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자 85 경중기(輕重己)
다른 경중 편들과 달리, 천자가 사시(四時)와 동지·하지를 기준으로 베푸는 정령(政令)·금령(禁令)·제사·계책을 절기별로 정리한 일종의 월령(月令)이다. 정신(淸神)에서 마음·규구·방정·역법·사시·만물이 나온다는 우주론으로 시작하여, 동지·춘분·하지·추분 등을 기점으로 며칠을 세어 천자가 행할 일을 차례로 규정한다.
핵심 구절 — 원문과 번역
淸神生心,心生規,規生矩,矩生方,方生正,正生曆,曆生四時,四時生萬物。
맑은 정신이 마음을 낳고 마음이 규를 낳으며 규가 구를 낳고 구가 방정함을 낳으며 방정함이 바름을 낳고 바름이 역법을 낳으며 역법이 사시를 낳고 사시가 만물을 낳는다.
故耕械具則戰械備矣。
그러므로 밭갈이 연장이 갖추어지면 싸움의 연장이 갖추어진다.
번역
맑은 정신(淸神)이 마음을 낳고 마음이 규(規)를 낳으며 규가 구(矩)를 낳고 구가 방정함을 낳으며 방정함이 바름을 낳고 바름이 역법(曆)을 낳으며 역법이 사시를 낳고 사시가 만물을 낳는다. 성인이 이를 따라 다스리니 도가 두루 미친다.
동지(冬日至)로부터 마흔엿새를 세면 겨울이 다하고 봄이 시작된다. 천자가 나라에서 동쪽으로 마흔여섯 리 나가 단을 쌓고, 푸른 옷에 푸른 관을 쓰며 옥총(玉揔)을 꽂고 옥감(玉監)을 띠고서 제후·경대부·열사를 조회하고 백성을 두루 살피며, 이름하여 제일(祭日)이라 하고 희생은 물고기로 한다. 호령을 내어 "낳되 죽이지 말고 상 주되 벌하지 말라. 죄옥(罪獄)을 끊지 말고 한 해를 기다리라" 한다. 백성에게 방을 그을리고 부싯돌을 쓰며 부뚜막을 바르고 우물을 치게 함은 백성을 오래 살게 함이다. 보습·쟁기·호미 등 봄여름 일에 쓸 것을 반드시 갖추게 하고, 백성에게 술과 음식을 만들게 함은 효경(孝敬)을 위함이다. 백성이 나면서 부모 없는 자를 고자(孤子)라 하고, 아내도 자식도 없는 자를 늙은 홀아비(老鰥), 남편도 자식도 없는 자를 늙은 과부(老寡)라 한다. 이 세 사람은 모두 관에 나아가게 하고, 일할 수 있는 자나 못 하는 자를 말한 대로 먹여 빠뜨리지 않는다. 많이 한 자는 공이 되고 적게 한 자는 죄가 되니, 그러므로 길에 빌어먹는 자가 없다. 길에 빌어먹는 자가 있으면 재상(相)의 죄이다. 이것이 천자의 봄 정령(春令)이다.
동지로부터 아흔이틀을 세면 춘분(春至)이라 한다. 천자가 동쪽으로 아흔두 리 나가 단을 쌓고 제후·경대부·열사를 조회하며 백성을 두루 살피니 이름하여 제성(祭星)이라 한다. 열흘 안에 집에 처녀가 없고 길에 행인이 없다. 진실로 심고 가꾸지 않는 자를 적인(賊人)이라 하고, 아래로 땅을 짓고 위로 하늘을 지어도 복종하지 않는 백성이라 하며, … 세 가지를 심지 않으면 임금이 부린다. 이것이 천자의 봄 정령이다.
춘분(春日至)으로부터 마흔엿새를 세면 봄이 다하고 여름이 시작된다. 천자가 누런 옷을 입고 고요히 처하며 제후·경대부·열사를 조회하고 백성을 두루 살피며 호령을 내어 "큰 무리를 모으지 말고 큰 불을 행하지 말며 큰 나무를 베지 말고 대신을 죽이지 말며 큰 산을 깎지 말고 큰 늪을 죽이지 말라. 세 큰 것을 없애면 나라에 해가 있다" 한다. 이것이 천자의 여름 금령(夏禁)이다.
춘분으로부터 아흔이틀을 세면 하지(夏至)라 하고 보리가 익는다. 천자가 태종(太宗)에 제사하되 보리로 성대히 한다. 보리는 곡식의 시작이요 종(宗)은 겨레의 시작이다. 같은 겨레는 들어오고 다른 겨레는 물러난다. … 천자가 시작을 주관하고 꺼리는 바이다.
하지(夏日至)로부터 마흔엿새를 세면 여름이 다하고 가을이 시작되며 기장이 익는다. 천자가 태조(太祖)에 제사하되 기장으로 성대히 한다. 기장은 곡식의 아름다운 것이요 조(祖)는 나라의 무거운 것이다. 큰 공이 있는 자는 태조요 작은 공이 있는 자는 소조이며 공 없는 자는 조가 없다. … 조(祖)란 공으로 제사하는 바요 친함으로 제사하는 바가 아니다. 천자가 귀천을 달리하고 공 있는 자를 상 주는 바이다.
하지로부터 아흔이틀을 세면 추분(秋至)이라 하고 추분에 벼가 익는다. 천자가 태유(太惢)에 제사하되 서쪽으로 나라에서 백삼십팔 리 나가 단을 쌓고, 흰 옷에 흰 관을 쓰며 옥총을 꽂고 석감(錫監)을 띠고서 질나발·피리의 바람을 불고 쇠·돌의 소리를 울리며 제후·경대부·열사를 조회하고 백성을 두루 살피니 이름하여 제월(祭月)이라 하고 희생은 돼지로 한다. 호령을 내어 "벌하되 상 주지 말고 빼앗되 주지 말라. 죄옥을 죽이되 살리지 말라. 한 해의 죄를 용서함이 없게 하라" 한다. 이것이 천자의 가을 계책(秋計)이다.
추분(秋日至)으로부터 마흔엿새를 세면 가을이 다하고 겨울이 시작된다. 천자가 검은 옷에 검은 관을 쓰고 고요히 처하며 제후·경대부·열사를 조회하고 백성을 두루 살피며 호령을 내어 "큰 불을 행하지 말고 큰 산을 깎지 말며 큰 물을 막지 말고 하늘의 높음을 범하지 말라" 한다. 이것이 천자의 겨울 금령(冬禁)이다.
추분으로부터 아흔이틀을 세면 천자가 북쪽으로 아흔두 리 나가 단을 쌓고 검은 옷에 검은 관을 쓰며 제후·경대부·열사를 조회하니 이름하여 발요(發繇)라 한다. 산사람을 재촉해 베어 기계를 갖추게 하고, 늪사람을 재촉해 갈대를 베어 쌓임을 족하게 한다. 석 달 뒤에 모두 그 있는 것으로 없는 것을 바꾸니 이를 석 달의 저축을 크게 통함(大通三月之蓄)이라 한다.
무릇 밭갈기를 재촉할 때 갈지 않으면 백성이 명령을 따르지 않음이니 갈지 않음의 해이다. 김매기 마땅할 때 매지 않으면 온갖 풀이 다 남아 백성이 겨우 살아남으니 매지 않음의 해이다. 거두기 마땅할 때 거두지 않으면 바람비가 일어나 오곡이 깎이고 백성이 영락하니 거두지 않음의 해이다. 갈무리하기 마땅할 때 갈무리하지 않으면 안개 기운이 어려 죽어야 할 것이 살고 칩거해야 할 것이 울어대니 갈무리하지 않음의 해이다. 보습을 펴면 쇠뇌에 해당하고 호미는 검·극에 해당하며 도랑 치는 연장은 갑옷에 해당하고 도롱이·삿갓은 방패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밭갈이 연장이 갖추어지면 싸움의 연장이 갖추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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