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자 78 규탁(揆度)

관자(管子) · 제 관중 전 · 번역·감수 허유

헤아려 잰다는 뜻의 규탁(揆度), 곧 천하의 큰 회계(大會)와 경중의 셈을 논한 편이다. 수인씨 이래 역대 제왕이 모두 경중으로 천하를 다스렸음을 들고, 사명이(事名二)·정명오(正名五), 곡식과 화폐의 경중, 신농의 셈(神農之數) 등을 설명한다.

핵심 구절 — 원문과 번역

燧人以來,未有不以輕重爲天下也。

수인씨 이래 경중으로 천하를 다스리지 않은 자가 없다.

一農不耕,民有爲之飢者;一女不織,民有爲之寒者。

한 농부가 밭갈지 않으면 백성에 그로 인해 굶는 자가 있고, 한 여자가 짜지 않으면 백성에 그로 인해 추운 자가 있다.

번역

제 환공이 관자에게 물었다. "수인씨(燧人氏) 이래의 큰 회계(大會)를 들을 수 있겠소?" 관자가 대답하였다. "수인씨 이래 경중으로 천하를 다스리지 않은 자가 없습니다. 공공(共工)의 왕 노릇은 물에 처함이 열에 일곱, 뭍에 처함이 열에 셋이라 하늘의 형세를 타 좁음으로 천하를 제어하였습니다. 황제의 왕 노릇에 이르러서는 그 발톱과 어금니를 삼가 감추고 그 기물을 이롭게 하지 않으며 산림을 태우고 늪을 깨뜨려 짐승을 쫓아 사람을 이롭게 한 뒤에 천하를 다스릴 수 있었습니다. 요·순의 왕 노릇에 이르러 해내를 교화한 까닭은, 북으로 우씨의 옥을 쓰고 남으로 강·한의 진주를 귀히 여겨 짐승의 원수를 이김에 대부로 따르게 함입니다." 환공이 말하였다. "무엇이오?" 관자가 대답하였다. … (제후의 자제로 폐백을 바치는 자에게 모두 범·표범 가죽을, 경대부에게 표범 장식을 쓰게 하여, 대부가 그 고을 곡식과 재물을 흩어 범·표범 가죽을 사게 하니, 산림의 사람이 맹수를 찔러 마치 친척의 원수를 좇듯 하였음 — 이것이 요·순의 셈임을 설명)

환공이 말하였다. "사명이(事名二)·정명오(正名五)면 천하가 다스려진다 하니, 사명이가 무엇이오?" 대답하였다. "하늘 계책은 양(陽)이요 땅 계책은 음(陰)이니 이를 사명이라 합니다." "정명오가 무엇이오?" 대답하였다. "권(權)·형(衡)·규(規)·구(矩)·준(准)이니 이를 정명오라 합니다. 색에 있어서는 청·황·백·흑·적이요, 소리에 있어서는 궁·상·우·치·각이며, 맛에 있어서는 신·매움·짬·씀·닮입니다. 이 둘의 다섯은 산을 헐벗기고 못을 마르게 하니 임금이 셈으로 제어합니다. … 임금이 둘의 다섯을 잃으면 나라를 잃고, 대부가 잃으면 권세를 잃으며, 백성이 잃으면 집을 잃습니다. 이것이 나라의 지극한 기틀이니 국기(國機)라 합니다."

경중의 법에 이르기를 "스스로 사마(司馬)가 될 수 있다 하고 못 되는 자는 죽여 그 북에 피칠하고, 스스로 밭을 다스릴 수 있다 하고 못 하는 자는 죽여 그 사(社)에 피칠하며, 스스로 관(官)이 될 수 있다 하고 못 되는 자는 베어 문지기로 삼는다" 하였다. 그러므로 능력을 속이고 녹을 거짓으로 임금에 이르는 자가 없게 된다. …

환공이 관자에게 물었다. "대준(大准)을 묻겠소." 관자가 대답하였다. "대준이란 천하가 모두 나를 제어하되 내가 없는 것이니 이를 대준이라 합니다." … (천하가 군대를 일으켜 나를 칠 때, 꾀하는 신하·전공을 세우는 신하에게 땅을 베어 봉하면 천하가 임금의 신하를 다 봉함이요 임금이 봉함이 아니며, 이웃 나라가 동할 때마다 거듭 임금의 백성을 부유케 하니 — "가난한 자는 거듭 가난하고 부유한 자는 거듭 부유함"이 대준의 셈임을 설명. 또 군대로 밭갈이를 못하는 인흉人凶, 장사꾼이 곡식·재물을 거두어 나라 재물이 장사꾼에게 들어가는 경중의 대준을 설명)

관자가 말하였다. "임금이 근본(本)을 잡으면 백성이 말단(末)을 잡지 못하고, 임금이 처음(始)을 잡으면 백성이 끝(卒)을 잡지 못합니다. 길에 있는 것은 네거리와 요새에서 세를 매기고, 곡식에 있는 것은 봄가을로 지키며, 만물에 있는 것은 값을 세워 행합니다. 그러므로 물건이 동하면 응합니다. … 임금이 그 흐름을 지키면 백성이 그 높음을 잃습니다. 그러므로 사방의 높낮이를 지켜 나라에 떠도는 장사꾼이 없고 귀천이 서로 맞으니 이를 국형(國衡)이라 합니다."

관자가 말하였다. … (상인의 일을 바로잡아 점포를 줄이면 시장·조정이 한가하고 들이 차며 백성 재물이 족함을 설명. 소금·철·주석·금을 스무 배 운용하는 것이 나라 계책이요, 다섯 관기의 셈은 백성에게 세를 매기지 않음을 말함)

환공이 관자에게 물었다. "경중의 셈은 어디서 끝나오?" 관자가 대답하였다. "사시가 번갈아 일어남 같아 끝나는 바가 없습니다. 나라에 근심이 있으면 오곡을 경중하여 쓰임을 조절하고 남은 것을 쌓아 상을 대비합니다. 천하가 복종하고 해내를 가지면 부유함으로 정성·신의·인의의 선비를 살게 합니다. 그러므로 백성이 사양을 높이고 괴이한 짓을 하는 자가 없습니다. …"

관자가 말하였다. "한 해 밭갈아 다섯 해 먹으면 곡식값이 다섯 배요, 한 해 밭갈아 여섯 해 먹으면 여섯 배입니다. 두 해 밭갈면 십일 년을 먹습니다. 무릇 부유하면 빼앗을 수 있고 가난하면 줄 수 있어야 천하를 다스릴 수 있습니다. …"

관자가 말하였다. "나라를 잘 다스리는 자는 쇠와 돌이 서로 듦 같아 무게가 같으면 쇠가 기웁니다. 그러므로 권세를 다스리면 형세가 무겁고 도를 다스리면 형세가 약합니다. 이제 곡식이 내 나라에 무겁고 천하에 가벼우면 제후가 스스로 새어 나옴이 근원의 물이 아래로 흐름 같습니다. 그러므로 물건이 무거우면 이르고 가벼우면 떠납니다. … 물건을 갈무리하면 무겁고 풀면 가벼우며 흩으면 많아집니다. 화폐가 무거우면 백성이 이로움에 죽고 가벼우면 흩어져 쓰이지 않으니, 경중을 셈에 고르게 하여 그칩니다."

"오곡은 백성의 목숨줄이요, 도폐는 도랑이며, 호령은 더디고 빠름입니다. 명령이 보배보다 무겁고 사직이 친척보다 무겁다 함은 무슨 말이오?" 대답하였다. "무릇 성곽이 함락되어 사직이 피의 제사를 받지 못하면 산 신하가 없고, 어버이가 죽은 뒤에 죽는 자식이 없습니다. 이것이 사직이 친척보다 무거운 까닭입니다. 그러므로 성이 있어도 사람이 없음을 빈 터를 지킴이라 하고, 사람이 있어도 갑병과 먹을 것이 없음을 화와 함께 거함이라 합니다."

환공이 관자에게 물었다. "내가 들으니 해내의 옥과 화폐에 일곱 계책(七筴)이 있다 하니 들을 수 있겠소?" 관자가 대답하였다. "음산의 연민이 한 계책, 연(燕)의 자산 백금이 한 계책, 발·조선의 무늬 가죽이 한 계책, 여·한수 오른쪽의 황금이 한 계책, 강양의 진주가 한 계책, 진 명산의 증청이 한 계책, 우씨 변산의 옥이 한 계책입니다. 이를 적음으로 많음을 삼고 좁음으로 넓음을 삼는다 하니, 천하의 셈이 경중에 다합니다."

환공이 물었다. "음산의 말로 멍에 갖춘 것이 천 승이요 말값이 만, 금값이 만이오. 내게 묻힌 금 천 근이 있으니 어찌하오?" 관자가 대답하였다. "임금이 세 매기는 자로 하여금 모두 화폐로 금에 돌리게 하면 나는 사만에 이릅니다. 이는 하나가 넷이 됨입니다. 내가 흙을 빚고 화로를 흔들어 황금을 세움이 아니라, 이제 황금의 무게가 하나가 넷이 됨은 셈입니다." … (주옥·황금·도포의 상중하폐, 백승·천승·만승 나라의 경중이 닷새·열흘·스무날을 넘지 않는 셈, 밭과 호구·인구·전차·말의 수를 설명)

관자가 말하였다. "사내가 홀아비, 여자가 과부, 늙어 자식 없는 자가 외돌이입니다. 임금이 그 자제가 군역에 죽어 부모가 외돌이 된 자를 물어 반드시 장사 지내되 수의 세 벌, 관은 세 치, 고을 관리가 일을 보아 공의 땅에 묻습니다. … 한 해 읍리를 다니며 힘이 같은데 궁실이 아름다운 자는 어진 백성이요 힘써 짓는 자이니 포 두 묶음·술 한 섬을 내리고, 힘이 넉넉한데 놀고 짓지 않는 자는 노인이면 꾸짖고 장정이면 변방 수자리에 보냅니다. 밑천 없는 백성에게 밭을 빌려 주니, 온갖 일이 다 일어나 힘을 묵히고 때를 잃는 백성이 없습니다. 이것이 모두 나라 계책의 셈입니다."

상등 농부는 다섯을 끼고 중등은 넷, 하등은 셋을 끼며, 상등 여자는 다섯을 입히고 중등은 넷, 하등은 셋을 입힌다. 농부에 일정한 업이 있고 여자에 일정한 일이 있다. 한 농부가 밭갈지 않으면 백성에 그로 인해 굶는 자가 있고, 한 여자가 짜지 않으면 백성에 그로 인해 추운 자가 있다. 굶주리고 추워 얼어 죽음은 반드시 거름흙에서 일어나므로 선왕이 그 시작을 삼갔다. 일이 그 본전을 두 배 하면 종자 없는 백성이 자식을 팔고, 세 배 하면 먹을 만하며, 네 배 하면 향리가 넉넉하고, 다섯 배 하면 멀고 가까움이 통한 뒤에 죽어 장사 지낼 수 있다. 일이 본전을 두 배 하지 못하는데 위에서 구함이 그치지 않으면, 간사한 길을 홀로 좇을 수 없고 재물이 머물지 못하여 법으로 뒤따르면 안팎으로 백성을 깎음이다. 경중이 고르지 않고 종자 없는 백성을 이치로 책할 수 없으며 자식 판 자를 부릴 수 없어, 임금이 그 백성을 잃고 아비가 그 자식을 잃으니 나라를 망치는 셈이다.

관자가 말하였다. "신농의 셈(神農之數)에 이르기를 '한 곡식이 익지 않으면 한 곡식을 줄이고 곡식의 법이 열 배가 되며, 두 곡식이 익지 않으면 두 곡식을 줄이고 곡식의 법이 다시 열 배가 된다. 들나물로 채우고, 먹을 것 없는 자에게 묵은 것을 주며, 종자 없는 자에게 새것을 빌려 주므로, 열 배 값이 없고 갑절 받는 백성이 없다'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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