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자 67 명법해(明法解)

관자(管子) · 제 관중 전 · 번역·감수 허유

제46편 〈명법(明法)〉의 경문을 한 구절씩 풀이한 해설편이다. 매 단락은 군주의 법치와 술수(術數), 위세(威勢), 권병(權柄)을 설명한 뒤 "故《明法》曰(그러므로 명법에 이르기를)"로 본문을 인용한다. 법으로 다스리고 사사로움을 막으며, 멸(滅)·색(塞)·침(侵)·옹(壅) 등 권세를 잃는 양상과 그 근원을 밝힌다.

핵심 구절 — 원문과 번역

法度者,主之所以制天下而禁姦邪也。

법도란 임금이 천하를 제어하고 간사를 금하는 바이다.

威不兩錯,政不二門。

위엄을 둘로 두지 않고 정치를 두 문으로 하지 않는다.

번역

밝은 임금은 술수가 있어 속일 수 없고, 법금에 밝아 범할 수 없으며, 직분에 밝아 어지럽힐 수 없다. 그러므로 뭇 신하가 감히 사사로움을 행하지 못하고 귀한 신하가 천한 자를 가리지 못하며 가까운 자가 먼 자를 막지 못하고 외롭고 약한 자가 그 직분을 잃지 않아, 경내가 밝게 분별되어 서로 넘지 않는다. 이를 다스려진 나라라 한다. 그러므로 《명법》에 이르기를 "이른바 다스려진 나라란 임금의 도가 밝음이다"라 하였다.

밝은 임금은 위가 백성을 하나로 하여 아래를 부리는 바요, 사사로운 술수는 아래가 위를 침범하여 임금을 어지럽히는 바이다. 그러므로 법이 폐하고 사사로움이 행해지면 임금이 외로이 홀로 서고 신하가 무리 지어 붕당을 이룬다. 이러면 임금이 약하고 신하가 강하니 이를 어지러운 나라라 한다. 그러므로 《명법》에 이르기를 "이른바 어지러운 나라란 신하의 술수가 우세함이다"라 하였다.

밝은 임금이 윗자리에 있어 반드시 다스리는 형세가 있으면 뭇 신하가 감히 그르게 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뭇 신하가 감히 임금을 속이지 못함은 임금을 사랑해서가 아니라 임금의 위세를 두려워해서이고, 백성이 다투어 쓰임은 임금을 사랑해서가 아니라 임금의 법령을 두려워해서이다. 그러므로 밝은 임금은 반드시 이기는 술수를 잡아 반드시 쓰이는 백성을 다스리고, 반드시 높은 형세에 처하여 반드시 복종하는 신하를 제어한다. 그러므로 명령이 행해지고 금함이 그치며 임금이 높고 신하가 낮다. 그러므로 《명법》에 이르기를 "임금을 높이고 신하를 낮춤은 친함을 꾀해서가 아니라 형세로 이김이다"라 하였다.

밝은 임금의 다스림은 작록을 걸어 백성을 권하니 백성이 위에 이로움이 있으므로 임금이 부릴 수 있고, 형벌을 세워 아래를 위협하니 아래가 위를 두려워하므로 임금이 기를 수 있다. 그러므로 작록이 없으면 임금이 백성을 권할 수 없고 형벌이 없으면 임금이 무리를 위협할 수 없다. 그러므로 신하가 이치를 행하고 명령을 받듦은 임금을 사랑해서가 아니라 이로움에 나아가고 해를 피하려 함이요, 백관이 법을 받들어 간사함이 없음은 임금을 사랑해서가 아니라 작록을 아끼고 벌을 피하려 함이다. 그러므로 《명법》에 이르기를 "백관이 직분을 논함은 은혜가 아니라 형벌이 반드시 행해짐이다"라 하였다.

임금은 생살(生殺)을 오로지 하고 위세에 처하며 명령을 행하고 금함을 그치게 하는 권병을 잡아 그 뭇 신하를 거느리니 이것이 임금의 도이고, 신하는 낮고 천한 데 처하여 임금의 명령을 받들고 본분을 지키며 직분을 다스리니 이것이 신하의 도이다. 그러므로 임금이 신하의 도를 행하면 어지럽고 신하가 임금의 도를 행하면 위태롭다. 그러므로 상하에 분수가 없어 군신이 도를 함께함은 어지러움의 근본이다. 그러므로 《명법》에 이르기를 "군신이 도를 함께하면 어지럽다"라 하였다.

신하가 두려워하여 삼가 임금을 섬기는 까닭은 살기를 바라고 죽기를 싫어하기 때문이다. 사람으로 하여금 살기를 바라지 않고 죽기를 싫어하지 않게 하면 제어할 수 없다. 무릇 생살의 권병이 오로지 대신에게 있는데 임금이 위태롭지 않은 적은 일찍이 없었다. 그러므로 다스림과 어지러움을 법으로 결단하지 않고 무거운 신하에게 맡기며 생살의 권병을 임금이 제어하지 않고 아랫사람에게 있으면 이는 더부살이하는 임금이다. 그러므로 임금이 오로지 그 위세를 남에게 주면 반드시 위협당하고 죽임당하는 환난이 있고, 오로지 그 법제를 남에게 주면 반드시 어지러워 망하는 화가 있다. 이런 자는 임금을 망치는 길이다. 그러므로 《명법》에 이르기를 "오로지 주면 잃는다"라 하였다.

무릇 임금이 되어 그 명령을 행하지 못하고 법을 폐하여 뭇 신하에게 방임하면, 위엄이 이미 폐하고 권세가 이미 빼앗겨 명령이 나오지 못하고 뭇 신하가 쓰이지 않으며 백성이 부려지지 않아 경내의 무리가 제어되지 않으니, 나라가 그 나라가 아니고 백성이 그 백성이 아니다. 이런 자는 임금을 멸하는 길이다. 그러므로 《명법》에 이르기를 "명령이 본디 나오지 못함을 멸(滅)이라 한다"라 하였다.

밝은 임금의 도는 낮고 천한 자가 높고 귀한 자를 기다리지 않고 뵙고, 대신이 좌우를 통하지 않고 나아가며, 백관이 조리 있게 통하고 뭇 신하가 드러난다. 벌이 있는 자는 임금이 그 죄를 보고 상이 있는 자는 임금이 그 공을 안다. 보고 앎이 어긋나지 않고 상벌이 어긋나지 않아 가리지 않는 술수가 있으므로 막히는 환난이 없다. 어지러운 임금은 그렇지 않아 법령이 백성에게 이르지 못하고 멀리 막혀 들리지 않는다. 이런 자는 막는 길이다. 그러므로 《명법》에 이르기를 "명령이 나와도 머무름을 옹(壅)이라 한다"라 하였다.

신하가 틈타 간사함을 행하는 까닭은 임금을 독차지함이다. 신하가 임금을 독차지하면 임금의 명령이 행해지지 못하고 아래의 정이 위로 통하지 못한다. 신하의 힘이 군신 사이를 막아 미악의 정이 드러나 들리지 않고 화복의 일이 통하지 않게 하여 임금이 미혹되어 깨달을 길이 없게 한다. 이런 자는 임금을 막는 길이다. 그러므로 《명법》에 이르기를 "아래의 정이 위로 통하지 못함을 색(塞)이라 한다"라 하였다.

밝은 임금은 두루 듣고 홀로 결단하여 그 문호를 많게 한다. 뭇 신하의 도는 아래가 위를 밝힐 수 있고 천한 자가 귀한 자에게 말할 수 있으므로 간사한 사람이 감히 속이지 못한다. 어지러운 임금은 그렇지 않아 들음에 술수가 없고 일을 결단함에 참오(參伍)로 하지 않으므로 무능한 선비가 위로 통하고 사악한 신하가 나라를 독차지하며, 임금이 밝음이 가려지고 귀가 막혀 충신이 꾀하여 간하려 해도 나아가지 못한다. 이런 자는 임금을 침범하는 길이다. 그러므로 《명법》에 이르기를 "아래의 정이 올라가다 길이 막힘을 침(侵)이라 한다"라 하였다.

임금이 나라를 다스림에 법령이 있고 상벌이 갖추어지지 않음이 없다. 그러므로 그 법령이 밝고 상벌의 세운 바가 합당하면 임금이 높이 드러나고 간사함이 생기지 않으며, 그 법령이 거스르고 상벌의 세운 바가 합당하지 않으면 뭇 신하가 사사로움을 세워 막고 붕당하여 위협하고 죽인다. 그러므로 《명법》에 이르기를 "멸·색·침·옹이 생기는 바는 법이 서지 않음에서 나온다"라 하였다.

법도란 임금이 천하를 제어하고 간사를 금하는 바요 해내를 거느려 종묘를 받드는 바이며, 사사로운 뜻이란 어지러움을 낳고 간사함을 키워 공정을 해치는 바요 막고 가려 바름을 잃어 위태로워 망하게 하는 바이다. 그러므로 법도가 행해지면 나라가 다스려지고 사사로운 뜻이 행해지면 나라가 어지럽다. 밝은 임금은 비록 마음에 사랑하는 바라도 공이 없으면 상 주지 않고, 비록 마음에 미워하는 바라도 죄가 없으면 벌하지 않는다. 법식에 의거해 득실을 시험하여 법도가 아니면 마음을 두지 않는다. 그러므로 《명법》에 이르기를 "선왕이 나라를 다스림은 법 밖에 뜻을 함부로 하지 않았다"라 하였다.

밝은 임금의 다스림은 그 마땅함에 의거해 바른 이치를 행한다. 그러므로 마땅히 상 줄 자는 뭇 신하가 사양하지 못하고, 마땅히 벌할 자는 뭇 신하가 감히 피하지 못한다. 무릇 공에 상 주고 죄를 벌함은 천하를 위해 이로움을 이루고 해를 없애는 바이다. 풀을 없애지 않으면 곡식을 해치고 도적을 죽이지 않으면 양민을 상한다. 무릇 공법을 버리고 사사로운 은혜를 행하면 이는 간사를 이롭게 하고 폭란을 키움이다. 사사로운 은혜를 행하여 공 없는 자에게 상 주면 백성으로 하여금 구차히 요행하여 위를 바라게 함이요, 사사로운 은혜를 행하여 죄 있는 자를 용서하면 백성으로 하여금 위를 가벼이 여겨 쉽게 그르게 함이다. 무릇 공법을 버리고 사사로운 은혜를 씀을 밝은 임금은 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명법》에 이르기를 "법 안에서 은혜를 베풀지 않는다"라 하였다.

무릇 임금이 그 백성의 쓰임을 바라지 않음이 없다. 백성을 쓰이게 하려면 반드시 법이 서고 명령이 행해져야 한다. 그러므로 나라를 다스리고 무리를 부림에 법만 한 것이 없고, 음란을 금하고 폭력을 그치게 함에 형벌만 한 것이 없다. 그러므로 가난한 자가 부자의 재물을 빼앗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나 감히 못함은 법이 그리하게 하지 않음이요, 강한 자가 약한 자에게 사납게 못하는 것이 아니나 감히 못함은 법의 죽임을 두려워함이다. 그러므로 백관의 일을 법으로 살피면 간사함이 생기지 않고, 사납고 거만한 사람을 형벌로 죽이면 화가 일어나지 않으며, 뭇 신하가 나란히 나아갈 때 술수로 헤아리면 사사로움이 설 곳이 없다. 그러므로 《명법》에 이르기를 "동함에 법 아닌 것이 없음은 허물을 금하고 사사로움을 물리치는 바이다"라 하였다.

임금이 신하를 제어하는 까닭은 위세이다. 그러므로 위세가 아래에 있으면 임금이 신하에게 제어되고 위세가 위에 있으면 신하가 임금에게 제어된다. 무릇 임금을 가리는 자는 그 문을 막고 그 집을 지킴이 아니나, 명령이 행해지지 않고 금함이 그치지 않으며 바라는 바를 얻지 못함은 그 위세를 잃음이다. 그러므로 위세가 홀로 임금에게 있으면 뭇 신하가 두려워 공경하고, 법정이 홀로 임금에게서 나오면 천하가 덕에 복종한다. 그러므로 위세가 신하에게 나뉘면 명령이 행해지지 않고 법정이 신하에게서 나오면 백성이 듣지 않는다. 그러므로 밝은 임금이 천하를 다스림은 위세가 홀로 임금에게 있어 신하와 함께하지 않고, 법정이 홀로 임금에게서 제어되어 신하에게서 나오지 않는다. 그러므로 《명법》에 이르기를 "위엄을 둘로 두지 않고 정치를 두 문으로 하지 않는다"라 하였다.

밝은 임금은 도량을 하나로 하고 표의(表儀)를 세워 굳게 지키므로 명령이 내리면 백성이 따른다. 법이란 천하의 법식이요 만사의 본보기이며, 관리란 백성이 목숨을 거는 바이다. 그러므로 밝은 임금의 다스림은 법에 합당한 자를 상 주고 법을 어긴 자를 죽인다. 그러므로 법으로 죄를 죽이면 백성이 죽음에 나아가도 원망하지 않고, 법으로 공을 헤아리면 백성이 상을 받아도 덕으로 여기지 않는다. 이것이 법으로 처치하는 공이다. 그러므로 《명법》에 이르기를 "법으로 나라를 다스리면 처치할 따름이다"라 하였다.

밝은 임금은 법도의 제도가 있으므로 뭇 신하가 모두 방정한 다스림에서 나와 감히 간사하지 못한다. 백성이 임금이 법에 종사함을 알므로 관리가 부리는 바가 법이 있으면 백성이 따르고 법이 없으면 그친다. 백성이 법으로 관리와 맞서고 아래가 법으로 위와 종사하므로 거짓된 사람이 그 임금을 속이지 못하고 시기하는 사람이 그 해칠 마음을 쓰지 못하며 아첨하는 사람이 그 교활함을 베풀지 못하여 천 리 밖에서도 감히 함부로 그르게 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명법》에 이르기를 "법도의 제도가 있는 자는 거짓으로 속일 수 없다"라 하였다.

저울(權衡)이란 가볍고 무거움의 수를 일으키는 바이다. 그러나 사람이 일삼지 않는 것은 마음이 이로움을 미워해서가 아니라, 저울이 그 수를 많고 적게 할 수 없고 그 무게를 가볍고 무겁게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람이 저울 일삼음이 무익함을 알므로 일삼지 않는다. 그러므로 밝은 임금이 윗자리에 있으면 관리가 법을 굽히지 못하고 사사로이 하지 못한다. 백성이 관리 섬김이 무익함을 알므로 재화가 관리에게 행해지지 않는다. 저울이 평정하여 사물을 기다리므로 거짓된 사람이 그 사사로움을 행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명법》에 이르기를 "저울의 저울질이 있는 자는 가볍고 무거움으로 속일 수 없다"라 하였다.

자(尺寸尋丈)란 짧고 긴 실정을 얻는 바이다. 그러므로 자로 짧고 긺을 재면 만 번 들어 만 번 잃지 않는다. 그러므로 자의 도량은 비록 부귀하고 무리 많고 강해도 더 길어지지 않고, 비록 가난하고 천하며 낮고 욕되어도 줄어 짧아지지 않아, 공평하여 치우침이 없으므로 거짓된 사람이 그르칠 수 없다. 그러므로 《명법》에 이르기를 "심장(尋丈)의 수가 있는 자는 길고 짧음으로 어긋나게 할 수 없다"라 하였다.

나라가 어지러운 까닭은 일의 실정을 폐하고 비방과 칭찬에 맡김이다. 그러므로 밝은 임금의 들음은 말하는 자에게 그 실질로 책하고 사람을 기리는 자에게 그 관직으로 시험한다. 말하되 실질이 없는 자는 죽이고 관리이되 관직을 어지럽힌 자는 죽인다. 그러므로 헛된 말이 감히 나아가지 못하고 불초한 자가 감히 관직을 받지 못한다. 어지러운 임금은 그렇지 않아 말을 듣되 그 실질을 살피지 않으므로 뭇 신하가 헛된 명예로 그 도당을 나아가게 하고, 관직을 맡기되 그 공을 책하지 않으므로 어리석고 더러운 관리가 조정에 있다. 이러면 뭇 신하가 서로 아름다운 이름으로 추켜올리고 서로 공으로 빌려 사귐을 많게 하기에 힘쓸 뿐 임금에게 쓰이지 않는다. 그러므로 《명법》에 이르기를 "임금이 법을 놓고 명예로 능한 이를 나아가게 하면 신하가 위를 떠나 아래로 결탁하고, 도당으로 관직을 들면 백성이 사귐에 힘쓸 뿐 쓰임을 구하지 않는다"라 하였다.

어지러운 임금은 신하의 공로를 살피지 않아 기리는 자가 많으면 상 주고, 그 죄과를 살피지 않아 헐뜯는 자가 많으면 벌한다. 이러면 사악한 신하가 공 없이 상을 얻고 충신이 죄 없이 벌을 받는다. 그러므로 공이 많아도 상이 없으면 신하가 힘을 다하지 않고, 행실이 바른데 벌이 있으면 어진 성인이 능력을 다할 길이 없다. 재화를 행하여 작록을 얻으면 더럽고 욕된 사람이 관직에 있고, 의탁한 사람이 불초한데 자리가 높으면 백성이 공법을 등지고 권세 있는 데로 달려간다. 이러면 성실하고 삼가는 사람이 그 직분을 잃고 청렴한 관리가 그 다스림을 잃는다. 그러므로 《명법》에 이르기를 "관직이 그 다스림을 잃음은 임금이 칭찬으로 상 삼고 비방으로 벌 삼기 때문이다"라 하였다.

공평한 관리가 관직을 다스림은 법을 행하고 사사로움이 없으니, 간사한 신하가 그 이로움을 얻지 못한다. 이것이 간사한 신하가 해치려 힘쓰는 바이다. 임금이 그 죄과를 참험하지 않고 실질 없는 말로 죽이면, 간사한 신하가 귀중한 자를 섬겨 추천과 명예를 구하여 형벌을 피하고 녹상을 받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명법》에 이르기를 "상을 기뻐하고 벌을 싫어하는 사람은 공도를 떠나 사사로운 술수를 행한다"라 하였다.

간사한 신하가 그 임금을 무너뜨림은 점점 쌓이고 미미하게 쌓여 임금을 미혹시켜 스스로 알지 못하게 한다. 위로는 임금의 뜻을 엿보고 아래로는 백성에게서 명예를 사며, 그 도당을 기려 임금이 높이게 하고 기려지지 않는 자를 헐뜯어 임금이 폐하게 하니, 그 이해의 바를 임금이 듣고 행한다. 이러면 뭇 신하가 모두 임금을 잊고 사사로운 사귐으로 달려간다. 그러므로 《명법》에 이르기를 "두루 결탁하여 서로 사특함을 행하니, 그러므로 임금을 잊고 사귐에 목숨 걸어 그 명예를 나아가게 한다"라 하였다.

임금이 술수가 없으면 뭇 신하가 쉽게 속이고 나라에 밝은 법이 없으면 백성이 가벼이 그르게 한다. 그러므로 간사한 사람이 나랏일을 맡으면 뭇 신하가 이해를 우러른다. 이러면 간사한 사람을 위해 보고 듣는 자가 많으니, 비록 큰 의가 있어도 임금이 알 길이 없다. 그러므로 《명법》에 이르기를 "사귐이 많고 명예가 많아 안팎으로 붕당하면 비록 큰 간사함이 있어도 임금을 가림이 많다"라 하였다.

무릇 이른바 충신이란 법술을 밝히기에 힘써 밤낮으로 임금을 도와 도수의 이치에 밝아 천하를 다스리는 자이다. 간사한 신하는 법술이 밝으면 반드시 다스려짐을 아니, 다스려지면 간사한 신하가 곤하고 법술의 선비가 드러난다. 그러므로 사악한 자가 힘쓰는 바는 법을 밝지 못하게 하고 임금을 깨닫지 못하게 하여 자기가 바라는 바를 얻는 것이다. 그러므로 방정한 신하가 쓰이면 간사한 신하가 곤하고 상한다. 이는 방정과 간사가 함께 나아가지 못하는 형세이다. 임금 곁에 있는 간사한 자가 미워하지 않을 수 없으니, 오직 미워하면 반드시 임금의 틈을 엿보아 밤낮으로 그를 위태롭게 한다. 임금이 살피지 않고 그 말을 쓰면 충신이 죄 없이 곤하여 죽고 간사한 신하가 공 없이 부귀하다. 그러므로 《명법》에 이르기를 "충신이 죄 아닌 것으로 죽고 사악한 신하가 공 아닌 것으로 일어난다"라 하였다.

부귀하고 높이 드러나 오래 천하를 가짐은 임금이 바라지 않음이 없고, 명령이 행해지고 금함이 그쳐 해내에 적이 없음은 임금이 바라지 않음이 없으며, 속고 침범당하고 능멸당함은 임금이 싫어하지 않음이 없고, 천하를 잃고 종묘를 멸함은 임금이 싫어하지 않음이 없다. 충신이 법술을 밝혀 임금이 바라는 바를 이루고 싫어하는 바를 없애려 함을 간사한 신하가 임금을 독차지하여 사사로이 위태롭게 하면, 충신이 그 공정한 술수를 나아가게 할 길이 없다. 그러므로 《명법》에 이르기를 "죽는 바가 죄 아니요 일어나는 바가 공 아니니, 그러면 신하 된 자가 사사로움을 중히 하고 공을 가벼이 한다"라 하였다.

어지러운 임금이 작록을 행함은 법령으로 공로를 살피지 않고, 형벌을 행함은 법령으로 죄과를 살피지 않고 무거운 신하의 말을 듣는다. 그러므로 신하가 상 주고 싶어 하는 바를 임금이 상 주고 신하가 벌하고 싶어 하는 바를 임금이 벌하여, 그 공법을 폐하고 오로지 무거운 신하만 듣는다. 이러면 뭇 신하가 모두 무거운 신하의 도당에 힘쓰고 그 임금을 잊어 무거운 신하의 문에 달려가고 조정에 가지 않는다. 그러므로 《명법》에 이르기를 "사사로운 사람의 문에 열 번 가고 조정에 한 번도 가지 않는다"라 하였다.

밝은 임금의 다스림은 직분에 밝아 그 일 이룸을 살펴, 그 임무를 이기는 자는 관직에 처하고 이기지 못하는 자는 폐하여 면하므로 뭇 신하가 모두 능력을 다해 그 일을 다스린다. 어지러운 임금은 그렇지 않아 뭇 신하가 관직에 처하고 후한 녹을 받되 나라 다스림에 힘쓰는 자가 없고, 나라의 무거움을 관장함을 기약하여 그 이로움을 독차지하고 백성을 어부질하여 제 집을 부유케 한다. 그러므로 《명법》에 이르기를 "온갖 제 집을 도모하고 나라를 한 번도 꾀하지 않는다"라 하였다.

밝은 임금이 윗자리에 있으면 경내의 무리가 힘을 다해 그 임금을 받들고 백관이 직분을 나누어 다스림을 이루어 나라를 편안케 한다. 어지러운 임금은 그렇지 않아 비록 용력의 선비가 있어도 대신이 사사로이 하여 임금을 받들지 않게 하고, 비록 성스럽고 지혜로운 선비가 있어도 대신이 사사로이 하여 나라를 다스리지 않게 한다. 그러므로 무리의 수가 비록 많아도 나아가지 못하고 백관이 비록 갖추어져도 제어되지 않는다. 이러면 임금의 이름은 있으나 그 실질이 없다. 그러므로 《명법》에 이르기를 "무리의 수가 비록 많아도 임금을 높이는 바가 아니요, 백관이 비록 갖추어져도 나라를 맡기는 바가 아니니, 이를 나라에 사람이 없다 한다"라 하였다.

밝은 임금은 아래로 하여금 힘을 다하고 법분을 지키게 하므로 뭇 신하가 임금 높이기에 힘쓰고 감히 그 집을 돌아보지 못한다. 신하와 임금의 분수가 밝고 상하의 자리가 살펴지므로 대신이 각기 그 자리에 처하여 감히 서로 귀히 못한다. 어지러운 임금은 그렇지 않아 법제가 폐하여 행해지지 않으므로 뭇 신하가 그 집을 더하기에 힘쓰고, 군신에 분수가 없고 상하에 분별이 없으므로 뭇 신하가 서로 귀히 하기에 힘쓴다. 이런 자는 조정 신하가 적어서가 아니라 무리가 쓰이지 않음이다. 그러므로 《명법》에 이르기를 "나라에 사람이 없음은 조정 신하가 쇠해서가 아니라 집과 집이 서로 더하기에 힘쓰고 임금 높이기에 힘쓰지 않으며 대신이 서로 귀히 하기에 힘쓰고 나라를 맡지 않음이다"라 하였다.

임금이 관직을 베풀고 관리를 둠은 다만 그 몸을 높이고 후히 받들기 위함이 아니라, 임금의 법을 받들고 명령을 행하여 백성을 다스리고 도적을 죽이게 함이다. 그러므로 맡긴 관직이 크면 작위가 높고 녹이 두터우며, 맡긴 관직이 작으면 작위가 낮고 녹이 박하다. 작록이란 임금이 관리로 하여금 관직을 다스리게 하는 바이다. 어지러운 임금의 다스림은 높은 자리에 처하고 봉록을 받아 사귀는 자를 기르되 관직을 일삼지 않는다. 이런 자는 관직이 그 능력을 잃는다. 그러므로 《명법》에 이르기를 "낮은 신하가 녹을 잡고 사귐을 길러 관직을 일삼지 않으므로 관직이 직분을 잃는다"라 하였다.

밝은 임금이 어진 사람을 고름은 용감하다 말하는 자를 군대로 시험하고 지혜롭다 말하는 자를 관직으로 시험한다. 군대에서 시험하여 공이 있는 자를 들고 관직에서 시험하여 일이 다스려진 자를 쓴다. 그러므로 전공으로 용맹과 비겁을 정하고 관직 다스림으로 어리석음과 지혜를 정한다. 그러므로 용맹·비겁·어리석음·지혜가 보임이 흑백의 나뉨과 같다. 어지러운 임금은 그렇지 않아 말을 듣되 시험하지 않으므로 망령된 말을 하는 자가 쓰이고, 사람을 맡기되 말하지 않으므로 불초한 자가 곤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밝은 임금은 법으로 그 말을 살펴 실질을 구하고 관직으로 그 몸을 맡겨 공을 헤아리며, 오로지 법에 맡기고 스스로 들지 않는다. 그러므로 《명법》에 이르기를 "선왕이 나라를 다스림은 법으로 사람을 가리고 스스로 들지 않았다"라 하였다.

무릇 이른바 공이란 임금을 편안케 하고 만민을 이롭게 함이다. 무릇 적군을 깨고 장수를 죽여 싸워 이기고 쳐서 취하여 임금에게 위망의 근심이 없고 백성에게 죽고 사로잡힐 환난이 없게 함은 군사가 공이 되는 바이고, 임금의 법을 받들어 경내를 다스려 강한 자가 약한 자를 능멸하지 못하고 무리가 적은 자에게 사납지 못하게 하여 만민이 기뻐 그 힘을 다해 그 임금을 봉양함은 관리가 공이 되는 바이며, 임금의 허물을 바로잡고 임금의 잘못을 구하며 이의를 밝혀 그 임금을 인도하여 임금에게 사악한 행실과 속는 환난이 없게 함은 신하가 공이 되는 바이다. 그러므로 밝은 임금의 다스림은 직분을 밝히고 공로를 헤아려 공 있는 자를 상 주고 다스림을 어지럽힌 자를 죽인다. 죽임과 상의 더함이 각기 그 마땅함을 얻되 임금이 스스로 관여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명법》에 이르기를 "법으로 공을 헤아리고 스스로 헤아리지 않는다"라 하였다.

밝은 임금의 다스림은 시비를 살피고 일의 실정을 살펴 도량으로 그것을 의거한다. 법에 합하면 행하고 합하지 않으면 그치며, 공이 그 말에 차면 상 주고 차지 않으면 죽인다. 그러므로 지혜와 능력을 말하는 자는 반드시 공을 본 뒤에 들고, 악과 패함을 말하는 자는 반드시 허물을 본 뒤에 폐한다. 이러면 선비가 위로 통하되 시기할 수 없고 불초한 자가 곤하여 폐하되 들 수 없다. 그러므로 《명법》에 이르기를 "능함을 가릴 수 없고 패함을 꾸밀 수 없다"라 하였다.

밝은 임금의 도는 백성이 바라는 바를 세워 그 공을 구하므로 작록을 두어 권하고, 백성이 싫어하는 바를 세워 그 사악함을 금하므로 형벌을 두어 두렵게 한다. 그러므로 그 공을 살펴 상 주고 그 죄를 살펴 벌한다. 이러면 뭇 신하 중 공 없는 자가 감히 천거로 나아가지 못하고 죄 없는 자가 헐뜯음으로 물러나지 못한다. 그러므로 《명법》에 이르기를 "기리는 자가 나아가게 할 수 없고 헐뜯는 자가 물러나게 할 수 없다"라 하였다.

뭇 신하를 제어하고 생살을 오로지 함은 임금의 분수요, 명령에 매여 제어를 우러름은 신하의 분수이다. 위세가 높이 드러남은 임금의 분수요 낮고 천하여 두려워 공경함은 신하의 분수이며, 명령이 행해지고 금함이 그침은 임금의 분수요 법을 받들어 따름은 신하의 분수이다. 그러므로 군신이 함께함에 높고 낮은 처함이 하늘과 땅 같고, 그 분수가 낮과 밤의 다름이 흑백 같다. 그러므로 군신 사이가 밝게 분별되면 임금이 높고 신하가 낮다. 이러면 아래가 위를 따름이 메아리가 소리에 응함 같고, 신하가 임금을 본받음이 그림자가 형체를 따름 같다. 그러므로 위가 명령하면 아래가 응하고 임금이 행하면 신하가 따른다. 명령하면 행해지고 금하면 그치며 구하면 얻으니 이를 다스리기 쉽다 한다. 그러므로 《명법》에 이르기를 "군신 사이가 밝게 분별되면 다스리기 쉽다"라 하였다.

밝은 임금은 술수를 잡아 신하를 맡겨 뭇 신하로 하여금 그 지혜와 능력을 바치고 그 장기를 나아가게 한다. 그러므로 지혜로운 자가 그 계책을 바치고 능한 자가 그 공을 나아가게 하니, 앞서 한 말로 뒷일의 효험을 살펴 합당하면 상 주고 합당하지 않으면 죽인다. 관직을 베풀어 관리를 맡겨 백성을 다스리고, 법으로 시험하여 성공을 헤아리며, 법을 지켜 법대로 하므로 몸이 번거롭지 않고 직분을 나눈다. 그러므로 《명법》에 이르기를 "임금이 비록 몸소 아래에서 하지 않아도 법을 지켜 함이 옳다"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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