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 12 고자하(告子下)

맹자(孟子) · 전국 맹가 · 번역·감수 허유

《맹자》 〈고자하〉 편의 전문 완역이다. 예와 식·색의 경중, 누구나 요순이 될 수 있음, 효와 원망, 인의로 천하를 설득함, 패자(五霸)에 대한 비판, 환난 속에서 사람이 단련됨 등을 다룬다. 총 16장.

번역

1장

임(任)나라 사람이 옥려자(屋廬子)에게 물었다. "예(禮)와 음식 중 어느 것이 중한가?"

옥려자가 말하였다. "예가 중하다."

"색(色)과 예 중 어느 것이 중한가?"

옥려자가 말하였다. "예가 중하다."

"예대로 먹으면 굶어 죽고 예대로 하지 않으면 먹을 수 있어도 반드시 예대로 해야 하는가? 친영(親迎)하면 아내를 얻지 못하고 친영하지 않으면 아내를 얻어도 반드시 친영해야 하는가?"

옥려자가 답하지 못하고 이튿날 추(鄒)나라로 가서 맹자에게 고하였다.

맹자가 말하였다. "이것을 답하는 데 무슨 어려움이 있겠는가. 그 근본을 헤아리지 않고 그 끝만 가지런히 한다면, 한 치의 나무를 높은 누각보다 높게 할 수 있다. 쇠가 깃털보다 무겁다는 것이 어찌 한 갈고리만 한 쇠와 한 수레의 깃털을 이르는 것이겠는가. 음식의 중한 것과 예의 가벼운 것을 취하여 견주면 어찌 음식만 중하겠으며, 색의 중한 것과 예의 가벼운 것을 취하여 견주면 어찌 색만 중하겠는가. 가서 그에게 응하여 말하라. '형의 팔을 비틀어 음식을 빼앗으면 먹을 수 있고 비틀지 않으면 먹을 수 없다면 비틀겠는가? 동쪽 집 담을 넘어 그 처녀를 끌어오면 아내를 얻고 끌어오지 않으면 아내를 얻지 못한다면 끌어오겠는가?'"

2장

조교(曹交)가 물었다. "사람이 모두 요순이 될 수 있다 하니, 그런 것입니까?"

맹자가 말하였다. "그렇다."

"제가 들으니 문왕은 키가 열 자, 탕왕은 아홉 자였다 합니다. 지금 저는 아홉 자 네 치나 되는 키이지만 밥만 먹을 뿐이니, 어찌하면 되겠습니까?"

맹자가 말하였다. "어찌 거기에 달려 있겠는가. 또한 행할 따름이다. 여기 어떤 사람이 힘이 병아리 한 마리를 이기지 못한다 하면 힘없는 사람이 되고, 백 균(鈞)을 든다 하면 힘 있는 사람이 된다. 그렇다면 오확(烏獲)의 짐을 드는 것도 또한 오확이 될 따름이다. 무릇 사람이 어찌 이기지 못함을 근심하겠는가. 하지 않을 따름이다. 천천히 걸어 어른보다 뒤에 가는 것을 공손하다(弟) 하고, 빨리 걸어 어른보다 앞서가는 것을 공손하지 못하다 한다. 무릇 천천히 걷는 것이 어찌 사람이 못 하는 것이겠는가. 하지 않는 것이다. 요순의 도는 효도와 공손일 따름이다. 그대가 요임금의 옷을 입고 요임금의 말을 외고 요임금의 행실을 행하면 이것이 요임금일 따름이요, 그대가 걸(桀)의 옷을 입고 걸의 말을 외고 걸의 행실을 행하면 이것이 걸일 따름이다."

조교가 말하였다. "제가 추군(鄒君)을 뵙고 객사를 빌릴 수 있을 듯하니, 머물며 문하에서 수업받기를 원합니다."

맹자가 말하였다. "무릇 도란 큰길과 같으니, 어찌 알기 어렵겠는가. 사람이 구하지 않음이 병일 따름이다. 그대가 돌아가 그것을 구하면 남는 스승이 있을 것이다."

3장

공손추가 물었다. "고자(高子)가 '《소반(小弁)》은 소인의 시'라 합니다."

맹자가 말하였다. "어찌하여 그렇게 말하는가?"

"원망하기 때문입니다."

맹자가 말하였다. "고루하구나, 고씨 노인의 시 풀이가. 여기 어떤 사람이 있어 월(越)나라 사람이 활을 당겨 그를 쏘려 하면 자기는 담소하며 이를 말하니, 다름이 아니라 그를 소원히 여기기 때문이다. 그 형이 활을 당겨 그를 쏘려 하면 자기는 눈물 흘리며 이를 말하니, 다름이 아니라 그를 친근히 여기기 때문이다. 《소반》의 원망은 어버이를 친애함이다. 어버이를 친애함은 인이다. 고루하구나, 고씨 노인의 시 풀이가."

"《개풍(凱風)》은 어찌하여 원망하지 않습니까?"

맹자가 말하였다. "《개풍》은 어버이의 허물이 작은 것이요, 《소반》은 어버이의 허물이 큰 것이다. 어버이의 허물이 큰데 원망하지 않으면 이는 더욱 소원해지는 것이요, 어버이의 허물이 작은데 원망하면 이는 (조금만 건드려도 발끈하여) 가까이할 수 없는 것이다. 더욱 소원해지는 것도 불효요, 가까이할 수 없는 것도 또한 불효이다. 공자가 말하기를 '순임금은 지극한 효자로다, 쉰 살이 되도록 부모를 사모하였다'고 하셨다."

4장

송경(宋牼)이 장차 초(楚)나라로 가려 하자 맹자가 석구(石丘)에서 만나 말하였다. "선생은 장차 어디로 가십니까?"

송경이 말하였다. "내가 들으니 진(秦)·초(楚)가 전쟁을 벌인다 하기에, 내가 장차 초왕을 만나 설득하여 그치게 하려 하오. 초왕이 기뻐하지 않으면 내가 진왕을 만나 설득하여 그치게 하려 하오. 두 왕 가운데 내가 뜻이 맞는 이가 있을 것이오."

맹자가 말하였다. "제가 그 상세함은 묻지 않고 그 요지를 듣고자 합니다. 설득하기를 장차 어떻게 하시렵니까?"

송경이 말하였다. "내가 장차 그 이롭지 못함을 말하려 하오."

맹자가 말하였다. "선생의 뜻은 크지만 선생의 명분은 안 됩니다. 선생이 이로움으로 진·초의 왕을 설득하여 진·초의 왕이 이로움을 기뻐하여 삼군의 군대를 그치면, 이는 삼군의 군사가 그침을 즐거워하되 이로움을 기뻐하는 것입니다. 신하 된 자가 이로움을 품고 그 임금을 섬기고, 자식 된 자가 이로움을 품고 그 아비를 섬기고, 아우 된 자가 이로움을 품고 그 형을 섬기면, 이는 군신·부자·형제가 끝내 인의를 버리고 이로움을 품고서 서로 대하는 것이니, 그러고도 망하지 않은 자는 일찍이 없었습니다. 선생이 인의로 진·초의 왕을 설득하여 진·초의 왕이 인의를 기뻐하여 삼군의 군대를 그치면, 이는 삼군의 군사가 그침을 즐거워하되 인의를 기뻐하는 것입니다. 신하 된 자가 인의를 품고 그 임금을 섬기고, 자식 된 자가 인의를 품고 그 아비를 섬기고, 아우 된 자가 인의를 품고 그 형을 섬기면, 이는 군신·부자·형제가 이로움을 버리고 인의를 품고서 서로 대하는 것이니, 그러고도 왕 노릇 하지 못한 자는 일찍이 없었습니다. 어찌 굳이 이로움을 말하겠습니까."

5장

맹자가 추나라에 거할 때 계임(季任)이 임나라의 처수(處守, 대리)가 되어 폐백으로 사귐을 청하자, 받기만 하고 답하지 않았다. 평륙(平陸)에 거할 때 저자(儲子)가 재상이 되어 폐백으로 사귐을 청하자, 받기만 하고 답하지 않았다. 훗날 추나라에서 임나라로 가서는 계자를 만나고, 평륙에서 제나라로 가서는 저자를 만나지 않았다. 옥려자가 기뻐하며 말하였다. "내가 (선생의 모순을 따질) 틈을 얻었다."

물었다. "선생님께서 임나라로 가서는 계자를 만나고 제나라로 가서는 저자를 만나지 않으신 것은, 그가 재상이기 때문입니까?"

맹자가 말하였다. "아니다. 《서》에 '바침(享)에는 의식이 많은데, 의식이 예물에 미치지 못하면 바치지 않음이라 한다. 이는 바침에 뜻을 두지 않은 것이다'라고 하였으니, 그 바침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옥려자가 기뻐하였다. 어떤 이가 물으니 옥려자가 말하였다. "계자는 (대리로서 나라를 지켜야 하므로) 추나라로 갈 수 없었지만, 저자는 (재상으로서) 평륙으로 갈 수 있었다(그런데 직접 오지 않았다)."

6장

순우곤(淳于髡)이 말하였다. "명예와 공적을 앞세우는 것은 남을 위함이요, 명예와 공적을 뒤로 하는 것은 자기를 위함입니다. 선생은 삼경(三卿)의 자리에 있으면서 명예와 공적이 위아래에 더해지지 않은 채 떠나시니, 어진 자가 진실로 이러합니까?"

맹자가 말하였다. "낮은 자리에 거하여 어짊으로 못난 이를 섬기지 않은 자는 백이요, 다섯 번 탕왕에게 나아가고 다섯 번 걸에게 나아간 자는 이윤이요, 더러운 임금을 싫어하지 않고 작은 벼슬을 사양하지 않은 자는 유하혜이다. 세 사람은 길이 같지 않으나 그 지향은 하나이다. 하나란 무엇인가? 인이다. 군자는 또한 인할 따름이니, 어찌 굳이 같겠는가."

순우곤이 말하였다. "노 목공(魯繆公) 때 공의자(公儀子)가 정사를 맡고 자류(子柳)·자사(子思)가 신하였는데, 노나라의 깎임이 더욱 심하였습니다. 이처럼 어진 자가 나라에 유익함이 없습니다."

맹자가 말하였다. "우(虞)나라가 백리해를 쓰지 않아 망하고 진 목공이 그를 써서 패자가 되었다. 어진 이를 쓰지 않으면 망하니, 깎이는 정도로 그칠 수 있겠는가."

순우곤이 말하였다. "옛날 왕표(王豹)가 기수(淇水)에 거하자 하서(河西) 사람들이 노래를 잘하게 되었고, 면구(綿駒)가 고당(高唐)에 거하자 제나라 서쪽 사람들이 노래를 잘하게 되었으며, 화주(華周)·기량(杞梁)의 아내가 그 남편을 곡(哭)하기를 잘하자 나라의 풍속이 변하였습니다. 안에 있으면 반드시 밖에 드러나는 법입니다. 그 일을 하고도 그 공이 없는 자를 저는 일찍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어진 자가 없는 것이니, 있다면 제가 반드시 알아보았을 것입니다."

맹자가 말하였다. "공자가 노나라 사구(司寇)가 되었으나 쓰이지 못하였고, 제사를 지내고도 제사 고기(燔肉)가 이르지 않자 면류관을 벗을 틈도 없이 떠나셨다. 모르는 자는 고기 때문이라 여겼고, 아는 자는 무례 때문이라 여겼다. 공자는 작은 죄를 핑계로 떠나고자 하신 것이지 구차히 떠나려 하신 것이 아니다. 군자의 행하는 바를 뭇사람이 진실로 알지 못하는 것이다."

7장

맹자가 말하였다. "오패(五霸)는 삼왕(三王)의 죄인이요, 지금의 제후는 오패의 죄인이요, 지금의 대부는 지금 제후의 죄인이다. 천자가 제후에게 가는 것을 순수(巡狩)라 하고, 제후가 천자에게 조회하는 것을 술직(述職)이라 한다. 봄에는 밭갈이를 살펴 부족한 것을 보태 주고, 가을에는 거둠을 살펴 모자란 것을 도와준다. 그 경내에 들어가 토지가 개간되고 전야가 다스려지며 노인을 봉양하고 어진 이를 높이며 뛰어난 이가 자리에 있으면 상을 주되 땅으로 상을 준다. 그 경내에 들어가 토지가 황폐하고 노인을 버리고 어진 이를 잃으며 가렴주구하는 자가 자리에 있으면 꾸짖음이 있다. 한 번 조회하지 않으면 그 작위를 낮추고, 두 번 조회하지 않으면 그 땅을 깎고, 세 번 조회하지 않으면 육사(六師)를 움직여 바꾼다. 그러므로 천자는 성토(討)하되 정벌(伐)하지 않고, 제후는 정벌하되 성토하지 않는다. 오패는 제후를 끌어들여 제후를 정벌한 자들이다. 그러므로 오패는 삼왕의 죄인이라 하는 것이다. 오패 가운데 환공(桓公)이 가장 성대하였다. 규구(葵丘)의 회맹에서 제후들이 희생을 묶고 글을 얹되 피를 마시지는 않았다. 첫 번째 명에 '불효한 자를 처벌하고, 세운 적자(嫡子)를 바꾸지 말며, 첩을 아내로 삼지 말라' 하였다. 두 번째 명에 '어진 이를 높이고 인재를 기르며 덕 있는 이를 표창하라' 하였다. 세 번째 명에 '노인을 공경하고 어린이를 자애하며 손님과 나그네를 잊지 말라' 하였다. 네 번째 명에 '선비에게 세습 관직을 주지 말고 관직의 일을 겸하게 하지 말며, 선비를 취하되 반드시 적임자를 얻고 함부로 대부를 죽이지 말라' 하였다. 다섯 번째 명에 '제방을 굽히지 말고 쌀 사들이는 것을 막지 말며, 봉지를 주고 고하지 않음이 없게 하라' 하였다. 그러고는 '무릇 우리 동맹한 사람들은 이미 맹세한 뒤에 우호로 돌아가자'고 하였다. 지금의 제후는 모두 이 다섯 가지 금령을 범하니, 그러므로 지금의 제후는 오패의 죄인이라 하는 것이다. 임금의 악을 조장하는 것(長君之惡)은 그 죄가 작고, 임금의 악을 앞장서 맞아들이는 것(逢君之惡)은 그 죄가 크다. 지금의 대부는 모두 임금의 악을 앞장서 맞아들이니, 그러므로 지금의 대부는 지금 제후의 죄인이라 하는 것이다."

8장

노나라가 신자(慎子)를 장군으로 삼고자 하였다. 맹자가 말하였다. "백성을 가르치지 않고 부리는 것을 백성에게 재앙을 끼친다(殃民) 하니, 백성에게 재앙을 끼치는 자는 요순의 세상에 용납되지 못한다. 한 번 싸워 제나라를 이겨 마침내 남양(南陽)을 차지하더라도 옳지 않다."

신자가 발끈하여 기뻐하지 않으며 말하였다. "이는 활리(滑厘, 신자 자신)가 알 수 없는 바입니다."

맹자가 말하였다. "내가 분명히 그대에게 고하겠다. 천자의 땅은 사방 천 리이니, 천 리가 못 되면 제후를 대접하기에 부족하다. 제후의 땅은 사방 백 리이니, 백 리가 못 되면 종묘의 전적(典籍)을 지키기에 부족하다. 주공이 노나라에 봉해질 때 사방 백 리였으니, 땅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백 리에 맞추어 검약한 것이다. 태공이 제나라에 봉해질 때도 사방 백 리였으니, 땅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백 리에 맞추어 검약한 것이다. 지금 노나라가 사방 백 리인 것이 다섯이니, 그대는 왕자가 일어나면 노나라가 깎일 쪽이라 여기는가, 보태질 쪽이라 여기는가? 한갓 저기서 취하여 여기에 주는 것도 어진 자는 하지 않거늘, 하물며 사람을 죽여 그것을 구함이겠는가. 군자가 임금을 섬김은 그 임금을 도(道)에 맞도록 이끌어 인에 뜻을 두게 힘쓸 따름이다."

9장

맹자가 말하였다. "지금 임금을 섬기는 자들이 모두 '나는 임금을 위해 토지를 개척하고 부고(府庫)를 채울 수 있다'고 한다. 지금의 이른바 좋은 신하가 옛날의 이른바 백성의 도적이다. 임금이 도를 향하지 않고 인에 뜻을 두지 않는데 그를 부유하게 하기를 구하니, 이는 걸을 부유하게 하는 것이다. '나는 임금을 위해 동맹국을 맺고 싸우면 반드시 이긴다'고 한다. 지금의 이른바 좋은 신하가 옛날의 이른바 백성의 도적이다. 임금이 도를 향하지 않고 인에 뜻을 두지 않는데 그를 위해 억지로 싸우기를 구하니, 이는 걸을 돕는 것이다. 지금의 도를 따르고 지금의 풍속을 바꾸지 않으면, 비록 천하를 준다 해도 하루아침도 차지하지 못할 것이다."

10장

백규(白圭)가 말하였다. "나는 이십분의 일을 거두고자 하는데 어떻습니까?"

맹자가 말하였다. "그대의 도는 맥(貉)의 도이다. 만 가구의 나라에 한 사람이 질그릇을 굽는다면 되겠는가?"

백규가 말하였다. "안 됩니다. 그릇이 쓰기에 부족합니다."

맹자가 말하였다. "무릇 맥은 오곡이 나지 않고 오직 기장만 나며, 성곽·궁실·종묘·제사의 예가 없고, 제후가 주고받는 폐백과 음식 대접이 없으며, 백관과 유사가 없으니, 그러므로 이십분의 일만 거두어도 충분하다. 지금 중국에 살면서 인륜을 버리고 군자가 없다면 어찌 되겠는가. 질그릇이 적어도 나라를 다스릴 수 없거늘, 하물며 군자가 없음이겠는가. 요순의 도보다 가볍게 하고자 하는 자는 크고 작은 맥이요, 요순의 도보다 무겁게 하고자 하는 자는 크고 작은 걸이다."

11장

백규가 말하였다. "내가 물을 다스린 것이 우왕보다 낫습니다."

맹자가 말하였다. "그대가 지나치다. 우왕이 물을 다스린 것은 물의 본성(道)을 따른 것이다. 그러므로 우왕은 사해(四海)를 (물 받는) 골짜기로 삼았다. 지금 그대는 이웃 나라를 골짜기로 삼았다. 물이 거꾸로 흐르는 것을 강수(洚水)라 하니, 강수란 홍수이며 어진 사람이 미워하는 바이다. 그대가 지나치다."

12장

맹자가 말하였다. "군자가 미덥지 않으면 어찌 지킴이 있겠는가."

13장

노나라가 악정자(樂正子)로 하여금 정사를 맡게 하고자 하였다. 맹자가 말하였다. "내가 그것을 듣고 기뻐서 잠을 이루지 못하였다."

공손추가 말하였다. "악정자가 강합니까?"

맹자가 말하였다. "아니다." "지려(知慮)가 있습니까?"

맹자가 말하였다. "아니다."

"견문과 지식이 많습니까?"

맹자가 말하였다. "아니다."

"그렇다면 어찌하여 기뻐서 잠을 이루지 못하셨습니까?"

맹자가 말하였다. "그 사람됨이 선을 좋아한다(好善)."

"선을 좋아함으로 충분합니까?"

맹자가 말하였다. "선을 좋아하면 천하를 다스리기에도 넉넉하거늘 하물며 노나라이겠는가. 무릇 선을 좋아하면 사해 안의 사람들이 모두 천 리를 가볍게 여기고 찾아와 선으로 고해 줄 것이요, 무릇 선을 좋아하지 않으면 사람들이 장차 '잘난 체하는구나, 내 이미 그것을 알고 있다'고 할 것이다. 잘난 체하는 음성과 얼굴빛이 사람을 천 리 밖에서 막는다. 선비가 천 리 밖에서 멈추면 참소하고 아첨하며 면전에서 알랑대는 자들이 이른다. 참소하고 아첨하며 알랑대는 자들과 함께 거하면서 나라를 다스리고자 한들 될 수 있겠는가."

14장

진자(陳子)가 말하였다. "옛 군자는 어떻게 하면 벼슬하였습니까?"

맹자가 말하였다. "나아가는 경우가 셋이요 떠나는 경우가 셋이다. 맞이하기를 공경을 다하여 예가 있고 장차 그 말을 행하려 하면 나아가고, 예우는 쇠하지 않았으나 말이 행해지지 않으면 떠난다. 그다음은 비록 그 말을 행하지 않더라도 맞이하기를 공경을 다하여 예가 있으면 나아가고, 예우가 쇠하면 떠난다. 그 아래는 아침에도 먹지 못하고 저녁에도 먹지 못하여 굶주려 문밖에 나갈 수 없는데, 임금이 그것을 듣고 '내가 크게는 그 도를 행하지 못하고 또 그 말을 따르지 못하면서 내 땅에서 굶주리게 하니, 나는 부끄럽다' 하여 구휼하면, 또한 받아도 되니 죽음을 면할 따름이다."

15장

맹자가 말하였다. "순은 밭 가운데서 일어났고, 부열(傅說)은 성벽 쌓는 일 가운데서 등용되었고, 교격(膠鬲)은 생선과 소금 파는 일 가운데서 등용되었고, 관이오(管夷吾, 관중)는 옥리(獄吏)의 손에서 등용되었고, 손숙오(孫叔敖)는 바닷가에서 등용되었고, 백리해는 저자에서 등용되었다. 그러므로 하늘이 장차 큰 임무를 이 사람에게 내리려 할 때는, 반드시 먼저 그 마음과 뜻을 괴롭히고 그 근골을 수고롭게 하며 그 몸을 굶주리게 하고 그 몸을 곤궁하게 하며 그 하는 일을 어그러뜨리고 어지럽힌다. 이는 그 마음을 분발시키고 성질을 참게 하여 그 능하지 못하던 바를 더해 주려는 것이다. 사람은 항상 잘못한 뒤에야 고칠 수 있고, 마음에 곤하고 생각에 막힌 뒤에야 분발하며, 얼굴빛에 드러나고 음성에 나타난 뒤에야 깨닫는다. 안으로 법도를 지키는 집안과 보필하는 선비가 없고, 밖으로 적국과 외환이 없으면 나라가 항상 망한다. 그런 뒤에야 우환(憂患)에서 살고 안락(安樂)에서 죽는 것을 안다."

16장

맹자가 말하였다. "가르치는 방법도 또한 여러 가지다. 내가 탐탁지 않게 여겨 가르치지 않는 것, 이것도 또한 가르치는 것일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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