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자 75 산권수(山權數)

관자(管子) · 제 관중 전 · 번역·감수 허유

권수(權數) — 곧 권형(權衡)의 셈으로 나라를 다스리는 법을 논한 편이다. 하늘은 때, 땅은 재물, 사람은 힘, 임금은 명령을 권(權, 저울추)으로 삼는다는 명제로 시작하여, 흉년·재해의 대비, 곡식 갈무리, 인재 등용(교수敎數), 신물·보배의 운용(御神用寶) 등을 두루 묻고 답한다.

핵심 구절 — 원문과 번역

天以時爲權,地以財爲權,人以力爲權,君以令爲權。失天之權,則人地之權亡。

하늘은 때로 권을 삼고 땅은 재물로 권을 삼으며 사람은 힘으로 권을 삼고 임금은 명령으로 권을 삼는다. 하늘의 권을 잃으면 사람과 땅의 권이 망한다.

物有豫,則君失筴而民失生矣。故善爲天下者,操於二豫之外。

물건에 미리 쌓아 둠이 있으면 임금이 계책을 잃고 백성이 삶을 잃는다. 그러므로 천하를 잘 다스리는 자는 두 미리 둠의 밖에서 잡는다.

번역

환공이 관자에게 물었다. "권수(權數)를 묻겠소." 관자가 대답하였다. "하늘은 때(時)로 권을 삼고 땅은 재물(財)로 권을 삼으며 사람은 힘(力)으로 권을 삼고 임금은 명령(令)으로 권을 삼습니다. 하늘의 권을 잃으면 사람과 땅의 권이 망합니다." 환공이 말하였다. "하늘의 권을 잃으면 사람과 땅의 권이 망한다 함은 무엇이오?" 관자가 대답하였다. "탕(湯)이 칠 년 가뭄, 우(禹)가 오 년 홍수를 겪을 때 백성에 종자가 없어 자식을 파는 자가 있었습니다. 탕은 장산의 금으로 화폐를 주조하여 자식 판 백성을 속량하였고, 우는 역산의 금으로 화폐를 주조하여 속량하였습니다. 그러므로 하늘의 권을 잃으면 사람과 땅의 권을 다 잃습니다. 그러므로 왕자는 해마다 십분의 삼을 지켜, 삼 년에 한 해 남짓을 이루고 삼십일 년에 십일 년 치를 갈무리합니다. … 하나로도 백성을 상하지 않게 하고 농부가 일을 공경하여 힘써 짓게 하므로, 하늘이 흉년·가뭄·홍수를 내려도 백성이 도랑에 들어가 빌어먹는 일이 없습니다. 이것이 때를 지켜 하늘의 권을 기다리는 도입니다."

환공이 말하였다. "좋소. 내가 삼권(三權)의 셈을 행하려 하니 어찌하오?" 관자가 대답하였다. … (양산의 비단·야석의 화폐로 곡식을 지키는 법, 화폐를 세워 천하와 고르게 하는 법을 설명하며, "무거우면 쏘아 맞히고 가벼우면 새어 나간다", "새어 나감은 권을 잃음이요 쏘아 맞힘은 계책을 잃음이다"를 말함) … 환공이 말하였다. "삼권의 셈을 지킴은 어찌하오?" 관자가 대답하였다. "큰 풍년이면 절반을 갈무리하고 흉액이어도 절반을 갈무리합니다." 환공이 말하였다. "흉액은 더해야 할 바인데 어찌 절반을 갈무리하오?" 관자가 대답하였다. "좁으면 더하기 쉽습니다. 하나로 열을 삼고 열로 백을 삼습니다. 좁음으로 풍년을 지키면 좁음의 준수는 하나가 열로 오르고 풍년의 계책수는 열에서 아홉을 더니 곧 내 아홉이 남습니다. 셈으로 풍년을 계책하면 삼권이 다 임금에게 있습니다. 이를 국권(國權)이라 합니다."

환공이 관자에게 물었다. "국제(國制)를 묻겠소." 관자가 대답하였다. "나라에 제도가 없으면 땅에 분량이 있습니다." … (높은 밭·중간 밭·하등 밭의 곡식 분량과 곡식값의 차이, 토지의 분량에 따른 나라 계책을 설명) … "임금이 넓고 좁음의 셈에 통하면 좁다고 넓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경중의 셈에 통하면 적다고 많음을 두려워하지 않으니, 이것이 나라 계책의 큰 것입니다." … (인의를 높이고 효자를 표창하여 재물을 흩어 가벼이 하고, 가벼움을 타 계책으로 지키는 준도(准道)를 설명)

환공이 관자에게 물었다. "교수(敎數)를 묻겠소." 관자가 대답하였다. "백성 중 농사에 밝은 자, 육축을 잘 기르는 자, 나무를 잘 심는 자, 오이·박·채소·온갖 과일을 무성히 하는 자, 백성의 질병을 고치는 자, 때를 알아 어느 해 흉할지·어느 곡식 익을지 아는 자, 누에치기에 통하여 누에를 병들지 않게 하는 자에게 모두 황금 한 근, 양식 여덟 섬에 해당하는 값을 둡니다. 그 말을 삼가 들어 관에 갈무리하고 군대 일에 관여하지 않게 하니, 이것이 나라 계책입니다." … (시·시時·춘추·행·역·복의 다섯 관기(五官技)와 여섯 가문六家을 두어 임금이 때와 계책을 잃지 않게 하는 군병君棅을 설명) …

환공이 관자에게 물었다. "권병(權棅)의 셈은 이미 들었소. 나라를 굳게 지킴은 어찌하오?" 답하였다. "능한 자를 다 관에 두고 때를 다 관에 두며 득실의 셈과 만물의 처음과 끝을 임금이 다 관장하면 나머지는 모두 셈으로 행합니다." 환공이 말하였다. "셈으로 행함이 무엇이오?" 관자가 대답하였다. "곡식은 백성의 목숨줄이요 지혜는 백성의 도움입니다. 백성이 지혜롭고 임금이 어리석으며 아래가 부유하고 임금이 가난하거나, 아래가 가난하고 임금이 부유함을 일과 이름의 둘(事名二)이라 합니다. 나라의 기틀은 더디고 빠름일 뿐이요, 임금의 도는 법을 헤아림일 뿐이며, 사람 마음은 그릇됨을 금함일 뿐입니다." … (도법度法은 사람 힘을 헤아려 공을 듦, 금무禁繆는 지난 일이 아니라 올 일을 경계함을 설명하고, 진晉·제齊의 공과公過를 들어 국계國戒를 말함)

환공이 관자에게 물었다. "경중과 준의 베풂은 행하였소. 계책이 이에 다하오?" 관자가 말하였다. "아직입니다. 장차 신물을 부리고 보배를 쓸 것입니다(御神用寶)." 환공이 말하였다. "어신용보가 무엇이오?" 관자가 대답하였다. … (북곽에서 거북을 얻은 자에게 대부의 복식을 내려 그 거북을 값 매길 수 없는 보배(無貲)로 삼아 태대에 갈무리하고, 정씨丁氏의 곡식을 빌릴 때 이 보배를 담보로 삼아 군량을 마련한 일화로, 보배를 매개로 곡식·재물을 운용하는 법을 설명) … 환공이 말하였다. "흐름(流)이 무엇이오?" 관자가 대답하였다. "물건에 미리 쌓아 둠(豫)이 있으면 임금이 계책을 잃고 백성이 삶을 잃습니다. 그러므로 천하를 잘 다스리는 자는 두 미리 둠의 밖(二豫之外)에서 잡습니다." … "만승의 나라는 만금의 갈무리 없을 수 없고 천승·백승의 나라도 각기 천금·백금의 갈무리 없을 수 없습니다. 이로써 명령과 더불어 나아가고 물러나니 이를 때를 탐(乘時)이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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