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잡편 04 외물(外物)
바깥 사물(外物)은 기필할 수 없다는 말로 시작하여, 수레바퀴 자국 속의 붕어(涸轍鮒魚), 임공자가 큰 물고기를 낚는 이야기, 무용(無用)의 쓰임을 논하는 장자와 혜자의 문답, 통발과 올가미를 잊는 득의망언(得意忘言)으로 끝맺는다. 인위적 집착과 분별을 버리고 마음의 자유로운 노닒(天遊)을 말한다.
핵심 구절 — 원문과 번역
周顧視車轍,中有鮒魚焉 … 君乃言此,曾不如早索我於枯魚之肆!
수레바퀴 자국 속에 붕어가 있었다 … 그대가 이런 말을 하니 차라리 일찍 마른 생선 가게에서 나를 찾는 것이 낫겠다.
知无用而始可與言用矣 … 无用之為用也亦明矣。
쓸모없음을 알아야 비로소 더불어 쓸모를 말할 수 있으니 … 쓸모없음의 쓸모됨도 또한 분명하다.
言者所以在意,得意而忘言。吾安得夫忘言之人而與之言哉!
말은 뜻을 전하는 데 있으니 뜻을 얻으면 말을 잊는다. 나는 어찌하면 말을 잊은 사람을 얻어 더불어 말할까!
번역
바깥 사물은 기필할 수 없다. 그러므로 용봉이 베이고 비간이 죽임당하고 기자가 미치고 악래가 죽고 걸·주가 망하였다. 임금은 그 신하가 충성하기를 바라지 않음이 없으나 충성이 반드시 미더운 것은 아니니, 그러므로 오원(오자서)이 강에 흘려지고 장홍이 촉에서 죽어 그 피를 삼 년 간직하자 푸른 옥으로 화하였다. 어버이는 그 자식이 효성스럽기를 바라지 않음이 없으나 효성이 반드시 사랑받는 것은 아니니, 그러므로 효기가 근심하고 증삼이 슬퍼하였다. (…) 음양이 어긋나게 행하면 천지가 크게 놀라니, 이에 우레가 있고 벼락이 있으며 물속에 불이 있어 큰 회화나무를 태운다. (…)
장주가 집이 가난하여 감하후에게 곡식을 꾸러 갔다. 감하후가 말하였다. "좋소. 내가 봉읍의 세금을 받으면 그대에게 삼백 금을 꾸어 주겠소. 되겠소?"
장주가 발끈하여 낯빛을 바꾸고 말하였다. "제가 어제 오는데 도중에 부르는 자가 있었습니다. 제가 수레바퀴 자국을 돌아보니 그 속에 붕어가 있었습니다. 제가 물었습니다. '붕어야, 너는 무엇 하는 것이냐?' 대답하기를 '저는 동해의 물결을 다스리는 신하입니다. 그대는 한 말 한 되의 물이라도 있어 저를 살려 주시겠습니까?' 제가 말하였습니다. '좋다, 내가 남쪽으로 오·월의 임금에게 유세하여 서강의 물을 끌어다 너를 맞이하겠다. 되겠느냐?' 붕어가 발끈하여 낯빛을 바꾸고 말하였습니다. '저는 늘 함께하던 물을 잃어 있을 곳이 없습니다. 저는 한 말 한 되의 물만 얻으면 살 텐데, 그대가 이런 말을 하니, 차라리 일찍 마른 생선 가게에서 저를 찾는 것이 낫겠습니다!'"
임공자가 큰 낚싯바늘과 굵은 줄을 만들고 황소 오십 마리를 미끼로 삼아 회계산에 걸터앉아 동해에 낚싯대를 던지고 날마다 낚았으나 일 년이 되도록 고기를 얻지 못하였다. 이윽고 큰 물고기가 그것을 물어 큰 바늘을 끌고 잠겨 내려가다 솟구쳐 지느러미를 떨치니, 흰 물결이 산 같고 바닷물이 진동하며 소리가 귀신 같아 천 리를 두렵게 하였다. 임공자가 이 고기를 얻어 갈라 말리니, 제하(制河) 동쪽과 창오 북쪽에서 이 고기에 물리지 않은 자가 없었다. (…) 무릇 가는 낚싯대와 줄을 들고 작은 도랑으로 달려가 작은 물고기를 지키면 큰 물고기를 얻기 어려우니, 작은 이야기를 꾸며 높은 벼슬을 구하는 것은 큰 통달과는 멀다.
(이어 유자가 《시》·《예》를 외며 무덤을 도굴하는 풍자, 노래자가 공자를 일깨우는 일, 송 원군이 신령한 거북 꿈을 꾼 일을 들어, 지극한 앎과 신령함에도 미치지 못하는 바가 있음을 말한다.)
혜자가 장자에게 말하였다. "그대의 말은 쓸모가 없소."
장자가 말하였다. "쓸모없음을 알아야 비로소 더불어 쓸모를 말할 수 있소. 무릇 땅이 넓고 크지 않은 것은 아니나 사람이 쓰는 바는 발을 디딜 만큼일 뿐이오. 그렇다고 발을 디딘 데만 남기고 그 곁을 파서 황천에 이르게 하면 사람에게 아직 쓸모가 있겠소?" 혜자가 말하였다. "쓸모없소." 장자가 말하였다. "그렇다면 쓸모없음의 쓸모됨이 또한 분명하오."
(이어 지인은 행적을 남기지 않으며 옛것을 높이고 지금을 낮추는 것이 학자의 폐단임을 논하고, 귀·눈·코·입·마음이 통하면 밝고 막히면 해가 됨을, 마음에 하늘의 노닒(天遊)이 있어야 함을 말한다.)
고요함은 병을 보탤 수 있고, 눈초리를 문지름은 늙음을 쉬게 할 수 있으며, 편안함은 조급함을 멈추게 할 수 있다. 비록 그러하나 이는 수고로운 자의 일이지 한가한 자가 일찍이 들러 묻는 바가 아니다. (…)
통발은 물고기를 잡는 데 있으니 물고기를 얻으면 통발을 잊고, 올가미는 토끼를 잡는 데 있으니 토끼를 얻으면 올가미를 잊으며, 말은 뜻을 전하는 데 있으니 뜻을 얻으면 말을 잊는다. 나는 어찌하면 저 말을 잊은 사람을 얻어 더불어 말할 수 있을까!
원문 전문 보기 (한문)
外物第二十六
外物第二十六 外物不可必,故龍逢誅,比干戮,箕子狂,惡來死,桀紂亡。人主莫不欲其臣之忠,而忠未必信,故伍員流于江,萇弘死于蜀,藏其血三年而化為碧。人親莫不欲其子之孝,而孝未必愛,故孝己憂而曾參悲。木與木相摩則然,金與火相守則流。陰陽錯行,則天地大絯,於是乎有雷有霆,水中有火,乃焚大槐。有甚憂兩陷而无所逃,螴蜳不得成,心若縣於天地之間,慰暋沈屯,利害相摩,生火甚多,衆人焚和,月固不勝火,於是乎有僓然而道盡。
莊周家貧,故往貸粟於監河侯。監河侯曰:「諾。我將得邑金,將貸子三百金,可乎?」
莊周忿然作色曰:「周昨來,有中道而呼者。周顧視車轍,中有鮒魚焉。周問之曰:『鮒魚來,子何為者耶?』對曰:『我,東海之波臣也。君豈有斗升之水而活我哉?』周曰:『諾,我且南遊吳越之王,激西江之水而迎子,可乎?』鮒魚忿然作色曰:『吾失我常與,我无所處。吾得斗升之水然活耳,君乃言此,曾不如早索我於枯魚之肆!』」
任公子為大鉤巨緇,五十犗以為餌,蹲乎會稽,投竿東海,旦旦而釣,期年不得魚。已而大魚食之,牽巨鉤,錎沒而下騖,揚而奮鬐,白波若山,海水震蕩,聲侔鬼神,憚赫千里。任公子得若魚,離而腊之,自制河以東,蒼梧已北,莫不厭若魚者。已而後世輇才諷說之徒,皆驚而相告也。夫揭竿累,趣灌瀆,守鯢鮒,其於得大魚難矣,飾小說以干縣令,其於大達亦遠矣,是以未嘗聞任氏之風俗,其不可與經於世亦遠矣。
儒以《詩》、《禮》發冢,大儒臚傳曰:「東方作矣,事之何若?」
小儒曰:「未解裙襦,口中有珠。詩固有之曰:『青青之麥,生於陵陂。生不布施,死何含珠為!』接其鬢,壓其顪,儒以金椎控其頤,徐別其頰,无傷口中珠!」
老萊子之弟子出薪,遇仲尼,反以告,曰:「有人於彼,脩上而趨下,末僂而後耳,視若營四海,不知其誰氏之子。」
老萊子曰:「是丘也。召而來。」
仲尼至。曰:「丘!去汝躬矜與汝容知,斯為君子矣。」
仲尼揖而退,蹙然改容而問曰:「業可得進乎?」
老萊子曰:「夫不忍一世之傷而驁萬世之患,抑固窶邪,亡其略弗及邪?惠以歡為驁,終身之醜,中民之行進焉耳,相引以名,相結以隱。與其譽堯而非桀,不如兩忘而閉其所譽。反无非傷也。動无非邪也。聖人躊躇以興事,以每成功。柰何哉其載焉終矜爾!」
宋元君夜半而夢人被髮闚阿門,曰:「予自宰路之淵,予為清江使河伯之所,漁者余且得予。」
元君覺,使人占之,曰:「此神龜也。」
君曰:「漁者有余且乎?」
左右曰:「有。」
君曰:「令余且會朝。」
明日,余且朝。君曰:「漁何得?」
對曰:「且之網得白龜焉,其圓五尺。」
君曰:「獻若之龜。」
龜至,君再欲殺之,再欲活之,心疑,卜之。曰:「殺龜以卜吉。」乃刳龜,七十二鑽而无遺筴。
仲尼曰:「神龜能見夢於元君,而不能避余且之網;知能七十二鑽而无遺筴,不能避刳腸之患。如是,則知有所困,神有所不及也。雖有至知,萬人謀之。魚不畏網而畏鵜鶘。去小知而大知明,去善而自善矣。嬰兒生无石師而能言,與能言者處也。」
惠子謂莊子曰:「子言无用。」
莊子曰:「知无用而始可與言用矣。夫地非不廣且大也,人之所用容足耳。然則廁足而墊之致黃泉,人尚有用乎?」惠子曰:「无用。」
莊子曰:「然則无用之為用也亦明矣。」
莊子曰:「人有能遊,且得不遊乎?人而不能遊,且得遊乎?夫流遁之志,決絕之行,噫,其非至知厚德之任與!覆墜而不反,火馳而不顧,雖相與為君臣,時也,易世而无以相賤。故曰至人不留行焉。
夫尊古而卑今,學者之流也。且以狶韋氏之流觀今之世,夫孰能不波,唯至人乃能遊於世而不僻,順人而不失己。彼教不學,承意不彼。
目徹為明,耳徹為聰,鼻徹為顫,口徹為甘,心徹為知,知徹為德。凡道不欲壅,壅則哽,哽而不止則跈,跈則衆害生。物之有知者恃息,其不殷,非天之罪。天之穿之,日夜无降,人則顧塞其竇。胞有重閬,心有天遊。室无空虛,則婦姑勃谿;心无天遊,則六鑿相攘,大林丘山之善於人也,亦神者不勝。
德溢乎名,名溢乎暴,謀稽乎誸,知出乎爭,柴生乎守,官事果乎衆宜。春雨日時,草木怒生,銚鎒於是乎始脩,草木之到植者過半而不知其然。
靜然可以補病,眥𡟬可以休老,寧可以止遽。雖然,若是,勞者之務也,非佚者之所未嘗過而問焉。聖人之所以駴天下,神人未嘗過而問焉;賢人之所以駴世,聖人未嘗過而問焉;君子所以駴國,賢人未嘗過而問焉;小人所以合時,君子未嘗過而問焉。演門有親死者,以善毀爵為官師,其黨人毀而死者半。堯與許由天下,許由逃之;湯與務光,務光怒之,紀他聞之,帥弟子而踆於窾水,諸侯弔之,三年,申徒狄因以踣河。荃者所以在魚,得魚而忘荃;蹄者所以在兔,得兔而忘蹄;言者所以在意,得意而忘言。吾安得夫忘言之人而與之言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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