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천수 02 천간론 (天干論)

적천수(滴天髓) · 명 유기(전) · 번역·감수 허유

10천간 각각의 본성과 희기(喜忌)를 갑목부터 계수까지 여덟 구의 가결(歌訣)로 압축한 장이다. 각 천간이 어떤 물상이며, 어떤 오행을 기뻐하고 두려워하는지, 어떤 계절·지지 배합에서 살고 죽는지를 논한다. 명리 고전 가운데 천간론의 백미로 꼽히는 대목이다.

번역

갑목(甲木)

갑목은 하늘을 찌를 듯 솟으니, 탈태(脫胎)에는 화가 필요하다. 봄에는 금을 용납하지 않고, 가을에는 토를 용납하지 않는다. 불길이 거세면 용(辰)을 타고, 물이 넘치면 호랑이(寅)를 탄다. 땅이 윤택하고 하늘이 화평하면 천고에 우뚝 선다.

원주: 갑은 뿌리와 줄기의 나무요 순양의 근본으로, 하늘을 찌를 듯 웅장하다. 화는 목의 자식이니, 왕성한 목이 화를 얻으면 더욱 번성한다. 봄에 태어나면 화를 도우니 금을 용납할 수 없고, 가을에 태어나면 금을 도우니 토를 용납할 수 없다. 인오술에 병·정화가 많이 보여도 진(辰)에 앉으면 능히 거두어들이고, 신자진에 임·계수가 많이 보여도 인(寅)에 앉으면 능히 받아들인다. 토의 기운이 마르지 않고 수의 기운이 사라지지 않으면 길이 생장할 수 있다.

원주: 진은 수의 창고로서 화를 제어하고 목을 적셔 주며, 토는 화를 설기하니 갑의 뿌리가 윤택해진다. 그러므로 화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갑은 인에서 녹(祿)을 얻고 인은 간(艮)에 속하여 토가 두터우므로 능히 수를 받아들인다.

을목(乙木)

을목은 비록 부드러우나 양을 찌르고 소를 가른다(刲羊解牛). 정화를 품고 병화를 안으면 닭(酉)을 타넘고 원숭이(申)에 올라탄다. 허하고 습한 땅에서는 말(午)을 타도 근심스럽다. 등나무 넝쿨이 갑목에 얽히면 봄도 좋고 가을도 좋다.

원주: 을은 가지와 잎의 나무로 화초처럼 부드럽다. 그러나 축·미에 앉으면 능히 이를 제어하니(축미는 음토이므로 을이 제어할 수 있다) 마치 양을 잡고 소를 가르는 것과 같다. 다만 병화나 정화가 하나라도 있으면 비록 신·유월이라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자월에 태어나고(나뭇잎이 시들어 떨어지는 때이니 물이 많으면 더욱 차다) 신·임·계가 또 투출하면 비록 오화를 얻어도 발생하기 어렵다(을이 비록 오에서 생을 받는다 하나 오는 을을 설기하며, 하물며 하나의 불이 뭇 물을 대적할 수 없다). 갑과 인이 많이 보이면 등나무가 큰 나무에 붙은 것에 비유되니, 봄이든 가을이든 모두 좋다.

병화(丙火)

병화는 맹렬하여 서리를 업신여기고 눈을 깔본다. 능히 경금을 단련하지만 신금(辛)을 만나면 도리어 겁을 낸다. 토가 많으면 자애를 이루고, 수가 날뛰면 절개를 드러낸다. 호랑이·말·개의 고을(寅午戌)에서 갑목이 오면 불타 없어진다.

원주: 병은 타오르는 맹렬한 불이요 순양의 성질이다. 그러므로 가을을 두려워하지 않아 서리를 업신여기고, 겨울을 두려워하지 않아 눈을 깔본다. 경금이 비록 완강하나 힘으로 능히 단련하고, 신금은 비록 부드러우나 합하면 도리어 약해진다. 토는 그 자식이니 무·기토가 많이 보이면 자혜로운 덕을 이루고, 수는 그 임금이니 임·계수가 왕한 것을 만나면 충절의 기풍을 드러낸다. 병화가 염상(炎上)의 성질을 좇는 데 이르러 인오술에 다시 갑목이 드러나면(신왕한데 인성을 만남) 메말라 불타 없어진다.

정화(丁火)

정화는 부드러우면서 중도를 지키니, 안의 성품이 밝게 빛난다. 을목을 품어 효도하고 임수와 합하여 충성한다. 왕해도 맹렬하지 않고 쇠해도 궁하지 않으니, 적모(嫡母)가 있으면 가을도 좋고 겨울도 좋다.

원주: 정은 따뜻한 불이다. 그 성질이 비록 맹렬하나 음에 속하므로 부드러워 중도를 얻었다. 밖으로 유순하고 안으로 문명(文明)하니 어찌 밝게 빛나지 않겠는가. 을은 정의 어머니로 신금(辛)을 두려워하는데 정이 이를 품어 지키니, 병이 갑을 안으면 도리어 갑을 태우는 것과 같지 않고, 기가 정을 안으면 도리어 정을 어둡게 하는 것과 같지 않으므로 그 효성이 남다르다. 임은 정의 임금이요 임이 두려워하는 것은 무토인데, 밖으로는 무토를 어루만져 토가 임을 업신여기지 못하게 하고, 안으로는 몰래 목의 신으로 화(化)하여 무가 임에 맞서지 못하게 하니 그 충성이 남다르다. 여름철에 태어나면 그 불꽃이 맹렬함에 이르지 않고, 가을·겨울에 태어나도 갑목 하나를 얻으면 쇠해도 궁함에 이르지 않는다. 그러므로 가을도 좋고 겨울도 좋다 하니, 모두 부드러움의 도리다.

무토(戊土)

무토는 견고하고 무거우며, 중(中)하고도 정(正)하다. 고요하면 닫히고 움직이면 열려 만물의 사명(司命)을 맡는다. 수가 왕하면 만물이 생하고, 화가 메마르면 윤택함을 기뻐한다. 곤(坤)·간(艮)에 있으면 충을 두려워하니 고요함이 마땅하다.

원주: 무는 산등성이의 토이지 성벽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기토에 비해 특히 높고 두텁고 강하고 메마르니, 기토의 발원지다. 중기(中氣)를 얻었고 또한 바르다. 봄·여름에는 기가 열려 만물을 생하고, 가을·겨울에는 기가 닫혀 만물을 이루므로 사명(司命)이 된다. 그 기는 양에 속하며 윤택함을 기뻐하고 메마름을 싫어한다. 인에 앉으면 신(申)을 두려워하고 신에 앉으면 인을 두려워하니, 충하면 뿌리가 움직여 지도(地道)의 바름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고요함이 마땅하다.

기토(己土)

기토는 낮고 습하며, 중정(中正)으로 갈무리한다(蓄藏). 목이 성해도 근심하지 않고, 수가 왕해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화가 적으면 화가 어두워지고, 금이 많으면 금이 빛난다. 만물을 창성하게 하려면 마땅히 돕고 거들어야 한다.

원주: 기는 전원(田園)의 토로 그 성질이 낮고 습하니, 무토의 가지와 잎이 되는 땅이며 또한 중정을 주로 하여 만물을 갈무리한다. 부드러운 토는 능히 목을 생하니 목이 극할 수 있는 바가 아니므로 목이 성해도 근심하지 않는다. 토가 깊어 능히 수를 받아들이니 수가 휩쓸 수 있는 바가 아니므로 수가 왕해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뿌리 없는 불은 습한 토를 생할 수 없으므로 화가 적으면 빛이 어두워진다. 습한 토는 능히 금을 적셔 주므로 금이 많으면 금의 광채가 도리어 맑고 영롱하여 볼 만하다. 이것이 무위(無爲)하면서도 유위(有爲)한 묘용이다. 만약 만물을 충실하고 왕성하게 기르고자 한다면 돕고 거드는 것이 좋다.

경금(庚金)

경금은 살기를 띠어 강함이 으뜸이다. 수를 얻으면 맑아지고, 화를 얻으면 예리해진다. 토가 윤택하면 생을 받고, 토가 마르면 부스러진다. 갑목 형은 이길 수 있으나 을목 누이에게는 진다.

원주: 경은 양금으로 태백(太白)의 정기다. 살기를 띠어 강건하고, 강건한데 수를 얻으면 기가 흘러 맑아지고, 강한데 화를 얻으면 기가 순수해진다. 수 기운이 있는 토는 그 생을 온전하게 할 수 있고, 화 기운이 있는 토는 그것을 부스러지게 한다. 갑목이 비록 강하나 힘이 족히 그를 베고, 을목은 비록 부드러우나 합하여 그에게 진다.

신금(辛金)

신금은 연약하나 온윤하고 맑다. 토가 겹겹이 쌓이는 것을 두려워하고, 수가 가득함을 즐긴다. 능히 사직(社稷)을 붙들고, 능히 생령(生靈)을 구한다. 더우면 어머니(기토)를 기뻐하고, 추우면 정화를 기뻐한다.

원주: 신은 음금이지 주옥을 말하는 것이 아니며, 다만 온유하고 맑고 윤택할 뿐이다. 무토가 많으면 묻히므로 두려워하고, 임수가 많으면 빼어나므로 즐긴다. 신은 병의 신하로서 임수를 어루만져 병화를 극하지 않게 하니 사직을 붙들어 돕고, 신은 갑의 임금으로서 병화와 합화하여 갑목을 태우지 않게 하니 생령을 구원한다. 한여름에 태어나 기토를 얻으면 화를 어둡게 하여 자신을 보존할 수 있고, 한겨울에 태어나 정화를 얻으면 추위를 막아 자신을 기를 수 있다. 그러므로 신금이 겨울에 태어나 병을 보면 남자 명은 귀하지 못하고(병신이 합하여 수로 화한다) 귀하더라도 충성스럽지 않으며, 여자 명은 남편을 극하고 극하지 않더라도 화목하지 못하다. 정을 보면 남녀 모두 귀하고 순조롭다.

임수(壬水)

임수는 넓고 큰 바다와 같아 능히 금기(金氣)를 설한다. 강함 가운데의 덕으로 두루 흘러 막힘이 없다. 통근하고 계수가 투출하면 하늘을 찌르고 땅을 내달린다. 화(化)하면 유정하고, 종(從)하면 서로 구제한다.

원주: 임은 계수의 근원으로, 나뉘기도 하고 합하기도 하며 운행하여 쉬지 않으니, 백천(百川)이 되기도 하고 우로(雨露)가 되기도 하므로 둘로 갈라 볼 수 없다. 임수는 능히 서방의 금기를 설하며, 그 덕은 강중(剛中)하고 또 두루 흘러 막히지 않는다. 신자진을 만나고 또 계가 투출하면 그 기세를 막을 수 없다. 정과 합하여 목으로 화하고 또 정화를 생하니 유정하다 할 만하고, 병화를 제어하되 정의 사랑을 빼앗지 않으니 남편으로서 의롭고 임금으로서 어질다. 한여름에 태어나면 사오미 가운데 토의 기운이 임수의 훈증을 얻어 우로를 이루므로, 비록 화·토를 따르더라도 서로 구제하지 않음이 없다.

계수(癸水)

계수는 지극히 약하나 천진(天津)에 다다른다. 용의 덕으로 운행하면 공력의 조화가 신묘하다. 화·토를 두려워하지 않고, 경·신금을 논하지 않는다. 무토와 합하고 화를 보더라도, 화의 뿌리가 있어야 참된 것이다.

원주: 계는 순음으로 지극히 약하나 위로 천진에 다다른다. 무릇 사주 가운데 갑·을·인·묘가 있으면 모두 수기를 운용하여 목을 생하고 화를 제어하며 토를 적시고 금을 기를 수 있으니, 마치 용이 물을 부리는 것과 같아 화·토가 비록 많아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경·신금에 이르러서는 그 생에 의지하지도 않고 많음을 꺼리지도 않는다. 오직 무와 합하여 화(火)로 화할 때는 반드시 화의 뿌리에 통해야 참된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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