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 10 만장하(萬章下)

맹자(孟子) · 전국 맹가 · 번역·감수 허유

《맹자》 〈만장하〉 편의 전문 완역이다. 백이·이윤·유하혜·공자 등 성인의 유형, 주나라의 작록 제도, 벗을 사귀는 도리, 선비가 제후를 대하는 예법 등을 다룬다. 총 9장.

번역

1장

맹자가 말하였다. "백이(伯夷)는 눈으로는 나쁜 빛을 보지 않고 귀로는 나쁜 소리를 듣지 않았다. 자기 임금이 아니면 섬기지 않고, 자기 백성이 아니면 부리지 않았다. 다스려지면 나아가고 어지러우면 물러났다. 어지러운 정치가 나오는 곳과 어지러운 백성이 머무는 곳에는 차마 거하지 못하였다. 시골 사람과 함께 처하는 것을 마치 조정의 의관을 갖추고 진흙과 숯구덩이에 앉은 듯이 여겼다. 주(紂)의 때를 당하여 북해(北海)의 물가에 살며 천하가 맑아지기를 기다렸다. 그러므로 백이의 풍도를 들은 자는 완악한 사내가 청렴해지고 나약한 사내가 뜻을 세우게 된다."

"이윤은 말하기를 '어느 임금을 섬긴들 임금이 아니며, 어느 백성을 부린들 백성이 아니겠는가' 하여, 다스려져도 나아가고 어지러워도 나아갔다. 말하기를 '하늘이 이 백성을 낼 때 먼저 안 자로 하여금 나중에 아는 자를 깨우치게 하고, 먼저 깨달은 자로 하여금 나중에 깨닫는 자를 깨우치게 하였다. 나는 하늘이 낸 백성 가운데 먼저 깨달은 자이니, 내 장차 이 도로써 이 백성을 깨우치리라' 하였다. 천하의 백성 가운데 필부필부라도 요순의 은택을 함께 입지 못한 자가 있으면 마치 자기가 그들을 밀어 도랑 가운데 빠뜨린 듯이 여겼으니, 그가 천하의 무거운 책임을 자임함이 이러하였다."

"유하혜(柳下惠)는 더러운 임금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낮은 벼슬을 사양하지 않았으며, 나아가서는 어짊을 숨기지 않고 반드시 그 도리대로 하였다. 버림받아도 원망하지 않고 곤궁해도 근심하지 않았다. 시골 사람과 함께 처하여도 느긋하게 차마 떠나지 못하며 '너는 너고 나는 나이니, 비록 내 곁에서 옷을 벗고 알몸을 드러낸들 네가 어찌 나를 더럽힐 수 있겠는가' 하였다. 그러므로 유하혜의 풍도를 들은 자는 비루한 사내가 너그러워지고 박한 사내가 도타워진다."

"공자가 제나라를 떠날 때는 밥을 지으려고 담갔던 쌀을 건져 들고 떠났고, 노나라를 떠날 때는 '더디고 더디다, 나의 발걸음이여' 하였으니, 이는 부모의 나라를 떠나는 도리이다. 빨리 떠날 만하면 빨리 떠나고, 오래 머물 만하면 오래 머물며, 은거할 만하면 은거하고, 벼슬할 만하면 벼슬한 것이 공자이다."

맹자가 말하였다. "백이는 성인 가운데 맑은 자(聖之清者)요, 이윤은 성인 가운데 책임을 자임한 자(聖之任者)요, 유하혜는 성인 가운데 조화로운 자(聖之和者)요, 공자는 성인 가운데 때에 맞은 자(聖之時者)이다. 공자를 일러 집대성(集大成)이라 한다. 집대성이란 금성(金聲)으로 시작하여 옥진(玉振)으로 마무리하는 것이다. 금성이란 조리(條理)를 시작하는 것이요, 옥진이란 조리를 마무리하는 것이다. 조리를 시작하는 것은 지혜의 일이요, 조리를 마무리하는 것은 성인의 일이다. 지혜는 비유하면 기교요, 성인은 비유하면 힘이다. 백 보 밖에서 활을 쏘는 것과 같으니, 화살이 그곳에 이르는 것은 너의 힘이지만 과녁에 맞는 것은 너의 힘이 아니다."

2장

북궁기(北宮錡)가 물었다. "주나라 왕실이 작위와 녹을 정한 것은 어떠하였습니까?"

맹자가 말하였다. "그 상세한 내용은 들을 수 없다. 제후들이 자기를 해롭게 함을 싫어하여 모두 그 문서를 없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도 일찍이 그 대략은 들었다. 천자가 한 자리요, 공(公)이 한 자리요, 후(侯)가 한 자리요, 백(伯)이 한 자리요, 자(子)·남(男)이 같이 한 자리이니, 모두 다섯 등급이다. 군(君)이 한 자리요, 경(卿)이 한 자리요, 대부가 한 자리요, 상사(上士)가 한 자리요, 중사(中士)가 한 자리요, 하사(下士)가 한 자리이니, 모두 여섯 등급이다. 천자의 제도는 땅이 사방 천 리요, 공·후는 모두 사방 백 리요, 백은 칠십 리요, 자·남은 오십 리이니 모두 네 등급이다. 오십 리에 미치지 못하면 천자에게 직접 통하지 못하고 제후에게 부속되니 부용(附庸)이라 한다. 천자의 경은 후에 견주어 땅을 받고, 대부는 백에 견주어 땅을 받으며, 원사(元士)는 자·남에 견주어 땅을 받는다. 큰 나라는 땅이 사방 백 리이니, 군은 경의 녹의 열 배요, 경의 녹은 대부의 네 배요, 대부는 상사의 두 배요, 상사는 중사의 두 배요, 중사는 하사의 두 배요, 하사는 관청에 있는 서인과 녹이 같으니, 녹이 그 농사를 대신하기에 충분하다. 다음 나라는 땅이 사방 칠십 리이니, 군은 경의 녹의 열 배요, 경의 녹은 대부의 세 배이며, 그 아래는 큰 나라와 같다. 작은 나라는 땅이 사방 오십 리이니, 군은 경의 녹의 열 배요, 경의 녹은 대부의 두 배이며, 그 아래는 같다. 밭 가는 자의 수확은 한 사내가 백 묘(畝)이니, 백 묘에 거름을 주면 상등 농부는 아홉 사람을 먹이고, 그다음은 여덟 사람, 중등은 일곱 사람, 그다음은 여섯 사람, 하등은 다섯 사람을 먹인다. 관청에 있는 서인은 그 녹을 이 등급에 따라 차등을 둔다."

3장

만장이 물었다. "감히 벗 사귀는 도리를 묻습니다."

맹자가 말하였다. "나이 많음을 내세우지 않고, 귀함을 내세우지 않고, 형제(집안)를 내세우지 않고 사귀는 것이다. 벗한다는 것은 그 덕을 벗하는 것이니, 내세우는 바가 있어서는 안 된다. 맹헌자(孟獻子)는 백 대의 수레를 가진 집안인데 다섯 벗이 있었으니, 악정구(樂正裘)·목중(牧仲), 그 나머지 셋은 내가 잊었다. 맹헌자가 이 다섯 사람과 벗한 것은 자기 집안을 의식함이 없었던 것이다. 이 다섯 사람도 맹헌자의 집안을 의식하였다면 그와 벗하지 않았을 것이다. 백 대의 수레를 가진 집안만 그러한 것이 아니라, 비록 작은 나라의 임금이라도 그러함이 있다. 비(費)의 혜공(惠公)이 말하기를 '나는 자사(子思)에 대해서는 스승으로 모시고, 안반(顏般)에 대해서는 벗으로 사귀며, 왕순(王順)·장식(長息)은 나를 섬기는 자들이다'라고 하였다. 작은 나라의 임금만 그러한 것이 아니라, 비록 큰 나라의 임금이라도 그러함이 있다. 진 평공(晉平公)은 해당(亥唐)에 대하여, 들어오라 하면 들어가고 앉으라 하면 앉고 먹으라 하면 먹어, 비록 거친 밥과 나물국이라도 일찍이 배불리 먹지 않은 적이 없었으니, 대체로 감히 배불리 먹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끝내 여기에 그쳤을 뿐이다. 함께 하늘의 자리(天位)에 함께하지 않았고, 함께 하늘의 직분(天職)을 다스리지 않았고, 함께 하늘의 녹(天祿)을 먹지 않았으니, 이는 선비가 어진 이를 높인 것이지 왕공이 어진 이를 높인 것이 아니다. 순임금이 올라가 요임금을 뵙자 요임금이 사위(순)를 별궁에 묵게 하고 또 순에게 음식을 대접하여 번갈아 손님과 주인이 되었으니, 이는 천자로서 필부와 벗한 것이다. 아랫사람으로서 윗사람을 공경하는 것을 귀한 이를 귀하게 여긴다(貴貴)고 하고, 윗사람으로서 아랫사람을 공경하는 것을 어진 이를 높인다(尊賢)고 하니, 귀한 이를 귀하게 여기는 것과 어진 이를 높이는 것은 그 의리가 하나이다."

4장

만장이 말하였다. "감히 묻건대 교제(交際)는 어떤 마음으로 하는 것입니까?"

맹자가 말하였다. "공손함이다."

만장이 말하였다. "'거듭 사양하는 것은 공손하지 못하다'고 함은 어찌해서입니까?"

맹자가 말하였다. "높은 이가 내려 주는데 '그가 취한 것이 의로운가 의롭지 않은가'를 따진 뒤에 받는 것을 공손하지 못하다 하니, 그러므로 사양하지 않는 것이다."

만장이 말하였다. "말로써 사양하지 않고 마음으로 사양하여, '그것을 백성에게서 취한 것이 의롭지 못하다'고 여기면서 다른 핑계로 받지 않는 것은 안 됩니까?"

맹자가 말하였다. "그가 도(道)로써 사귀고 예로써 대하면 공자도 받으셨다."

만장이 말하였다. "지금 도성 문 밖에서 사람을 막아 약탈하는 자가 있는데, 그가 도로써 사귀고 예로써 보낸다면, 이 약탈한 것을 받아도 됩니까?"

맹자가 말하였다. "안 된다. 《강고(康誥)》에 '사람을 죽이고 넘어뜨려 재물을 빼앗으며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는 모든 백성이 미워하지 않는 이가 없다'고 하였으니, 이는 가르침을 기다리지 않고 죽일 자이다. 은나라가 하나라에게서, 주나라가 은나라에게서 받은 법으로 폐하지 않은 것이니, 지금에는 더욱 분명하거늘 어찌 그것을 받겠는가."

만장이 말하였다. "지금의 제후가 백성에게서 취하는 것은 약탈과 같습니다. 진실로 그 예제(禮際)를 잘하면 군자가 받는다 하니, 감히 묻건대 무슨 말씀입니까?"

맹자가 말하였다. "그대는 왕자(王者)가 일어나면 지금의 제후를 모조리 죽일 것이라 여기는가, 아니면 가르쳐도 고치지 않은 뒤에 죽일 것이라 여기는가? 무릇 자기 소유가 아닌데 취하는 자를 도둑이라 하는 것은 그 유(類)를 확충하여 의리의 지극함에 이른 것이다. 공자가 노나라에서 벼슬할 때 노나라 사람들이 사냥 시합으로 짐승을 다투자 공자도 사냥 시합으로 짐승을 다투셨다. 사냥 시합도 오히려 괜찮거늘 하물며 그 내려 주는 것을 받는 것이겠는가."

만장이 말하였다. "그렇다면 공자의 벼슬은 도를 행하기 위함이 아니었습니까?"

맹자가 말하였다. "도를 행하기 위함이었다."

"도를 행하기 위함인데 어찌 사냥 시합을 하셨습니까?"

맹자가 말하였다. "공자가 먼저 제기(祭器)를 장부에 바로잡으시고, 사방의 음식을 장부에 바로잡은 제기에 공급하지 않으신 것이다."

"어찌 떠나지 않으셨습니까?"

맹자가 말하였다. "도를 행할 조짐을 만드신 것이다. 조짐이 행할 만한데도 행해지지 않은 뒤에 떠나셨으니, 이 때문에 일찍이 한곳에 삼 년을 머무신 적이 없었다. 공자에게는 도를 행할 만함을 보고 한 벼슬(見行可之仕)이 있었고, 예우가 괜찮아서 한 벼슬(際可之仕)이 있었고, 임금이 봉양해 주어 한 벼슬(公養之仕)이 있었다. 계환자(季桓子)에게는 도를 행할 만함을 보고 한 벼슬이요, 위 영공(衛靈公)에게는 예우가 괜찮아서 한 벼슬이요, 위 효공(衛孝公)에게는 봉양해 주어 한 벼슬이다."

5장

맹자가 말하였다. "벼슬은 가난 때문에 하는 것이 아니지만 때로는 가난 때문에 하는 경우가 있고, 아내를 맞이함은 봉양 때문이 아니지만 때로는 봉양 때문인 경우가 있다. 가난 때문에 벼슬하는 자는 높은 자리를 사양하고 낮은 자리에 거하며, 부유함을 사양하고 가난함에 거한다. 높은 자리를 사양하고 낮은 자리에 거하며 부유함을 사양하고 가난함에 거하는 것은 어디가 마땅한가? 문지기나 야경꾼이다. 공자가 일찍이 창고지기(委吏)가 되어서는 '회계가 맞을 따름이다'라 하셨고, 일찍이 가축 기르는 자(乘田)가 되어서는 '소와 양이 잘 자랄 따름이다'라 하셨다. 지위가 낮으면서 말을 높이는 것은 죄요, 남의 조정에 서서 도가 행해지지 않는 것은 부끄러움이다."

6장

만장이 말하였다. "선비가 제후에게 의탁하지 않는 것은 어찌해서입니까?"

맹자가 말하였다. "감히 못하는 것이다. 제후가 나라를 잃은 뒤에 다른 제후에게 의탁하는 것은 예이지만, 선비가 제후에게 의탁하는 것은 예가 아니다."

만장이 말하였다. "임금이 곡식을 보내 주면 받습니까?"

맹자가 말하였다. "받는다."

"받는 것은 무슨 의리입니까?"

맹자가 말하였다. "임금은 떠도는 백성에 대하여 진실로 구휼하는 법이다."

"구휼하는 것은 받고 하사하는 것은 받지 않는 것은 어찌해서입니까?"

맹자가 말하였다. "감히 못하는 것이다."

"감히 묻건대 감히 못한다는 것은 어찌해서입니까?"

맹자가 말하였다. "문지기나 야경꾼은 모두 일정한 직분이 있어 위에서 녹을 받아 먹는다. 일정한 직분 없이 위에서 하사받는 것은 공손하지 못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임금이 보내 주면 받는다 하니, 모르겠습니다만 계속 이어 받아도 됩니까?"

맹자가 말하였다. "목공(繆公)이 자사에 대하여 자주 안부를 묻고 자주 삶은 고기를 보냈는데, 자사가 기뻐하지 않았다. 마침내는 사자를 손짓하여 대문 밖으로 내보내고, 북면하여 머리를 조아려 두 번 절하고 받지 않으며 말하기를 '이제야 임금이 나를 개나 말처럼 기르려 함을 알았다'고 하였다. 대체로 이때부터 하인을 통한 보냄이 없어졌다. 어진 이를 좋아한다면서 등용하지도 못하고 봉양하지도 못한다면 어진 이를 좋아한다 할 수 있겠는가."

"감히 묻건대 임금이 군자를 봉양하려면 어떻게 해야 봉양한다 할 수 있습니까?"

맹자가 말하였다. "임금의 명으로 받들어 보내면 두 번 절하고 머리를 조아려 받고, 그 뒤에 창고지기가 곡식을 잇고 푸줏간지기가 고기를 잇되 임금의 명으로 받들지는 않는다. 자사는 삶은 고기가 자기로 하여금 번거롭게 자주 절하게 한다고 여겼으니, 이는 군자를 봉양하는 도리가 아니라고 한 것이다. 요임금이 순임금에 대하여 그 아홉 아들로 하여금 그를 섬기게 하고 두 딸을 시집보냈으며, 백관과 소·양·창고를 갖추어 밭 가운데서 순을 봉양하다가 뒤에 등용하여 윗자리에 올렸다. 그러므로 왕공이 어진 이를 높였다고 하는 것이다."

7장

만장이 말하였다. "감히 묻건대 (선비가) 제후를 만나지 않는 것은 무슨 의리입니까?"

맹자가 말하였다. "도성에 있으면 시정(市井)의 신하라 하고, 들에 있으면 초망(草莽)의 신하라 하니, 모두 서인(庶人)이라 한다. 서인은 폐백을 바쳐 신하가 되지 않으면 감히 제후를 만나지 않는 것이 예이다."

만장이 말하였다. "서인은 불러서 부역시키면 가서 부역하는데, 임금이 만나 보고자 불러도 가서 만나지 않는 것은 어찌해서입니까?"

맹자가 말하였다. "가서 부역하는 것은 의이고, 가서 만나는 것은 의가 아니다. 또 임금이 그를 만나 보고자 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그가 견문이 많기 때문이고, 그가 어질기 때문입니다."

맹자가 말하였다. "견문이 많기 때문이라면 천자도 스승을 부르지 않거늘 하물며 제후이겠는가. 어질기 때문이라면 나는 어진 이를 만나 보고자 하면서 그를 불렀다는 말을 듣지 못하였다. 목공이 자주 자사를 만나 '옛날 천승(千乘)의 나라에서 선비와 벗했다 하니 어떠합니까' 하니, 자사가 기뻐하지 않으며 '옛사람의 말에 「섬긴다」고 했을지언정 어찌 「벗한다」고 했겠습니까' 하였다. 자사가 기뻐하지 않은 것은 어찌 '지위로 보면 그대는 임금이고 나는 신하이니 어찌 감히 임금과 벗하며, 덕으로 보면 그대는 나를 섬기는 자이니 어찌 나와 벗할 수 있겠는가'라고 한 것이 아니겠는가. 천승의 임금이 그와 벗하기를 구하여도 얻지 못하거늘, 하물며 부를 수 있겠는가. 제 경공(齊景公)이 사냥할 때 우인(虞人, 사냥터지기)을 깃발(旌)로 불렀는데 오지 않자 죽이려 하였다. '뜻 있는 선비는 도랑에 굴러떨어질 각오를 잊지 않고, 용맹한 선비는 머리를 잃을 각오를 잊지 않는다' 하니, 공자가 무엇을 취하셨는가? 제 신분에 맞는 부름이 아니면 가지 않은 것을 취하셨다."

"감히 묻건대 우인을 부르려면 무엇으로 합니까?"

맹자가 말하였다. "가죽 갓(皮冠)으로 한다. 서인은 깃대(旃)로, 선비는 깃발(旗)로, 대부는 새깃 깃발(旌)로 부른다. 대부의 부름으로 우인을 부르면 우인은 죽어도 감히 가지 않으며, 선비의 부름으로 서인을 부르면 서인이 어찌 감히 가겠는가. 하물며 어질지 못한 자의 부름으로 어진 이를 부름이겠는가. 어진 이를 만나 보고자 하면서 그 도리로 하지 않는 것은, 마치 들어오기를 바라면서 문을 닫는 것과 같다. 무릇 의는 길이요 예는 문이니, 오직 군자만이 이 길을 따르고 이 문을 드나든다. 《시》에 이르기를 '주나라 길이 숫돌처럼 평평하고 그 곧기가 화살 같으니, 군자가 밟는 바요 소인이 우러러보는 바이다'라고 하였다."

만장이 말하였다. "공자는 '임금이 명하여 부르면 수레에 멍에 매기를 기다리지 않고 가셨다' 하니, 그렇다면 공자가 잘못된 것입니까?"

맹자가 말하였다. "공자는 당시 벼슬하여 관직이 있었고, 그 관직으로 부른 것이다."

8장

맹자가 만장에게 말하였다. "한 고을의 선한 선비라야 한 고을의 선한 선비를 벗하고, 한 나라의 선한 선비라야 한 나라의 선한 선비를 벗하며, 천하의 선한 선비라야 천하의 선한 선비를 벗한다. 천하의 선한 선비를 벗하는 것으로도 부족하게 여겨, 또 위로 올라가 옛사람을 논한다. 그 시를 외고 그 글을 읽으면서 그 사람을 알지 못한다면 되겠는가? 이 때문에 그가 산 시대를 논하는 것이니, 이것이 위로 올라가 벗하는 것(尚友)이다."

9장

제 선왕이 경(卿)에 대해 물었다. 맹자가 말하였다. "왕께서는 어떤 경을 물으십니까?"

왕이 말하였다. "경이 같지 않습니까?"

맹자가 말하였다. "같지 않습니다. 귀척(貴戚, 임금의 친족)의 경이 있고, 이성(異姓)의 경이 있습니다."

왕이 말하였다. "귀척의 경을 묻습니다."

맹자가 말하였다. "임금에게 큰 잘못이 있으면 간하고, 거듭하여도 듣지 않으면 자리를 바꿉니다(임금을 갈아세웁니다)."

왕이 발끈하여 얼굴빛이 변하였다.

맹자가 말하였다. "왕께서는 이상히 여기지 마소서. 왕께서 신에게 물으시기에 신이 감히 바르게 대답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왕이 얼굴빛이 안정된 뒤에 이성의 경을 물었다.

맹자가 말하였다. "임금에게 잘못이 있으면 간하고, 거듭하여도 듣지 않으면 떠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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