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외편 08 각의(刻意)
뜻을 모질게 깎아(刻意) 세상을 떠난 산골 선비, 인의를 닦는 선비, 공명을 세우는 선비, 강해에 은둔하는 선비, 도인술로 장수하는 선비를 차례로 들고, 그 어느 것에도 매이지 않으면서 모든 아름다움이 따르는 천지의 도·성인의 덕을 설한다. 정신을 기르는 도(養神之道)와 순수·소박의 도를 결론으로 삼는다.
원문 · 번역
刻意第十五 刻意尚行,離世異俗,高論怨誹,為亢而已矣;此山谷之士,非世之人,枯槁赴淵者之所好也。語仁義忠信,恭儉推讓,為修而已矣;此平世之士,教誨之人,遊居學者之所好也。語大功,立大名,禮君臣,正上下,為治而已矣;此朝廷之士,尊主強國之人,致功并兼者之所好也。就藪澤,處閒曠,釣魚閒處,无為而已矣;此江海之士,避世之人,閒暇者之所好也。吹呴呼吸,吐故納新,熊經鳥申,為壽而已矣;此道引之士,養形之人,彭祖壽考者之所好也。
뜻을 모질게 깎고 행실을 높이며, 세상을 떠나 풍속을 달리하고, 높이 따지며 원망하고 헐뜯어 오만할 따름이니, 이는 산골짜기의 선비요 세상을 비난하는 사람이니, 말라 죽고 못에 뛰어드는 자가 좋아하는 바다. 인의·충신을 말하고 공손·검소·겸양하여 몸을 닦을 따름이니, 이는 태평한 세상의 선비요 가르치는 사람이니, 노닐며 배우는 자가 좋아하는 바다. 큰 공을 말하고 큰 이름을 세우며, 군신을 예로 하고 위아래를 바로잡아 다스릴 따름이니, 이는 조정의 선비요 임금을 높이고 나라를 강하게 하는 사람이니, 공을 이루고 아우르는 자가 좋아하는 바다. 늪과 못에 나아가 한가롭고 텅 빈 데 처하며, 고기를 낚고 한가로이 거하여 무위할 따름이니, 이는 강해의 선비요 세상을 피하는 사람이니, 한가로운 자가 좋아하는 바다. 숨을 내쉬고 들이쉬며 묵은 것을 토하고 새것을 들이며, 곰처럼 매달리고 새처럼 펴서 장수할 따름이니, 이는 도인(道引)의 선비요 몸을 기르는 사람이니, 팽조(彭祖)처럼 오래 사는 자가 좋아하는 바다.
若夫不刻意而高,无仁義而修,无功名而治,无江海而閒,不道引而壽,无不忘也,无不有也,澹然无極而衆美從之。此天地之道,聖人之德也。
만약 뜻을 깎지 않고도 높고, 인의가 없이도 닦이며, 공명이 없이도 다스려지고, 강해가 없이도 한가로우며, 도인하지 않고도 장수하여, 잊지 않음이 없고 가지지 않음이 없어, 담담하여 끝이 없으되 뭇 아름다움이 그를 따른다면, 이는 천지의 도요 성인의 덕이다.
故曰,夫恬淡寂漠虛无无為,此天地之平而道德之質也。故曰,聖人休休焉則平易矣,平易則恬淡矣。平易恬淡,則憂患不能入,邪氣不能襲,故其德全而神不虧。
그러므로 "무릇 염담·적막·허무·무위는 천지의 평정이요 도덕의 바탕이다"라고 한다. 그러므로 "성인은 쉬고 쉬니 평이하고, 평이하면 염담하다"고 한다. 평이하고 염담하면 근심이 들어오지 못하고 사기(邪氣)가 엄습하지 못하니, 그러므로 그 덕이 온전하고 정신이 이지러지지 않는다.
故曰,聖人之生也天行,其死也物化;靜而與陰同德,動而與陽同波;不為福先,不為禍始;感而後應,迫而後動,不得已而後起。去知與故,循天之理。故无天災,无物累,无人非,无鬼責。其生若浮,其死若休。不思慮,不豫謀。光矣而不耀,信矣而不期。其寢不夢,其覺无憂。其神純粹,其魂不罷。虛无恬惔,乃合天德。
그러므로 "성인의 삶은 하늘의 운행이요, 그 죽음은 사물의 변화다. 고요하면 음(陰)과 덕을 같이하고, 움직이면 양(陽)과 물결을 같이한다. 복의 앞이 되지 않고 화의 시초가 되지 않으며, 느낀 뒤에 응하고 닥친 뒤에 움직이며, 부득이한 뒤에 일어난다. 앎과 까닭을 버리고 하늘의 이치를 따른다. 그러므로 하늘의 재앙이 없고 사물의 매임이 없으며 사람의 비난이 없고 귀신의 책망이 없다. 그 삶은 뜬 것 같고 그 죽음은 쉬는 것 같다. 생각하지 않고 미리 꾀하지 않으며, 빛나되 빛내지 않고, 미덥되 기약하지 않는다. 그 잠에 꿈꾸지 않고 그 깸에 근심이 없다. 그 정신이 순수하고 그 혼이 지치지 않는다. 허무하고 염담하여 이에 하늘의 덕에 합한다"고 한다.
故曰,悲樂者,德之邪;喜怒者,道之過;好惡者,德之失。故心不憂樂,德之至也;一而不變,靜之至也;无所於忤,虛之至也;不與物交,惔之至也;无所於逆,粹之至也。故曰:形勞而不休則弊,精用而不已則勞,勞則竭。
그러므로 "슬픔과 즐거움은 덕의 사특함이요, 기쁨과 노여움은 도의 허물이요, 좋아함과 미워함은 덕의 잃음이다"라고 한다. 그러므로 마음에 근심과 즐거움이 없음이 덕의 지극함이요, 하나가 되어 변치 않음이 고요함의 지극함이요, 거스르는 바가 없음이 빔의 지극함이요, 사물과 사귀지 않음이 담담함의 지극함이요, 거스르는 바가 없음이 순수함의 지극함이다. 그러므로 "몸이 수고로워 쉬지 않으면 지치고, 정기를 써서 그치지 않으면 수고로우니, 수고로우면 마른다"고 한다.
水之性,不雜則清,莫動則平;鬱閉而不流,亦不能清,天德之象也。故曰:純粹而不雜,靜一而不變,惔而无為,動而以天行,此養神之道也。夫有干越之劍者,柙而藏之,不敢用也,寶之至也,精神四達並流,无所不極,上際於天,下蟠於地,化育萬物,不可為象,其名為同帝。
물의 본성은 섞이지 않으면 맑고 움직이지 않으면 평평하나, 막혀 흐르지 않으면 또한 맑을 수 없으니, 하늘 덕의 모습이다. 그러므로 "순수하여 섞이지 않고, 고요히 하나 되어 변치 않으며, 담담하여 무위하고, 움직이되 하늘의 운행으로써 함, 이것이 정신을 기르는 도다"라고 한다. 무릇 간(干)나라·월(越)나라의 명검을 가진 자가 갑에 넣어 간직하고 감히 쓰지 않음은 보배 중의 보배인 까닭이다. 정신이 사방으로 통하고 아울러 흘러 이르지 않는 데가 없어, 위로 하늘에 닿고 아래로 땅에 서리며 만물을 화육하되 형상으로 삼을 수 없으니, 그 이름을 하늘과 같음(同帝)이라 한다.
純素之道,唯神是守。守而勿失,與神為一;一之精通,合於天倫。野語有之曰:「衆人重利,廉士重名,賢人尚志,聖人貴精。」故素也者,謂其无所與雜也;純也者,謂其不虧其神也。能體純素,謂之真人。
순수하고 소박한 도는 오직 정신을 지킴이다. 지켜 잃지 않으면 정신과 하나가 되니, 하나의 정기가 통하여 하늘의 윤리에 합한다. 시골 말에 "뭇사람은 이로움을 중히 여기고, 청렴한 선비는 이름을 중히 여기며, 어진 사람은 뜻을 숭상하고, 성인은 정기를 귀히 여긴다"고 했다. 그러므로 소(素)란 더불어 섞이는 바가 없음을 이르고, 순(純)이란 그 정신을 이지러뜨리지 않음을 이른다. 능히 순수와 소박을 체득함을 일러 참사람(真人)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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