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자 57 도지(度地)
제 환공이 지형을 헤아려 나라를 세우는 도를 묻자, 관중이 다섯 해(五害) 중 으뜸인 수해(水害)를 다스리는 치수(治水)의 방법과 사철에 따른 토목공사의 마땅함을 논한 문답이다.
번역
옛날 환공이 관중에게 물었다. "과인이 지형을 헤아려 나라를 세우는 일을 묻노니, 어찌하면 되겠소?" 관중이 대답하였다. "제가 들으니, 패왕이 될 수 있는 자는 천자요 성인입니다. 그러므로 성인이 나라에 처함은 반드시 기울지 않는 땅이라야 하며, 지형이 기름진 곳을 가려 산을 등지고 좌우에 경수(經水)나 못이 흐르며, 안으로 도랑의 물길을 내어 큰 냇물을 따라 흘려보냅니다. 이에 그 하늘이 낸 재목과 땅이 낸 이로움으로 그 사람을 기르고 육축을 키웁니다. 천하 사람이 모두 그 덕에 돌아오고 그 의를 은혜로 여기면, 이에 따로 마름질하여 결단합니다. 주(州)는 술(術)이라 하고 술에 못 미치는 것은 이(里)라 하니, 그러므로 백 집이 이가 되고 이 열이 술이 되며 술 열이 주가 되고 주 열이 도(都)가 되며 도 열이 패국(霸國)이 되니, 패국만 못한 것은 나라라 하여 천자를 받듭니다. 천자가 만 제후를 두니 그 가운데 공·후·백·자·남이 있고 천자가 가운데 처합니다. 이를 하늘의 굳음을 인하고 땅의 이로움에 돌아온다 하니, 안으로 성을 만들고 성 밖에 곽을 만들며 곽 밖에 토랑(土閬)을 만들고, 땅이 높으면 도랑을 파고 낮으면 둑을 쌓아, 이름하여 금성(金城)이라 합니다. 가시나무를 심어 위로 서로 얽히게 함은 견고히 하는 까닭입니다. 해마다 늘려 손보기를 그치지 않고 때마다 늘려 손보기를 그치지 않으면 복이 자손에 미칩니다. 이를 사람이 만세토록 다함없는 이로움이라 하니, 임금이 지킬 보배입니다." 환공이 말하였다. "다섯 해(五害)의 설을 듣기 원하오." 관중이 대답하였다. "물이 한 해요, 가뭄이 한 해요, 바람·안개·우박·서리가 한 해요, 돌림병이 한 해요, 벌레가 한 해니, 이를 다섯 해라 합니다. 다섯 해 가운데 물이 가장 큽니다. 다섯 해가 이미 없어지면 사람을 다스릴 수 있습니다." 환공이 말하였다. "수해를 듣기 원하오." 관중이 대답하였다. "물에 크고 작음이 있고 또 멀고 가까움이 있습니다. 산에서 나와 바다로 흘러드는 것을 경수(經水)라 하고, 다른 물에서 갈려 큰물과 바다로 드는 것을 지수(枝水)라 하며, 산의 도랑에 하나는 물이 있고 하나는 물이 없는 것을 곡수(谷水)라 하고, 다른 물과 도랑에서 나와 큰물과 바다로 흐르는 것을 천수(川水)라 하며, 땅에서 나오되 흐르지 않는 것을 연수(淵水)라 합니다. 이 다섯 물은 그 이로움을 따라 가게 함도 가하고 인하여 막음도 가하나, 오래 떳떳이 하지 않으면 위태로움이 있습니다." 환공이 말하였다. "물을 막아 동서남북으로 가게 하고 높이 가게 할 수 있소?" 관중이 대답하였다. "가합니다. 무릇 물의 성질은 높은 데서 낮은 데로 가면 빨라 돌에 부딪치고, 낮은 데서 높은 데로 향하면 머물러 가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그 위 머리를 높여 물받이로 받되 한 자에 십분의 삼을 하고, 이가 사십구에 차면 물이 갈 수 있습니다. 이에 그 길을 굽혀 멀리하여 형세로 흐르게 합니다. 물의 성질은 굽은 데 이르면 반드시 머물러 물러나고, 차면 뒤가 앞을 밀며, 땅이 낮으면 평평히 흐르고 땅이 높으면 당겨집니다. 굽은 데를 막으면 부딪쳐 무너지고, 굽은 데를 격동시키면 뛰며, 뛰면 기울고, 기울면 두르며, 두르면 가운데로 가고, 가운데로 가면 잠기며, 잠기면 막히고, 막히면 옮기며, 옮기면 당겨지고, 비면 물이 함부로 가며, 물이 함부로 가면 사람을 상하고, 사람을 상하면 곤하며, 곤하면 법을 가벼이 하고, 법을 가벼이 하면 다스리기 어려우며, 다스리기 어려우면 효도하지 않고, 효도하지 않으면 신하 노릇 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다섯 해의 무리, 상하여 죽이는 부류는 화와 복이 같습니다. 이 다섯을 대비할 줄 알면 임금이 천지가 됩니다."
환공이 말하였다. "다섯 해를 대비하는 도를 묻겠소." 관자가 대답하였다. "다섯 해의 설을 없앰은 물로 시작하기를 청합니다. 수관(水官)을 두기를 청하니, 물에 익숙한 자로 이(吏)·대부·대부의 보좌 각 한 사람을 삼고, 부의 교장(校長)과 관좌(官佐)를 재량껏 족히 두며, 물의 좌우에 각 한 사람을 취하여 도장(都匠)과 수공(水工)을 삼아 물길을 다니게 합니다. 성곽·둑·내·도랑·못과 관부·절·집과 주(州) 안에 마땅히 손볼 것은 군졸을 주어 재력을 족하게 합니다. 영을 내리되, 늘 가을 한 해 끝의 때에 그 백성을 점검하여 집과 사람을 헤아려 땅에 견주고, 십오(什伍)와 식구 수를 정하며 남녀 노소를 가립니다. 쓸 수 없는 자는 곧 면하고, 고질병으로 일 못하는 자는 헤아리며, 일을 줄일 수 있는 자는 반만 일 시킵니다. 아울러 행하여 갑사(甲士)로 병기를 받을 수를 정하여 그 도(都)에 올립니다. 도가 아래에 임하여 남고 모자라는 곳을 보아 곧 수관에 내립니다. 수관도 갑사로 병기를 받을 수를 삼아, 삼로(三老)와 이(里)의 유사와 오장(伍長)과 더불어 마을을 다니며, 부모를 따라 물 대비할 기구를 갖추었는지 살핍니다. 겨울 일 없는 때에 광주리와 삽과 판축을 열에 여섯, 흙수레를 열에 하나, 비올 때 쓰는 수레를 열에 둘, 밥그릇을 두 벌씩 사람마다 두게 합니다. 마을 안에 단단히 갈무리하여 상사(喪事) 기구로 줍니다. 뒤에 늘 수관의 관리와 도장으로 하여금 삼로와 이의 유사와 오장을 따라 살피게 합니다. 늘 초하루에 비로소 나가 갖춤을 점검하여 온전하고 굳은 것을 취하며 낡은 것을 깁고 나쁜 것을 버립니다. 늘 겨울 일 적은 때에 갑사로 하여금 번갈아 섶을 더하여 물가에 쌓되 주의 대부가 거느려 오직 때를 늦추지 말게 합니다. 그 섶을 쌓음은 일이 이미 끝남으로 하고, 그 흙일을 함은 일이 아직 일어나지 않음으로 합니다. 천지가 화하여 고르고 해가 길고 오래니, 이로 보면 그 이로움이 백 배입니다. 그러므로 늘 일 없을 때 기구를 갖추고 일 없을 때 씁니다. 물이 늘 제어될 수 있어 무너지지 않게 하니, 이를 본디 대비가 있어 미리 갖춘 자라 합니다."
환공이 말하였다. "어느 때에 그것을 해야 하오?" 관자가 말하였다. "봄 석 달은 천지가 마르고 물이 줄어드는 때입니다. 산천이 마르고 하늘 기운이 내리며 땅 기운이 올라 만물이 사귀어 통합니다. 그러므로 일이 이미 끝나고 새 일이 아직 일어나지 않으며 초목의 싹이 나 먹을 만하고, 추위와 더위가 고르며 밤낮이 나뉩니다. 나뉜 뒤에는 밤이 날로 짧아지고 낮이 날로 길어지니, 토목공사에 이롭습니다. 흙이 이에 더 굳으니, 갑사로 하여금 큰물 곁에 둑을 쌓되 그 아래를 크게 하고 위를 작게 하여 물을 따라 가게 합니다. 풀이 나지 않는 땅은 반드시 주머니를 만들고, 큰 것은 둑을 만들며 작은 것은 방죽을 만들어 물을 끼고 네 길을 내면 곡식이 상하지 않습니다. 해마다 더하고 가시나무를 심어 그 땅을 굳히며 측백나무와 버드나무를 섞어 둑 터짐을 대비합니다. 백성이 그 넉넉함을 얻으니 이를 흐르는 기름이라 합니다. 가난한 자를 내려보내 지키게 하고 곳곳에 경계를 삼으면 무너지지 않게 할 수 있습니다. 여름 석 달은 천지의 기운이 왕성하여 큰 더위가 이르고 만물이 영화롭게 핍니다. 빨리 김매어 잡초를 죽임에 이로우나, 부리는 일은 어지럽히려 하지 않으니 이름하여 자라지 않음이라 합니다. 토목공사에 이롭지 않으니 농사를 놓습니다. 이로움이 다 십분의 오를 덜고 토목이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가을 석 달은 산천의 온갖 샘이 솟고 비가 내리며 산물이 나오고 바닷길이 막히며 비와 이슬이 잇닿고 천지가 들고 납니다. 빨리 거두어들이되 머물지 않게 함에 이로우니, 하루를 묶으면 백날을 먹습니다. 백성은 남녀 없이 다 들에서 일하니 토목공사에 이롭지 않습니다. 젖음이 날로 생기고 흙이 약하여 이루기 어려우니, 이로움이 십분의 육을 덜고 토목의 일이 또한 서지 못합니다. 겨울 석 달은 천지가 닫아 갈무리하고 더위와 비가 그치며 큰 추위가 일고 만물이 여뭅니다. 빈 틈을 메우고 변경의 성을 손보며 곽의 길을 바르고 도량을 평평히 하며 저울을 바로 하고 옥을 비우며 곳간을 채움에 이롭습니다. 임금은 풍악을 닦아 신명과 서로 바라봅니다. 무릇 한 해의 일이 끝납니다. 공 있는 자를 들고 어진 이에게 상 주며 죄 있는 자를 벌하고 유사의 관리를 옮겨 차례 매깁니다. 토목공사에 이롭지 않으니 이로움이 십분의 칠을 덜고 흙이 굳어 서지 못합니다. 낮이 날로 짧고 밤이 날로 기니 방을 짓기에 이로우나 대청을 짓기에 이롭지 않습니다. 사철을 얻으면 네 해(四害)가 다 복종합니다." 환공이 말하였다. "과인이 어리석어 네 해의 복종함을 모르니 어찌하오?" 관중이 대답하였다. "겨울에 토목공사를 하여 땅의 갈무리를 발하면 여름에 모진 비가 많고 가을 장마가 그치지 않습니다. 봄에 마른 뼈와 썩은 등마루를 거두지 않고 마른 나무를 베어 없애지 않으면 여름 가뭄이 이릅니다. 여름에 큰 이슬과 들 안개가 있어 온갖 풀에 내려 사람이 캐어 먹으면 사람을 상하여 사람이 병이 많고 그치지 않으니, 백성이 이에 두려워합니다. 임금은 다섯 관청의 관리와 삼로·이의 유사·오장으로 하여금 마을을 다니며 순히 하게 하고, 집집이 불을 피워 따뜻이 하며 그 밭과 궁중에 다 우물을 덮어 독이 아래로 내려 그릇에 미치지 않게 하니, 마시면 사람을 상합니다. 아래에 벌레가 있어 곡식을 상합니다. 무릇 하늘 재앙이 내림에 군자는 삼가 피하므로 열에 여덟아홉을 죽지 않습니다. 큰 추위와 큰 더위, 큰바람과 큰비가 그 이름이 때 아닌 것, 이를 네 형(四刑)이라 합니다. 혹 만나 죽고 혹 만나 사니, 군자는 피합니다. 이 또한 사람을 상합니다. 그러므로 관리란 순함을 가르치는 까닭이요, 삼로·이의 유사·오장이란 본보기가 되는 까닭입니다. 다섯이 이미 갖추어지면 백성이 원하는 자가 없어 그 마침을 원합니다. 그러므로 늘 겨울날에 삼로·이의 유사·오장을 따라 겨울에 상벌하여 각기 그 상에 응하고 그 벌에 복종하게 하니, 다섯이 해할 수 없으면 임금의 법이 범하여집니다(지켜집니다). 이는 백성에게 보여 보기 쉬우므로 백성이 견주지 않습니다."
환공이 말하였다. "무릇 한 해 가운데 열두 달에 토목공사를 하되 때가 있으면 하고 때 아니면 무너지니, 장차 무엇으로 그것을 기다리오?" 관중이 대답하였다. "늘 수관의 관리로 하여금 겨울에 둑을 다니며 다스릴 만한 것은 표시하여 도에 올리고, 도는 봄 일 적을 때 그것을 합니다. 이미 한 뒤에 늘 살펴 다닙니다. 둑이 무너짐이 있거나 큰비가 내리면 각기 그 곳을 지키고, 다스릴 만한 것은 빨리 다스립니다. 노예를 주어 큰비에 대비하고, 둑에 옷 입힐 만한 것은 옷 입히며 부딪치는 물에 막을 만한 것은 막아, 한 해 내내 무너지지 않음으로 일을 삼으니, 이를 늘 때에 대비함이라 합니다. 화가 어디서 오겠습니까? 그러한 까닭은, 홀로 물이 흙을 무릅쓰고 절로 막혀 흐르는 것은 강과 하수를 이름이니, 해마다 그 둑을 높임은 잠기지 않게 하는 까닭입니다. 봄과 겨울에는 가운데서 흙을 취하고 가을과 여름에는 밖에서 흙을 취하니, 흐린 물이 들어와도 무너뜨리지 못합니다." 환공이 말하였다. "좋소. 중보가 과인에게 말씀하심이 다하였소. 그러면 과인은 무엇을 하리오? 빨리 과인을 위해 곁 신하를 가르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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