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형 14 물세(物勢)

논형(論衡) · 후한 왕충 · 번역·감수 허유

왕충(王充)의 《논형》 열네 번째 편으로, 천지가 일부러 사람과 만물을 낳은 것이 아니라 기운이 합하여 우연히 절로 난 것임을 논한다. 특히 "오행(五行)의 기운이 서로 적해(賊害)한다"는 통설을 정면으로 반박하며, 12지지(寅·戌·丑·未·亥·巳·子·午…)에 배속된 짐승의 상극(相勝)을 일일이 검증해 오행 상극설이 들어맞지 않음을 논증한다.

번역

유자가 논하기를 "천지가 일부러 사람을 낳았다" 하니 이 말은 망령되다. 무릇 천지가 기운을 합하매 사람이 우연히 절로 난 것이니, 부부가 기운을 합하매 자식이 절로 남과 같다. 부부가 기운을 합함은 그때 자식을 낳고자 함이 아니라, 정욕이 동하여 합하고 합하여 자식이 난 것이다. 또 부부가 일부러 자식을 낳지 않음으로써 하늘이 일부러 사람을 낳지 않음을 안다. 그렇다면 사람이 천지에서 남은 물고기가 못에서, 이(虱)가 사람에게서 남과 같으니, 기운으로 말미암아 나서 종류가 서로 낳아 만물이 천지 사이에 남이 다 한가지 실상이다. 전(傳)에 "천지가 일부러 사람을 낳지 않고 사람이 우연히 절로 났다" 했다.

(중략 — 천지를 화로, 만물을 구리, 음양을 불, 조화를 장인에 견주는 비유를 검토하며, 옹기·대장의 일은 일부러 함이지만 천지의 생물은 일부러 함이 아니라, 기운이 합하매 물건이 우연히 절로 남을 거듭 논한다. 밭 갈고 씨 뿌림은 일부러 하나 익고 안 익음은 우연히 자연임을 든다.)

무엇으로 증험하는가? 만일 하늘이 일부러 만물을 낳았다면 마땅히 서로 친애하게 할 것이지 서로 적해(賊害)하게 하지 않을 것이다. 혹 말한다. "오행(五行)의 기운이 하늘이 만물을 낳음에, 만물이 오행의 기운을 머금어 오행의 기운이 다시 서로 적해한다." 답한다. "하늘이 마땅히 한 가지 기운(一行之氣)으로 만물을 낳아 서로 친애하게 할 것이지, 오행의 기운으로 도리어 서로 적해하게 하지 않을 것이다." 혹 말한다. "쓰임이 되게 하려고 서로 적해하게 하니, 적해함으로 서로 이룬다. 그러므로 하늘이 오행의 기운으로 만물을 낳고 사람이 만물로 만사를 짓는다. 서로 제어하지 못하고 서로 부리지 못하고 서로 적해하지 않으면 쓰임이 되지 못한다. 쇠가 나무를 적하지 않으면 나무가 쓰임을 이루지 못하고, 불이 쇠를 녹이지 않으면 쇠가 그릇을 이루지 못한다. 그러므로 모든 물건이 서로 적하고 서로 이로우며, 피 머금은 벌레가 서로 이기고 굴복시키고 서로 물고 서로 잡아먹음은 다 오행의 기운이 그렇게 한 것이다." 답한다. "하늘이 만물을 낳아 서로 쓰임이 되게 하려 부득이 서로 적해하게 한 것이라면, 범·이리·살무사·뱀과 벌·전갈의 벌레를 낳아 다 사람을 적해하니, 하늘이 또 사람으로 그것들의 쓰임이 되게 하려 함인가? 또 한 사람의 몸이 오행의 기운을 머금으므로 한 사람의 행실에 오상(五常)의 절조가 있다. 오상은 오행의 도다. 오장(五藏)이 안에 있어 오행의 기운이 함께 있다. 논자 말대로면 피 머금은 벌레가 오행의 기운을 품어 곧 서로 적해하니, 한 사람의 몸이 가슴에 오장을 품어 절로 서로 적하고, 한 사람의 행실에 의를 행하는 마음이 절로 서로 해함이라. 또 오행의 기운이 서로 적해하고 피 머금은 벌레가 서로 이겨 굴복시킨다는 그 증험이 어디 있는가?"

혹 말한다. "인(寅)은 목(木)이니 그 짐승은 범이요, 술(戌)은 토(土)니 그 짐승은 개요, 축·미(丑未)도 토니 축은 소, 미는 양이다. 목이 토를 이기므로 개와 소·양이 범에게 굴복한다. 해(亥)는 수(水)니 그 짐승은 돼지요, 사(巳)는 화(火)니 그 짐승은 뱀이요, 자(子)도 수니 그 짐승은 쥐요, 오(午)도 화니 그 짐승은 말이다. 수가 화를 이기므로 돼지가 뱀을 먹고, 화가 수에 해를 입으므로 말이 쥐똥을 먹으면 배가 부푼다." 답한다. "논자 말대로 살피면 피 머금은 벌레에 서로 이기지 못하는 증험도 있다. 오(午)는 말이요 자(子)는 쥐요 유(酉)는 닭이요 묘(卯)는 토끼다. 수가 화를 이긴다면 쥐가 어찌 말을 쫓지 않으며, 금이 목을 이긴다면 닭이 어찌 토끼를 쪼지 않는가? 해(亥)는 돼지요 축(丑)은 소다. 토가 수를 이긴다면 소·양이 어찌 돼지를 죽이지 않는가? 사(巳)는 뱀이요 신(申)은 원숭이다. 화가 금을 이긴다면 뱀이 어찌 원숭이를 먹지 않는가? 원숭이는 쥐를 두려워한다. 원숭이를 물어뜯는 것은 개다. 쥐는 수요 원숭이는 금이니, 수가 금을 이기지 못하거늘 원숭이가 무슨 까닭에 쥐를 두려워하는가? 술(戌)은 토요 신(申)은 원숭이니, 토가 금을 이기지 못하거늘 원숭이가 무슨 까닭에 개를 두려워하는가? 동방은 목이니 그 별은 창룡(倉龍)이요, 서방은 금이니 그 별은 백호(白虎)요, 남방은 화니 그 별은 주조(朱鳥)요, 북방은 수니 그 별은 현무(玄武)다. 하늘에 네 별의 정기가 있어 내려와 네 짐승의 몸을 낳으니, 피 머금은 벌레가 네 짐승을 으뜸으로 삼아 네 짐승이 오행의 기운을 가장 뚜렷이 머금는다. 살피건대 용과 범이 사귀어도 서로 적하지 않고, 새와 거북이 모여도 서로 해하지 않는다. 네 짐승으로 증험하고 십이지(十二辰)의 짐승으로 효험을 보건대, 오행의 벌레가 기운과 성품으로 서로 깎는다 함은 더욱 들어맞지 않는다. 무릇 만물이 서로 깎고 적함, 피 머금은 벌레가 서로 굴복함, 서로 잡아먹음에 이르러서는, 절로 이빨의 날카로움과 무딤, 근력의 우열, 동작의 교묘함, 기세의 용맹과 사나움으로 말미암는다. 사람이 세상에 있어 형세가 맞지 않고 힘이 고르지 않으면 절로 서로 이겨 굴복함과 같다. 힘으로 굴복시키면 칼로 적함이라. 무릇 사람이 칼로 서로 적함은 물건이 이빨·뿔·발톱·어금니로 서로 부딪쳐 찌름과 같다. 힘이 세고 뿔이 날카롭고 기세가 사납고 어금니가 길면 이기고, 기운이 약하고 발톱이 짧고 담이 작고 발길질이 무디면 굴복하여 두려워한다."

사람에게 용맹과 비겁이 있으므로 싸움에 승부가 있으니, 이긴 자가 반드시 금기(金氣)를 받음이 아니요 진 자가 반드시 목정(木精)을 얻음이 아니다. 공자가 양호(陽虎)를 두려워하여 물러나 식은땀을 흘렸으나 양호가 반드시 빛이 희지 않고 공자가 반드시 얼굴이 푸르지 않았다. 매가 비둘기·참새를 치고 솔개가 고니·기러기를 쪼되, 반드시 매·솔개가 남방에서 나고 비둘기·참새·고니·기러기가 서방에서 난 것이 아니라, 절로 근력의 용맹과 비겁으로 서로 이겨 굴복함이다.

한 마루 위에 반드시 논하는 자가 있고 한 마을 안에 반드시 송사하는 자가 있다. 송사에 반드시 굽음과 곧음이 있고 논함에 반드시 시비가 있다. 그르고 굽은 자가 짐이 되고 옳고 곧은 자가 이김이 된다. 혹 말 잘하고 혀가 날래 비유가 가로 쏟아지는 자가 이기고, 혹 어눌하고 말 더듬어 비유하지 못하는 자가 진다. 혀로 송사를 논함은 칼과 창으로 싸움과 같다. 날카로운 칼과 긴 창에 손발이 굳세고 빠른 자가 이기고, 무딘 칼과 짧은 창에 손발이 느린 자가 진다. 무릇 물건이 서로 이김은 혹 근력으로, 혹 기세로, 혹 교묘함으로 한다. 작아도 기세가 있고 입과 발이 편리하면 작음으로 큼을 제어하고, 커도 골력이 없고 뿔과 날개가 굳세지 못하면 큼으로 작음에 굴복한다. 까치가 고슴도치 가죽을 먹고 백로(博勞)가 뱀을 먹음은 고슴도치와 뱀이 편리하지 못해서다. 모기와 등에의 힘이 소·말만 못하나 소·말이 모기·등에에 시달림은 모기·등에가 기세가 있어서다. 사슴의 뿔이 개를 들이받을 만하고 원숭이의 손이 쥐를 칠 만하나 사슴이 개에 제어되고 원숭이가 쥐에 굴복함은 뿔과 발톱이 날카롭지 못해서다. 그러므로 십 년 묵은 소가 목동에게 몰리고 한 길 되는 코끼리가 월(越)의 아이에게 갈고리에 끌림은 편리함이 없어서다. 그러므로 그 편리함을 얻으면 작음으로 큼을 이기고, 그 편리함이 없으면 강함으로 약함에 굴복한다.

원문 전문 보기 (한문)

儒者論曰:「天地故生人。」此言妄也。夫天地合氣,人偶自生也。猶夫婦合氣,子則自生也。夫婦合氣,非當時欲得生子;情欲動而合,合而生子矣。且夫婦不故生子,以知天不故生人也。然則人生於天地也,猶魚之於淵,飢虱之於人也。因氣而生,種類相產,萬物生天地之間,皆一實也。傳曰:「天地不故生人,人偶自生。」

若此,論事者何故云天地為爐,萬物為銅,陰陽為火,造化為工乎?案陶冶者之用爍銅燔器,故為之也。而云天地不故生人,人偶自生耳,可謂陶冶者不故為器而器偶自成乎?夫比不應事,未可謂喻;文不稱實,未可謂是也。曰:「是喻人稟氣不能純一,若爍銅之下形,燔器之得火也,非謂天地生人與陶冶同也。」興喻,人皆引人事,人事有體,不可斷絕。以目視頭,頭不得不動;以手相足,足不得不搖。目與頭同形,手與足同體。今夫陶冶者初埴作器,必模范為形,故作之也;燃炭生火,必調和爐灶,故為之也。及銅爍不能皆成,器燔不能盡善,不能故生也。

夫天不能故生人,則其生萬物,亦不能故也。天地合氣,物偶自生矣。夫耕耘播種,故為之也;及其成與不熟,偶自然也。

何以驗之?如天故生萬物,當令其相親愛,不當令之相賊害也。或曰:「五行之氣,天生萬物。以萬物含五行之氣,五行之氣更相賊害。」

曰:「天自當以一行之氣生萬物,令之相親愛,不當令五行之氣反使相賊害也。」或曰:「欲為之用,故令相賊害,賊害相成也。故天用五行之氣生萬物,人用萬物作萬事。不能相制,不能相使,不相賊害,不成為用。金不賊木,木不成用。火不爍金,金不成器。故諸物相賊相利,含血之蟲相勝服、相嚙噬、相啖食者,皆五行氣使之然也。」曰:「天生萬物欲令相為用,不得不相賊害也。則生虎狼蝮蛇及蜂蠆之蟲,皆賊害人,天又欲使人為之用邪?且一人之身,含五行之氣,故一人之行,有五常之操。五常,五行之道也。五藏在內,五行氣俱。如論者之言,含血之蟲,懷五行之氣,輒相賊害。一人之身,胸懷五藏,自相賊也;一人之操,行義之心,自相害也。且五行之氣相賊害,含血之蟲相勝服,其驗何在?」曰:「寅木也,其禽虎也;戍土也,其禽犬也;丑未亦土也,丑禽牛,未禽羊也。木勝土,故犬與牛羊為虎所服也。亥水也,其禽豕也;巳火也,其禽蛇也;子亦水也,其禽鼠也;午亦火也,其禽馬也。水勝火,故豕食蛇;火為水所害,故馬食鼠屎而腹脹。」曰:「審如論者之言,含血之蟲,亦有不相勝之效。午馬也,子鼠也,酉雞也,卯兔也。水勝火,鼠何不逐馬?金勝木,雞何不啄兔?亥豕也,丑牛也。土勝水,牛羊何不殺豕?巳蛇也,申猴也。火勝金,蛇何不食獼猴?獼猴者,畏鼠也。嚙噬猴者,犬也。鼠水,獼猴金也。水不勝金,獼猴何故畏鼠也?戍土也,申猴也。土不勝金,猴何故畏犬?東方木也,其星倉龍也。西方金也,其星白虎也。南方火也,其星朱鳥也。

北方水也,其星玄武也。天有四星之精,降生四獸之體。含血之蟲,以四獸為長,四獸含五行之氣最較著。案龍虎交不相賊,鳥龜會不相害。以四獸驗之,以十二辰之禽效之,五行之蟲以氣性相刻,則尤不相應。凡萬物相刻賊,含血之蟲則相服,至於相啖食者,自以齒牙頓利,筋力優劣,動作巧便,氣勢勇桀。若人之在世,勢不與適,力不均等,自相勝服。以力相服,則以刃相賊矣。夫人以刃相賊,猶物以齒角爪牙相觸刺也。力強角利,勢烈牙長,則能勝;氣微爪短(誅)〔銖〕,膽小距頓,則服畏也。

人有勇怯,故戰有勝負,勝者未必受金氣,負者未必得木精也。孔子畏陽虎,卻行流汗,陽虎未必色白,孔子未必面青也。鷹之擊鳩雀,之啄鵠雁,未必鷹、生於南方而鳩雀、鵠雁產於西方也,自是筋力勇怯相勝服也。」

一堂之上,必有論者。一鄉之中,必有訟者。訟必有曲直,論必有是非。非而曲者為負,是而直者為勝。亦或辯口利舌,辭喻橫出為勝;或詘弱綴,蹇不比者為負。

以舌論訟,猶以劍戟斗也。利劍長戟,手足健疾者勝;頓刀短矛,手足緩留者負。夫物之相勝,或以筋力,或以氣勢,或以巧便。小有氣勢,口足有便,則能以小而制大;大無骨力,角翼不勁,則以大而服小。鵲食蝟皮,博勞食蛇,蝟蛇不便也。蚊虻之力不如牛馬,牛馬困於蚊虻,蚊虻乃有勢也。鹿之角足以觸犬,獼猴之手足以博鼠,然而鹿制於犬,獼猴服於鼠,角爪不利也。故十年之牛,為牧豎所驅;長仞之象,為越僮所鉤,無便故也。故夫得其便也,則以小能勝大;無其便也,則以強服於羸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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