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외편 02 마제(馬蹄)
말의 참된 본성을 망친 백락(伯樂)의 비유로, 성인의 다스림과 인의·예악이 도리어 백성의 본성을 해친다고 논한다. 지극한 덕의 시대(至德之世)에는 사람이 금수와 더불어 살며 군자와 소인의 구별조차 몰랐다고 본다.
원문 · 번역
馬,蹄可以踐霜雪,毛可以禦風寒,齕草飲水,翹足而陸,此馬之真性也,雖有義臺路寢,无所用之。及至伯樂,曰:「我善治馬。」燒之剔之,刻之雒之,連之以羈馽,編之以皁棧,馬之死者十二三矣;飢之渴之,馳之驟之,整之齊之,前有橛飾之患,而後有鞭筴之威,而馬之死者已過半矣。陶者曰:「我善治埴,圓者中規,方者中矩。」匠人曰:「我善治木,曲者中鉤,直者應繩。」夫埴木之性,豈欲中規矩鉤繩哉?然且世世稱之曰「伯樂善治馬,而陶匠善治埴木」,此亦治天下者之過也。
말은 발굽으로 서리와 눈을 밟을 수 있고, 털로 바람과 추위를 막을 수 있으며, 풀을 뜯고 물을 마시며, 발을 들어 뛰노니, 이것이 말의 참된 본성이다. 비록 높은 누대와 큰 궁실이 있어도 쓸 데가 없다. 그러다 백락이 이르러 "나는 말을 잘 다스린다"고 하며, 지지고 깎고 새기고 낙인을 찍으며, 굴레와 다리줄로 잇고 마구간 우리로 엮으니, 말이 죽는 것이 열에 둘셋이 되었다. 굶기고 목마르게 하며, 달리고 몰며, 가지런히 줄 세우고, 앞에는 재갈과 장식의 괴로움이 있고 뒤에는 채찍의 위협이 있으니, 말이 죽는 것이 이미 절반을 넘었다. 옹기장이는 "나는 진흙을 잘 다스린다, 둥근 것은 그림쇠에 맞고 모난 것은 곱자에 맞는다" 하고, 목수는 "나는 나무를 잘 다스린다, 굽은 것은 갈고리에 맞고 곧은 것은 먹줄에 맞는다" 한다. 무릇 진흙과 나무의 본성이 어찌 그림쇠·곱자·갈고리·먹줄에 맞고자 하겠는가? 그런데도 세세토록 "백락은 말을 잘 다스리고, 옹기장이와 목수는 진흙과 나무를 잘 다스린다"고 일컬으니, 이 또한 천하를 다스리는 자의 잘못이다.
吾意善治天下者不然。彼民有常性,織而衣,耕而食,是謂同德;一而不黨,命曰天放。故至德之世,其行填填,其視顛顛。當是時也,山无蹊隧,澤无舟梁;萬物羣生,連屬其鄉;禽獸成羣,草木遂長。是故禽獸可係羈而遊,鳥鵲之巢可攀援而闚。夫至德之世,同與禽獸居,族與萬物並,惡乎知君子小人哉!同乎无知,其德不離;同乎无欲,是謂素樸,素樸而民性得矣。及至聖人,蹩躠爲仁,踶跂爲義,而天下始疑矣;澶漫爲樂,擿僻爲禮,而天下始分矣。故純樸不殘,孰爲犧樽?白玉不毀,孰爲珪璋?道德不廢,安取仁義?性情不離,安用禮樂?五色不亂,孰爲文采?五聲不亂,孰應六律?
내 생각에 천하를 잘 다스리는 자는 그렇지 않다. 저 백성에게는 늘 그러한 본성(常性)이 있어, 짜서 입고 갈아서 먹으니 이를 일러 같은 덕(同德)이라 하고, 하나가 되어 패거리 짓지 않으니 이를 일러 하늘이 풀어놓음(天放)이라 한다. 그러므로 지극한 덕의 시대에는 그 걸음이 느긋하고 그 봄이 한결같았다. 그때에는 산에 길이 없고 못에 배와 다리가 없었으며, 만물이 무리 지어 살고 그 고장이 이어졌으며, 금수가 무리를 이루고 초목이 자랐다. 그러므로 금수를 끈으로 매어 데리고 놀 수 있었고, 까막까치의 둥지를 더위잡아 들여다볼 수 있었다. 무릇 지극한 덕의 시대에는 금수와 더불어 살고 만물과 나란히 무리 지었으니, 어찌 군자와 소인을 알았겠는가! 한가지로 앎이 없으니 그 덕이 떠나지 않고, 한가지로 욕심이 없으니 이를 일러 소박(素樸)이라 하며, 소박하니 백성의 본성이 온전했다. 그러다 성인이 이르러, 절뚝거리며 인을 행하고 발돋움하며 의를 행하니 천하가 비로소 의심하기 시작했고, 멋대로 음악을 만들고 번거롭게 예를 만드니 천하가 비로소 나뉘기 시작했다. 그러므로 순박한 통나무가 깎이지 않으면 누가 술잔을 만들겠으며, 흰 옥이 깨지지 않으면 누가 규장(珪璋)을 만들겠는가? 도덕이 폐하지 않으면 어찌 인의를 취하며, 성정(性情)이 떠나지 않으면 어찌 예악을 쓰며, 오색이 어지럽지 않으면 누가 문채를 만들고, 오성이 어지럽지 않으면 누가 육률에 응하겠는가?
夫殘樸以爲器,工匠之罪也;毀道德以爲仁義,聖人之過也。夫馬,陸居則食草飲水,喜則交頸相靡,怒則分背相踶,馬知已此矣。夫加之以衡扼,齊之以月題,而馬知介倪、闉枙、騺曼、詭銜、竊轡。故馬之知而能至盜者,伯樂之罪也。夫赫胥氏之時,民居不知所爲,行不知所之,含哺而熙,鼓腹而遊,民能以此矣。及至聖人,屈折禮樂以匡天下之形,縣跂仁義以慰天下之心,而民乃始踶跂好知,爭歸於利,不可止也。此亦聖人之過也。
무릇 통나무를 깎아 그릇을 만드는 것은 공인의 죄요, 도덕을 허물어 인의를 만드는 것은 성인의 잘못이다. 무릇 말은 평지에 살면 풀을 먹고 물을 마시며, 기쁘면 목을 맞대어 비비고, 성나면 등을 돌려 차니, 말의 앎이 이뿐이었다. 그런데 멍에를 씌우고 월제(月題, 이마 장식)로 가지런히 하니, 말이 멍에를 흘겨보고 비틀어 빼며, 사납게 굴고 재갈을 토하고 굴레를 훔칠 줄 알게 되었다. 그러므로 말의 앎이 도둑질에 이를 수 있게 된 것은 백락의 죄다. 무릇 혁서씨(赫胥氏)의 시대에는 백성이 살면서 무엇을 할지 모르고 다니면서 어디로 갈지 몰랐으며, 음식을 머금고 즐거워하며 배를 두드리고 노닐었으니, 백성의 능함이 이뿐이었다. 그러다 성인이 이르러, 예악으로 굽히고 꺾어 천하의 모습을 바로잡고, 인의를 높이 내걸어 천하의 마음을 위로하니, 백성이 비로소 발돋움하여 앎을 좋아하고 다투어 이익으로 돌아가 그칠 수 없게 되었다. 이 또한 성인의 잘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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