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자 66 판법해(版法解)

관자(管子) · 제 관중 전 · 번역·감수 허유

제7편 〈판법(版法)〉의 경문을 풀이한 해설편이다. 판법이란 천지의 자리를 본받고 사시의 운행을 본떠 천하를 다스리는 법이다. 군주가 마음(天植)을 바르게 하고 위엄과 이로움의 권병(權柄)을 오로지 잡으며, 상벌을 공정히 하고 겸애와 베풂으로 백성을 친하게 하는 도리를 설명한다.

핵심 구절 — 원문과 번역

治之本二:一曰人,二曰事。人欲必用,事欲必工。

다스림의 근본은 둘이니, 하나는 사람이요 둘은 일이다. 사람은 반드시 쓰이기를 바라고 일은 반드시 공교하기를 바란다.

與天下同利者,天下持之;擅天下之利者,天下謀之。

천하와 이로움을 함께하는 자는 천하가 붙들고, 천하의 이로움을 독차지하는 자는 천하가 도모한다.

번역

판법(版法)이란 천지의 자리를 본받고 사시의 운행을 본떠 천하를 다스리는 것이다. 사시의 운행에는 추위가 있고 더위가 있으니 성인이 본받아 문(文)이 있고 무(武)가 있으며, 천지의 자리에는 앞이 있고 뒤가 있으며 왼쪽이 있고 오른쪽이 있으니 성인이 본받아 경기(經紀)를 세운다. 봄은 왼쪽에서 낳고 가을은 오른쪽에서 죽이며 여름은 앞에서 자라고 겨울은 뒤에서 갈무리한다. 낳고 자라는 일은 문이요 거두고 갈무리하는 일은 무이다. 그러므로 문의 일은 왼쪽에 있고 무의 일은 오른쪽에 있으니, 성인이 본받아 법령을 행하고 일의 이치를 다스린다. 무릇 법으로 일하는 자는 잡아 지킴에 바르지 않을 수 없다. 잡아 지킴이 바르지 않으면 다스림을 들음이 공정하지 않고, 공정하지 않으면 다스림이 이치를 다하지 못하며 일이 응함을 다하지 못한다. 다스림이 이치를 다하지 못하면 멀고 미천한 자가 하소연할 곳이 없고, 일이 응함을 다하지 못하면 공리가 다 일어나지 못한다. 공리가 다 일어나지 못하면 나라가 가난해지고, 멀고 미천한 자가 하소연할 곳이 없으면 아래가 흩어진다. 그러므로 "무릇 장차 일을 세우려면 저 천식(天植, 하늘이 심은 것)을 바로 하라"고 하였다. 천식이란 마음이다. 천식이 바르면 가까운 친척을 사사로이 하지 않고 먼 자를 박대하지 않는다. 가까운 친척을 사사로이 하지 않고 먼 자를 박대하지 않으면 빠진 이로움이 없고 숨은 다스림이 없다. 빠진 이로움이 없고 숨은 다스림이 없으면 일이 일어나지 않음이 없고 사물이 빠짐이 없다. 하늘의 마음을 보려면 바람과 비로 밝힌다. 그러므로 "바람과 비가 어김이 없어 멀고 가까움, 높고 낮음이 각기 그 이음을 얻는다"고 하였다.

만물이 하늘을 높이고 바람과 비를 귀히 함은, 하늘을 높임은 명을 받지 않음이 없기 때문이요 바람과 비를 귀히 함은 바람을 기다려 움직이고 비를 기다려 적시지 않음이 없기 때문이다. 만약 만물이 하늘을 놓고 다시 명을 받을 곳이 있고 바람을 놓고 다시 움직임을 우러를 곳이 있으며 비를 놓고 다시 적심을 우러를 곳이 있으면, 하늘을 높이고 바람과 비를 귀히 할 까닭이 없다. 이제 군주가 높여지고 편안한 까닭은 그 위엄이 서고 명령이 행해지기 때문이다. 그 위엄을 세우고 명령을 행할 수 있는 까닭은 그 위엄과 이로움의 권병이 군주에게 있지 않음이 없기 때문이다. 만약 위엄과 이로움의 권병이 오로지 군주에게 있지 않고 나뉘어 흩어지면, 군주는 날로 가벼워지고 위엄과 이로움이 날로 쇠하니 침범당하는 길이다. 그러므로 "세 가지 벼리(三經)가 이미 닦이면 임금이 이에 나라를 가진다"고 하였다.

여름의 자람을 타서 형벌과 상을 살펴 다스리되 반드시 경기를 밝힌다. 의를 펴고 법을 세워 이치로 일을 결단하며 기운을 비우고 마음을 평온히 하여 노여움과 기쁨을 버린다. 만약 법을 배반하고 명령을 버려 노여움과 기쁨으로 행하면 화란이 이에 생기고 윗자리가 위태롭다. 그러므로 "기쁨으로 상 주지 말고 노여움으로 죽이지 말라. 기쁨으로 상 주고 노여움으로 죽이면 원망이 이에 일어나 명령이 폐한다. 자주 명령해도 행해지지 않으면 민심이 이에 밖으로 향한다. 밖에 무리가 있으면 화가 이에 싹튼다. 무리가 분노하는 바는 적은 수로 도모할 수 없다"고 하였다. 겨울에 이미 갈무리를 닫아 온갖 일이 다 그치고 지난 일이 다 올라 올 일이 아직 일어나지 않는다. 겨울에 일이 없을 때 처음과 끝을 삼가 살피고 일의 이치를 살핀다. 일에는 먼저 쉽고 뒤에 어려운 것이 있고, 처음엔 보잘것없으나 끝내 미칠 수 없는 것이 있으니, 이것이 늘 이로움이 일어나지 못하는 까닭이요 일이 곤한 까닭이다. 일이 먼저 쉬운 것은 사람이 가벼이 행하니, 가벼이 행하면 반드시 어려이 이룰 일에 곤하다. 처음 보잘것없는 것은 사람이 가벼이 버리니, 가벼이 버리면 반드시 미칠 수 없는 공을 잃는다. 무릇 자주 어려이 이룰 일에 곤하고 때로 미칠 수 없는 공을 잃음은 쇠하고 닳는 길이다. 그러므로 밝은 임금은 일의 이치를 살피고 처음과 끝을 삼가 보아, 함에 반드시 그 이룰 바를 알고 이룸에 반드시 그 쓸 바를 알며 씀에 반드시 그 이해를 안다. 하면서 이룰 바를 모르고 이루면서 쓸 바를 모르며 쓰면서 이해를 모름을 망령된 거사(妄舉)라 한다. 망령된 거사는 그 일이 이루어지지 않고 그 공이 서지 않는다. 그러므로 "아름다운 것을 들 때는 반드시 그 끝을 보고, 미운 것을 폐할 때는 반드시 그 궁함을 헤아리라"고 하였다. 무릇 임금이란 백성에게 예의가 있기를 바란다. 백성에게 예의가 없으면 상하가 어지럽고 귀천이 다툰다. 그러므로 "힘쓰고 공경함을 권하여 드러내고, 공 있는 자에게 녹을 주어 권하며, 이름 있는 자에게 작위와 귀함을 주어 빛나게 하라"고 하였다.

무릇 임금이란 무리가 위를 친하여 뜻에 향하기를 바라고 그 일을 맡음이 임무를 이기기를 바란다. 그러나 무리는 사랑하지 않으면 친하지 않고 친하지 않으면 밝지 않으며 가르쳐 순하게 하지 않으면 뜻에 향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밝은 임금은 겸애로 친하게 하고 가르침을 밝혀 순하게 인도하며, 그 형세를 편케 하고 그 대비를 이롭게 하며 그 힘을 아껴 그 때를 빼앗지 않음으로써 이롭게 한다. 이러면 무리가 위를 친하여 뜻에 향하고 일을 맡음이 임무를 이긴다. 그러므로 "겸애하여 빠뜨림이 없음을 임금의 마음이라 한다. 반드시 먼저 가르침에 순하면 만민이 바람에 향한다. 아침저녁으로 이롭게 하면 무리가 이에 임무를 이긴다"고 하였다.

다스림의 근본은 둘이니, 하나는 사람이요 둘은 일이다. 사람은 반드시 쓰이기를 바라고 일은 반드시 공교하기를 바란다. 사람에게는 거스름과 순함이 있고 일에는 헤아림이 있다. 사람 마음이 거스르면 사람이 쓰이지 않고 헤아림을 잃으면 일이 공교하지 않다. 일이 공교하지 않으면 상하고 사람이 쓰이지 않으면 원망한다. 그러므로 "사람을 취함은 자기로써 하고 일을 이룸은 바탕으로써 하라"고 하였다. 일을 바탕으로 이룬다 함은 헤아림을 씀이요, 사람을 자기로 취한다 함은 헤아려 용서하여 행함이다. 헤아려 용서함이란 자기에게 헤아림이니, 자기가 편치 않은 바를 남에게 베풀지 않음이다. 그러므로 "재물 씀을 살피고 베풂과 갚음을 삼가며 헤아림을 살피라"고 하였다. 그러므로 재물 씀은 인색할 수 없고 힘 씀은 괴롭게 할 수 없다. 재물 씀이 인색하면 허비되고 힘 씀이 괴로우면 수고롭다. 어찌 그러함을 아는가? 힘 씀이 괴로우면 일이 공교하지 않고, 일이 공교하지 않아 자주 거듭하므로 수고롭다 한다. 재물 씀이 인색하면 사람 마음에 맞지 않고, 맞지 않으면 원망이 일어나 재물을 쓰고도 원망이 생기므로 허비라 한다. 원망이 일어나 되돌리지 못하고 무리가 수고로워 쉬지 못하면 반드시 무너질 마음이 있다. 그러므로 "백성이 부족하면 명령이 욕되고, 백성이 재앙에 괴로우면 명령이 행해지지 않는다. 베풂과 갚음을 얻지 못하면 화가 이에 비로소 성하고, 화가 성한데 깨닫지 못하면 백성이 스스로 도모한다"고 하였다.

무릇 나라에 법이 없으면 무리가 할 바를 모르고 도(度)가 없으면 일에 기틀이 없다. 법이 있어도 바르지 않고 도가 있어도 곧지 않으면 다스림이 치우치고, 치우치면 나라가 어지럽다. 그러므로 "법을 바로 하고 도를 곧게 하여 죄와 죽임을 용서하지 말라. 죽임은 반드시 미덥게 하면 백성이 두려워한다. 무위(武威)가 이미 밝으면 명령을 두 번 행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무릇 백성이란 벌을 싫어하고 죄를 두려워하지 않음이 없다. 그러므로 임금이 가르침을 엄히 하여 보이고 형벌을 밝혀 이른다. 그러므로 "지치고 게으른 자를 욕보이고, 허물 있는 자를 벌하여 징계하며, 금함을 범한 자를 죽여 떨치라"고 하였다.

나라를 다스림에 세 그릇(三器)이 있고 나라를 어지럽힘에 여섯 공격(六攻)이 있다. 밝은 임금은 여섯 공격을 이기고 세 그릇을 세우면 나라가 다스려지고, 불초한 임금은 여섯 공격을 이기지 못하고 세 그릇을 세우지 못하므로 나라가 다스려지지 않는다. 세 그릇이란 무엇인가? 호령과 부월(斧鉞)과 녹상(祿賞)이다. 여섯 공격이란 무엇인가? 친함·귀함·재물·여색·교활한 아첨·노리개이다. 세 그릇의 쓰임은 무엇인가? 호령이 아니면 아래를 부릴 수 없고, 부월이 아니면 무리를 두렵게 할 수 없으며, 녹상이 아니면 백성을 권할 수 없다. 여섯 공격의 패함은 무엇인가? 듣지 않아도 살아남을 수 있고, 금함을 범해도 면할 수 있으며, 공이 없어도 부유할 수 있음이다. 무릇 나라에 듣지 않아도 살아남을 수 있는 자가 있으면 호령이 아래를 부리기에 부족하고, 금함을 범해도 면할 수 있는 자가 있으면 부월이 무리를 두렵게 하기에 부족하며, 공이 없어도 부유할 수 있는 자가 있으면 녹상이 백성을 권하기에 부족하다. 호령이 아래를 부리기에 부족하고 부월이 무리를 두렵게 하기에 부족하며 녹상이 백성을 권하기에 부족하면 임금이 스스로 지킬 수 없다. 그러면 밝은 임금은 어찌하는가? 밝은 임금은 여섯 가지 때문에 호령을 바꾸지 않고, 여섯 가지 때문에 부월을 의심하여 그르치지 않으며, 여섯 가지 때문에 녹상을 더하거나 덜지 않는다. 그러므로 "심음이 굳어 움직이지 않으면 기이하고 사악함이 이에 두려워한다. 기이함이 바뀌고 사악함이 변하면 명령이 가서 백성이 옮긴다"고 하였다.

무릇 임금이란 만민을 덮고 실어 아울러 가지며 만족을 비추어 임하여 일을 부리니, 그러므로 천지일월과 사시를 주로 삼고 바탕으로 삼아 천하를 다스린다. 하늘이 덮어 밖이 없으니 그 덕이 있지 않은 곳이 없고, 땅이 실어 버림이 없으니 편안하고 굳어 움직이지 않으므로 낳아 기르지 않음이 없다. 성인이 본받아 만민을 덮고 실으므로 그 직분과 성(姓)을 얻지 않음이 없다. 그 직분과 성을 얻으면 쓰이지 않음이 없다. 그러므로 "하늘을 본받아 덕에 합하고 땅을 본떠 친함이 없다"고 하였다. 해와 달의 밝음은 사사로움이 없으므로 빛을 얻지 않음이 없다. 성인이 본받아 만민을 비추므로 능히 살펴 빠진 선이 없고 숨은 간사함이 없다. 빠진 선이 없고 숨은 간사함이 없으면 형벌과 상이 미덥고 반드시 행해진다. 미덥고 반드시 행해지면 선이 권해지고 간사함이 그친다. 그러므로 "해와 달에 참여한다"고 하였다. 사시의 운행은 미덥고 반드시 하여 밝게 드러난다. 성인이 본받아 만민을 섬기므로 때의 공을 잃지 않는다. 그러므로 "사시에 짝한다"고 하였다.

무릇 무리란 사랑하면 친하고 이롭게 하면 이른다. 그러므로 밝은 임금은 이로움을 베풀어 이르게 하고 사랑을 밝혀 친하게 한다. 다만 이롭게 하고 사랑하지 않으면 무리가 이르되 친하지 않고, 다만 사랑하고 이롭게 하지 않으면 무리가 친하되 이르지 않는다. 사랑과 베풂이 함께 행해지면 군신을 기쁘게 하고 붕우를 기쁘게 하며 형제를 기쁘게 하고 부자를 기쁘게 한다. 사랑과 베풂이 베푸는 바는 넷이니, 진실로 지킬 수 없다. 그러므로 "넷의 기쁨이 사랑과 베풂에 있다"고 하였다.

무릇 임금이 무리를 가지는 까닭은 사랑과 베풂의 덕이다. 사랑에 옮김이 있고 이로움에 합함이 있으면 다 가질 수 없다. 그러므로 "무리를 가짐이 사사로움을 버림에 있다"고 하였다.

사랑과 베풂의 덕이 비록 행해져도 사사로움이 없되, 안의 행실이 닦이지 않으면 먼 나라의 임금을 조회케 할 수 없다. 그러므로 군신상하의 의를 바로 하고 부자형제부부의 의를 가다듬으며 남녀의 분별을 가다듬고 친소의 차이를 분별하여, 임금이 덕스럽고 신하가 충성스러우며 아비가 자애롭고 자식이 효성스러우며 형이 사랑하고 아우가 공경하여 예의가 밝게 드러나면, 가까운 자가 친하고 먼 자가 돌아온다. 그러므로 "먼 데를 부름이 가까운 데를 닦음에 있다"고 하였다.

화를 닫음이 원망을 없앰에 있다. 원망이 있어 비로소 없애는 것이 아니라, 섬기는 곳에 늘 원망이 없게 함이다. 무릇 화란이 생기는 바는 원망과 허물에서 생기고, 원망과 허물이 생기는 바는 이치에 맞지 않음에서 생긴다. 그러므로 밝은 임금이 무리를 섬김은 반드시 법도로 하고 부림은 반드시 도로 하며, 베풂과 갚음은 반드시 합당하게 하고 말을 냄은 반드시 알맞게 하며 형벌은 반드시 이치에 맞게 한다. 이러면 무리에게 맺힌 원망의 마음이 없고 한스러워하는 뜻이 없다. 이러면 화란이 생기지 않고 윗자리가 위태롭지 않다. 그러므로 "화를 닫음이 원망을 없앰에 있다"고 하였다.

무릇 임금이 높여지고 편안한 까닭은 어진 보좌이다. 보좌가 어질면 임금이 높고 나라가 편안하며 백성이 다스려지고, 보좌가 없으면 임금이 낮고 나라가 위태로우며 백성이 어지럽다. 그러므로 "긴 대비가 어진 이를 둠에 있다"고 하였다.

무릇 사람이란 이로움을 바라고 해로움을 싫어하지 않음이 없다. 그러므로 천하와 이로움을 함께하는 자는 천하가 붙들고, 천하의 이로움을 독차지하는 자는 천하가 도모한다. 천하가 도모하는 바는 비록 세워도 반드시 무너지고, 천하가 붙드는 바는 비록 높아도 위태롭지 않다. 그러므로 "높음을 편안케 함이 이로움을 함께함에 있다"고 하였다.

이른바 이롭지 않은 바로써 남을 이롭게 할 수 있는 자는 순(舜)이다. 순이 역산(歷山)에서 밭갈고 하빈(河濱)에서 질그릇을 굽고 뇌택(雷澤)에서 고기 잡되 그 이로움을 취하지 않고 백성을 가르치니 백성이 다 이롭게 여겼다. 이것이 이른바 이롭지 않은 바로 남을 이롭게 한 자이다. 이른바 가지지 않은 바로써 남에게 줄 수 있는 자는 무왕(武王)이다. 무왕이 주(紂)를 칠 때 따라간 사졸에게 사람마다 서사(書社, 토지)를 두게 하였고, 은에 들어간 날 거교(鉅橋)의 곡식을 풀고 녹대(鹿臺)의 돈을 흩으니 은의 백성이 크게 기뻐하였다. 이것이 이른바 가지지 않은 바로 남에게 준 자이다.

환공이 관자에게 말하였다. "이제 그대가 과인에게 하늘을 본받아 덕에 합하라 가르치니, 덕에 합하면 오래간다 하였소. 덕에 합하여 아울러 덮으면 만물이 명을 받고, 땅을 본떠 친함이 없으니 친함이 없으면 편안하고 굳으며, 친함 없이 아울러 실으면 뭇 생명이 다 자란다 하였소. 해와 달에 참여하여 사사로움 없이 빛을 간직하고, 사사로움 없이 아울러 비추면 미악이 숨지 않는다 하였소. 그렇다면 군자가 몸을 다스림에 좋아함도 없고 미워함도 없어야 그뿐이오?" 관자가 대답하였다. "그렇지 않습니다. 무릇 배우는 자는 스스로 교화하고 스스로 어루만지는 바입니다. 그러므로 군자는 남의 악을 일컬음을 미워하고, 불충하여 원망하고 시기함을 미워하며, 공정히 의론하지 않고 이름을 합당히 일컫지 않음을 미워하고, 아래에 있지 않으면서 위에 있음을 미워하며, 밖을 친하지 않고 안으로 방종함을 미워합니다. 이 다섯은 군자가 행하기를 두려워하는 바요 소인이 망하는 까닭이니, 하물며 임금이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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