌아오지 않고 오는 자가 사납게 막힙니다. 그러므로 성왕이 백성을 다스림은 그 많음에 있지 않습니다." 환공이 말하였다. "좋소. 그뿐이오? 이러하면 또 무엇으로 그것을 행하오?" 관중이 대답하였다. "성실과 신의를 지극히 하고 충성하며, 엄하되 예가 있게 함이니, 이 네 가지를 삼가는 것이 그것을 행하는 까닭입니다." 환공이 말하였다. "그 설을 듣겠소." 관자가 대답하였다. "신의란 백성이 믿는 것이요, 충성이란 백성이 따르는 것이며, 엄함이란 백성이 두려워하는 것이요, 예란 백성이 아름답게 여기는 것입니다. 옛말에 이르되, 명을 베풀어 변치 않음이 신의요, 바라지 않는 바를 남에게 베풀지 않음이 인이요, 안이 굳고 밖이 바름이 엄함이요, 성실하고 미덥게 사양함이 예라 하였습니다." 환공이 말하였다. "좋도다! 백성을 다스림에 무엇을 먼저 하오?" 관자가 대답하였다. "때로는 일을 먼저 하고, 때로는 정사를 먼저 하며, 때로는 덕을 먼저 하고, 때로는 용서를 먼저 합니다. 회오리바람과 모진 비가 사람을 해치지 않고 가뭄이 백성을 근심케 하지 않으며, 온 냇물이 길을 트고 해마다 곡식이 익으며 사들이고 빌림이 싸고 짐승이 사람과 더불어 모여 백성의 먹을 것을 먹되 백성이 역병 들지 않으면, 이때는 백성이 부유하고 교만합니다. 백성을 다스리는 자는 풍년에 잘 거두어 곳간을 채우고 늪과 못을 금하니, 이를 일로써 먼저 함이라 합니다. 형벌로 뒤따르고 예악으로 공경하여 그 음란함을 떨치니, 이를 정사로써 먼저 함이라 합니다. 회오리바람과 모진 비가 백성을 해치고 가뭄이 백성을 근심케 하며 해곡이 익지 않고 흉년에 사들이고 빌림이 비싸며 백성이 역병 들면, 이때는 백성이 가난하고 지칩니다. 백성을 다스리는 자는 곳간을 열고 산림과 늪과 못으로 그 재물을 함께하며, 일을 뒤로 하고 용서를 먼저 하여 그 지침을 떨치니, 이를 덕으로써 먼저 함이라 합니다. 그 거둠에 백성의 재물을 빼앗지 않고 그 베풂에 덕 있는 자를 잃지 않습니다. 위를 부유하게 하고 아래를 족하게 함, 이것이 성왕의 지극한 일입니다." 환공이 말하였다. "좋소."
환공이 관중에게 물었다. "과인이 패자가 되고자 하여 그대들의 공으로 이미 패자가 되었소. 이제 내가 왕 노릇 하고자 하니 가하겠소?" 관중이 대답하였다. "공께서 일찍이 숙아(叔牙)를 불러 물어보소서." 포숙(鮑叔)이 이르자 공이 또 물었다. 포숙이 대답하였다. "공께서 마땅히 빈서무(賓胥無)를 불러 물으소서." 빈서무가 종종걸음으로 나아가자 공이 또 물었다. 빈서무가 대답하였다. "옛 왕자는 그 임금이 넉넉하고 그 신하가 본받았는데, 이제 임금의 신하가 넉넉합니다." 공이 머뭇거리며 멀어지고 그대들이 천천히 나아갔다. 공이 말하였다. "옛날 태왕이 어질고 왕계가 어질며 문왕이 어질고 무왕이 어질었소. 무왕이 은을 쳐 이기고 칠 년 만에 붕어하니, 주공 단이 성왕을 도와 천하를 다스려 겨우 사해 안을 제어하였소. 이제 과인의 자식이 과인만 못하고 과인이 그대들만 못하니, 이로 보건대 내가 왕 노릇 못할 것이 분명하오."
환공이 말하였다. "내가 백성을 이기고자 하니 어찌하오?" 관중이 대답하였다. "이는 임금의 말이 아닙니다. 백성을 이기기는 쉬우나, 무릇 백성을 이기는 도는 천하의 큰 도가 아닙니다. 임금이 백성을 이기고자 하면 유사로 하여금 옥사를 성기게 하여 아뢰고 죄 있는 자를 갚게 하며, 자주 살펴 엄히 죽이면 백성을 이깁니다. 그러나 백성을 이기는 도는 천하의 큰 도가 아닙니다. 백성으로 하여금 공을 두려워하되 친히 보이지 않게 하면 화가 빨리 몸에 미치니, 비록 능해도 오래가지 못하면 사람이 가져 아무도 죽이지 않는 이가 없으니, 위태롭도다! 임금의 나라가 위태롭소!"
환공이 마구간을 보다가 마구간 관리에게 물었다. "마구간에서 무슨 일이 가장 어려운가?" 마구간 관리가 대답하지 못하자 관중이 대답하였다. "제가 일찍이 말 기르는 일을 한 적이 있는데, 말 우리에 나무를 대는 일이 가장 어렵습니다. 먼저 굽은 나무를 대면 굽은 나무가 또 굽은 나무를 구하여, 굽은 나무를 이미 대면 곧은 나무를 쓸 데가 없습니다. 먼저 곧은 나무를 대면 곧은 나무가 또 곧은 나무를 구하여, 곧은 나무를 이미 대면 굽은 나무 또한 쓸 데가 없습니다."
환공이 관중에게 말하였다. "내가 복종하지 않는 큰 나라를 치고자 하니 어찌하오?" 관중이 대답하였다. "먼저 사방 경계 안을 사랑한 뒤에 경계 밖의 선하지 않은 자를 미워할 수 있고, 먼저 경대부의 집을 안정시킨 뒤에 이웃의 적국을 위태롭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선왕은 반드시 두는 것이 있은 뒤에 폐하는 것이 있고, 반드시 이로움이 있은 뒤에 해로움이 있습니다." 환공이 자리에 올라 사(社)에 피를 바르고 기도를 막게 하니, 축관 부(鳧)와 이비(已疪)가 제육을 바쳤다. 빌어 말하였다. "임금의 모진 병을 없애되 그대의 헛됨이 많고 실함이 적게 하소서." 환공이 기뻐하지 않고 눈을 감고 축관 부와 이비를 보았다. 축관 부와 이비가 술을 받아 제사하며 말하였다. "또 임금의 어짊과 더불어 하소서." 환공이 노하여 죽이려다 아직 못하고 관중에게 알렸다. 관중이 이에 환공이 패자가 될 만함을 알았다.
환공이 말을 탔는데 범이 바라보고 엎드렸다. 환공이 관중에게 물었다. "이제 과인이 말을 타니 범이 과인을 바라보고 감히 가지 못하니 그 까닭이 무엇이오?" 관중이 대답하였다. "생각건대 임금께서 박마(駮馬)를 타고 빙빙 돌며 해를 맞아 달리셨습니까?" 공이 말하였다. "그렇소." 관중이 대답하였다. "이는 박(駮)의 형상입니다. 박은 범과 표범을 먹으므로 범이 의심한 것입니다." 초가 거(莒)를 치자 거 임금이 사람을 보내 제에 구원을 청하니, 환공이 구원하려 하였다. 관중이 말하였다. "임금께서는 구원하지 마소서." 공이 말하였다. "그 까닭이 무엇이오?" 관중이 대답하였다. "신이 그 사자와 말함에 세 번 그 임금을 욕했으나 낯빛이 변하지 않았고, 신이 관리로 하여금 그 예를 채우지 않게 하여 세 번 다그쳤으나 그 사자가 죽음으로 다투었습니다. 거 임금은 소인이니 임금께서는 구원하지 마소서." 환공이 과연 구원하지 않아 거가 망하였다. 환공이 봄 석 달에 들에서 놀았다. 환공이 말하였다. "무슨 물건이 군자의 덕에 견줄 만한가?" 습붕(隰朋)이 대답하였다. "무릇 곡식은 안으로 껍질을 두르고 처하며 가운데 둥근 성이 있고 밖에 칼날이 있으나, 감히 스스로 믿지 않고 스스로 이름하여 속(粟)이라 하니, 이것이 군자의 덕에 견줄 만합니다." 관중이 말하였다. "싹이 어릴 적에는 아른아른하니 어찌 그리 어린아이 같으며, 자랄 적에는 씩씩하니 어찌 그리 선비 같고, 이룰 적에는 늠름하여 이에 면하니 어찌 그리 군자 같습니까. 천하가 그것을 얻으면 편안하고 얻지 못하면 위태로우므로 이름하여 화(禾)라 하니, 이것이 군자의 덕에 견줄 만합니다." 환공이 말하였다. "좋소."
환공이 북으로 고죽을 치는데, 비이의 골짜기에 십 리를 못 미쳐 문득 멈추어 눈을 부릅뜨고 보며 활을 당겨 쏘려다 당기고도 감히 쏘지 못하였다. 좌우에게 일러 말하였다. "이 앞사람이 보이는가?" 좌우가 대답하였다. "보이지 않습니다." 공이 말하였다. "일이 이루어지지 못하겠구나! 과인이 크게 미혹되었다. 이제 과인이 사람을 보니 키가 한 자인데 사람의 모양이 갖추어지고 갓을 쓰고 오른쪽 옷을 걷고 말 앞에서 빨리 달리니, 일이 이루어지지 못하겠구나! 과인이 크게 미혹되었다. 어찌 이런 사람이 있겠는가?" 관중이 대답하였다. "신이 들으니 산에 오르는 신에 유아(俞兒)라는 자가 있어 키가 한 자인데 사람의 모양이 갖추어졌다 합니다. 패왕의 임금이 일어나 산에 오르면 신이 나타나 말 앞에서 빨리 달리니 길을 안내함이요, 옷을 걷음은 앞에 물이 있음을 보임이며, 오른쪽 옷을 걷음은 오른쪽으로 건너야 함을 보임입니다." 비이의 골짜기에 이르니 물길을 돕는 자가 있어 말하였다. "왼쪽으로 건너면 그 깊이가 갓에 미치고, 오른쪽으로 건너면 그 깊이가 무릎에 이릅니다. 오른쪽으로 건너면 크게 건넙니다." 환공이 서서 말 앞에서 관중에게 절하며 말하였다. "중보(仲父)의 성스러움이 이에 이르렀는데 과인이 죄를 짊어진 지 오래되었소." 관중이 대답하였다. "제가 들으니 성인은 형체 없는 것을 미리 안다 하는데, 이제 이미 형체가 있은 뒤에 알았으니 신은 성인이 아니라 가르침을 잘 받든 것입니다."
환공이 관중에게 영척(甯戚)을 구하게 하였다. 영척이 응하여 말하였다. "넓고 넓도다!" 관중이 알지 못하여 한낮 식사에 이르도록 그것을 헤아렸다. 계집종이 말하였다. "공께서는 무엇을 헤아리십니까?" 관중이 말하였다. "네가 알 바 아니다." 계집종이 말하였다. "공께서는 작다 하여 가벼이 여기지 마시고 천하다 하여 천히 여기지 마소서. 옛날 오(吳)와 간(干)이 싸울 때 이를 갈지 않은 자는 군문에 들 수 없었는데, 국자(國子)가 그 이를 뽑고 마침내 들어가 간국을 위해 많은 공을 세웠습니다. 백리해(百里奚)는 진나라의 소 먹이던 자였는데 목공이 들어 재상 삼아 마침내 제후의 패자가 되었습니다. 이로 보건대 천하다 어찌 천히 여기며 작다 어찌 가벼이 여기겠습니까!" 관중이 말하였다. "그렇다. 공께서 나로 하여금 영척을 구하게 하셨는데 영척이 내게 응하여 '넓고 넓도다' 하니 내가 알지 못한다." 계집종이 말하였다. "《시(詩)》에 이런 것이 있습니다. '넓고 넓은 것은 물이요, 한가로운 것은 물고기로다. 집이 없으니 어찌 나를 불러 거하게 하리오.' 영자는 집을 두고자 함이 아니겠습니까?"
환공이 관중과 문을 닫고 거를 칠 것을 꾀하여 아직 발하지 않았는데 이미 나라에 들렸으니 그 까닭이 무엇인가? 관중이 말하였다. "나라에 반드시 성인이 있습니다." 환공이 말하였다. "그렇다. 무릇 부역하는 자 중에 자리와 음식을 들고 위를 보는 자가 있었으니 반드시 그자가 아니겠는가?" 이에 그를 다시 부역하게 하고 서로 대신하지 못하게 하였다. 조금 뒤에 동곽우(東郭郵)가 이르자 환공이 안내자로 하여금 맞아 올리게 하여 더불어 계단을 나누어 올라 물었다. 말하였다. "그대가 거를 친다고 말한 자인가?" 동곽우가 말하였다. "그렇습니다. 신입니다." 환공이 말하였다. "과인이 거를 친다 말하지 않았는데 그대가 거를 친다 말하니 그 까닭이 무엇인가?" 동곽우가 대답하였다. "신이 들으니 군자는 잘 꾀하고 소인은 잘 헤아린다 하니, 신이 그것을 헤아린 것입니다." 환공이 말하였다. "그대가 무엇으로 헤아렸는가?" 동곽우가 말하였다. "무릇 흔연히 기뻐 즐거워함은 종과 북의 빛이요, 깊고 맑고 고요함은 상복의 빛이며, 그득히 차서 손발이 움직임은 병갑의 빛입니다. 지난날 신이 두 임금이 누대 위에 계심을 보니, 입이 열려 닫히지 않으니 이는 거를 말함이요, 손을 들어 가리키니 형세가 거를 향함입니다. 또 신이 작은 나라 제후 중 복종하지 않는 자를 보니 오직 거뿐입니다. 그러므로 신이 거를 친다 하였습니다." 환공이 말하였다. "좋도다. 은미함으로 밝음을 쏨이 이를 이름이로다! 그대는 앉으라. 과인이 그대와 함께하겠다."
손이 제 환공을 뵙고자 하여 상관(上官)에 벼슬하고 천종(千鍾)의 녹을 받기를 청하였다. 공이 관중에게 알리니 말하였다. "임금께서 주소서." 손이 듣고 말하였다. "신은 벼슬하지 않겠습니다." 공이 말하였다. "무슨 까닭인가?" 대답하였다. "신이 들으니 사람으로 사람을 취하는 자는 사람을 버릴 때도 사람을 쓴다 하니, 저는 벼슬하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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