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곡자 01 패합(捭闔第一)
《귀곡자》 상권(卷上)의 첫 편으로, 종횡술의 총강이다. 패(捭)는 열어 말함이요 합(闔)은 닫아 침묵함이니, 상대의 마음의 문을 음양의 이치로 열고 닫아 그 실정을 읽고 부리는 법을 논한다. 양(陽)으로 말하는 것은 시작[始]이요 음(陰)으로 말하는 것은 마침[終]이니, 음양을 시험해 사람·집·나라·천하를 설득한다.
핵심 구절 — 원문과 번역
捭之者,開也,言也,陽也。闔之者,閉也,黙也,隂也。
여는 것은 엶이요 말함이요 양이며, 닫는 것은 닫음이요 침묵이요 음이다.
口者,心之門戶也;心者,神之主也。
입은 마음의 문호요, 마음은 정신의 주인이다.
捭闔者,天地之道。
패합이란 천지의 도다.
번역
옛일을 상고하건대, 성인이 천지간에 있으면서 뭇 생령의 앞이 되니, 음양의 열림과 닫힘을 살펴 사물을 이름 짓고, 존망의 문호를 알아 만류(萬類)의 시종을 헤아리며, 사람 마음의 이치에 통달하고 변화의 조짐을 보아 그 문호를 지켜 맡았다. 그러므로 성인이 천하에 있음은 예부터 지금까지 그 도가 한결같다. 변화가 무궁하여 각기 돌아갈 바가 있으니, 혹은 음이고 혹은 양이며, 혹은 부드럽고 혹은 굳세며, 혹은 열리고 혹은 닫히며, 혹은 늦추어지고 혹은 당겨진다.
그러므로 성인은 한결같이 그 문호를 지켜 맡아, 먼저 할 바와 뒤에 할 바를 살피고, 권모를 헤아리고 능력을 가늠하며 그 재주의 길고 짧음을 견준다. 무릇 어짊과 못남, 지혜와 어리석음, 용맹과 비겁, 어짊과 의로움에 차이가 있으니, 이에 열 수도 닫을 수도, 나아가게 할 수도 물러가게 할 수도, 천하게 할 수도 귀하게 할 수도 있어, 함이 없음[無爲]으로 다스린다. 있고 없음과 그 실하고 허함을 살펴 정하고, 그 좋아하는 바를 따라 그 뜻을 본다. 그 말하는 바를 가만히 밀쳐 열어 되받음으로써 그 실정을 구하니, 그 뜻을 얻음을 귀하게 여긴다. 닫았다가 여는 것은 그 이로움을 구함이다.
혹은 열어 보이고 혹은 닫아 막으니, 열어 보임은 그 정이 같음이요 닫아 막음은 그 정성이 다름이다. 옳고 그름을 그 계책을 밝게 살펴 그 같고 다름을 헤아린다. 떨어지고 합함에 지킴이 있으니 먼저 그 뜻을 따른다. 열고자 하면 두루함[周]을 귀하게 여기고, 닫고자 하면 빈틈없음[密]을 귀하게 여기니, 두루함과 빈틈없음의 귀함은 은미하여 도와 서로 가까이 간다. 여는 것은 그 정을 헤아림이요 닫는 것은 그 정성을 맺음이다. 모두 그 권형(權衡)의 경중을 보아 이에 도수(度數)를 삼으니, 성인이 그에 따라 헤아린다.
패합이란 천지의 도다. 패합으로 음양을 변동시키고 사철을 열고 닫아 만물을 변화시키니, 종횡과 반출(反出)·반복(反覆)·반오(反忤)가 반드시 이로 말미암는다. 패합이란 도의 큰 변화요 설득의 변(變)이니, 반드시 그 변화를 미리 살펴야 하며 길흉의 큰 명운이 거기 매여 있다. 입은 마음의 문호요 마음은 정신의 주인이니, 뜻과 기쁨과 욕심과 생각과 지모가 모두 이 문호로 드나든다. 그러므로 패합으로 빗장 채우고 출입으로 제어한다. 여는 것은 엶이요 말함이요 양이며, 닫는 것은 닫음이요 침묵이요 음이다.
음양이 조화롭고 시종이 의로우니, 그러므로 장생·안락·부귀·존영·현명·애호·재리·득의·희욕을 말하는 것은 양이라 시작[始]이라 하고, 사망·우환·빈천·고욕·기손·망리·실의·유해·형륙·주벌을 말하는 것은 음이라 마침[終]이라 한다. 양의 부류를 본받아 말하는 것은 모두 시작이라 하니 선(善)을 말하여 그 일을 시작함이요, 음의 부류를 본받아 말하는 것은 모두 마침이라 하니 악(惡)을 말하여 그 꾀를 마침이다.
패합의 도는 음양으로 시험한다. 그러므로 양으로 더불어 말하는 자는 높은 데 의지하고 음으로 더불어 말하는 자는 낮은 데 의지하니, 낮음으로 작음을 구하고 높음으로 큼을 구한다. 이로 말미암아 말하면 나오지 않는 바 없고 들어가지 않는 바 없으며 안 될 바가 없으니, 사람을 설득할 수 있고 집을 설득할 수 있으며 나라를 설득할 수 있고 천하를 설득할 수 있다. 작게 함에는 안이 없고 크게 함에는 밖이 없다. 더하고 덜며 버리고 나아가며 등지고 돌이킴을 모두 음양으로 그 일을 부린다.
양은 움직여 행하고 음은 그쳐 감추며, 양은 움직여 나오고 음은 숨어 들며, 양은 돌아 음에서 마치고 음은 다해 양으로 돌이킨다. 양으로 움직이는 것은 덕이 서로 살림이요 음으로 고요한 것은 형(形)이 서로 이룸이며, 양으로 음을 구함은 덕으로 감쌈이요 음으로 양을 맺음은 힘으로 베풂이다. 음양이 서로 구함은 패합으로 말미암으니, 이것이 천지 음양의 도요 사람을 설득하는 법이며, 만사의 앞이 되니 이를 일러 원방(圓方)의 문호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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