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곡자 09 권편(權篇第九)

귀곡자(鬼谷子) · 전국 귀곡자 · 번역·감수 허유

《귀곡자》 중권(卷中)의 다섯째 편으로, 권(權)을 논한다. 권은 말의 저울질이니, 설득의 말을 상황과 상대에 맞게 저울질해 쓰는 법을 다룬다. 다섯 가지 거짓 말[佞·諛·㔻·戚·靜]과 다섯 가지 병든 말[病·怨·憂·怒·喜]을 분별하고, 지혜로운 자·박식한 자·귀한 자·부유한 자 등 상대에 따라 말을 달리하는 변설의 술수를 정리한다.

핵심 구절 — 원문과 번역

故口者,機關也,所以闗閉情意也。

그러므로 입은 기관이니, 정과 뜻을 닫고 여는 까닭이다.

衆口爍金,言有曲故也。

뭇 입은 쇠를 녹이니, 말에 굽음이 있는 까닭이다.

智貴明,辭貴竒。

지혜는 밝음을 귀하게 여기고, 말은 기이함을 귀하게 여긴다.

번역

설득[說]이란 그를 설득함이요, 그를 설득함은 그를 도움이다. 말을 꾸밈[飾言]이란 빌림이요, 빌림은 더하고 덞이다. 응대(應對)란 이로운 말[利辭]이요, 이로운 말은 가벼운 논의다. 의를 이룸[成義]이란 밝힘이요, 밝힘은 부절로 징험함이다. 말이 혹 되풀이됨은 서로 물리치고자 함이요, 어려운 말[難言]은 논의를 물리침이며, 논의를 물리침은 기미를 낚음이다.

아첨하는 말[佞言]은 아첨하면서 충성을 범함이요, 알랑대는 말[諛言]은 박식하면서 지혜를 범함이며, 과감한 말[㔻言]은 결단하면서 용맹을 범함이요, 근심하는 말[戚言]은 저울질하면서 미더움을 범함이며, 고요한 말[靜言]은 되돌리면서 이김을 범함이다. … 그러므로 입은 기관(機關)이니 정과 뜻을 닫고 여는 까닭이요, 귀와 눈은 마음의 보좌이니 간사함을 엿보는 까닭이다. 그러므로 "조절하여 응하고 도를 이롭게 하여 움직인다" 한다. 그러므로 말이 많아도 어지럽지 않고, 날아도 미혹되지 않으며, 바꾸어도 위태롭지 않음은 요체를 보아 이치를 얻음이다.

그러므로 눈 없는 자에게는 오색(五色)을 보일 수 없고 귀 없는 자에게는 오음(五音)을 알릴 수 없다. 그러므로 갈 수 없는 자에게는 열 바가 없고 올 수 없는 자에게는 받을 바가 없으니, 사물에 통하지 않음이 있으면 성인은 일삼지 않는다. … 뭇 입은 쇠를 녹이니[衆口爍金], 말에 굽음이 있는 까닭이다. 사람의 정은 말을 내면 들어주기를 바라고 일을 일으키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그러므로 지혜로운 자는 그 짧은 바를 쓰지 않고 어리석은 자의 긴 바를 쓰며, 그 졸한 바를 쓰지 않고 어리석은 자의 솜씨 있는 바를 쓰니 그러므로 곤궁하지 않다.

그러므로 "말에는 다섯이 있으니 병듦[病]·원망[怨]·근심[憂]·노함[怒]·기쁨[喜]이라" 한다. 병든 말은 쇠한 기운으로 신묘하지 못함이요, 두려운 말은 창자가 끊겨 주인이 없음이며, 근심하는 말은 막혀 새지 못함이요, 노한 말은 망령되이 움직여 다스려지지 않음이며, 기쁜 말은 흩어져 요체가 없음이다. 이 다섯은 정묘하면 쓰고 이로우면 행한다.

그러므로 지혜로운 자와 말함은 박식함[博]에 의지하고, 박식한 자와 말함은 분별[辨]에 의지하며, 분별하는 자와 말함은 요체[要]에 의지하고, 귀한 자와 말함은 기세[勢]에 의지하며, 부유한 자와 말함은 높음[高]에 의지하고, 가난한 자와 말함은 이로움[利]에 의지하며, 천한 자와 말함은 겸손[謙]에 의지하고, 용맹한 자와 말함은 과감[敢]에 의지하며, 어리석은 자와 말함은 날카로움[銳]에 의지하니, 이것이 그 술수다. 그런데 사람들은 늘 이를 거스른다. … 그러므로 말은 부류가 많고 일은 변화가 많으니, 종일 말해도 그 부류를 잃지 않으므로 일이 어지럽지 않고, 종일 변해도 그 주인을 잃지 않으므로 지혜는 망령되지 않음을 귀하게 여긴다. 들음은 귀밝음[聰]을 귀하게 여기고, 지혜는 밝음[明]을 귀하게 여기며, 말은 기이함[竒]을 귀하게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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