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번로 05 정화(精華)
『춘추』가 말을 삼가 명분과 등급을 엄정히 가린다는 원칙으로, 가뭄에는 비를 빌고 큰물에는 북을 울려 사(社)를 치는 음양 존비(陰陽尊卑)의 이치, 대부의 전결(專決)이 허용되는 경우와 아닌 경우, 옥사를 들음에 그 일을 근본하고 그 뜻을 캐는 청옥(聽獄)의 법, 어진 신하를 맡김이 나라의 흥망임을 논한 편이다.
번역
『춘추』는 말을 삼가니, 이름과 차례와 등급과 사물에 엄정한 것이다. 그러므로 작은 이적은 '쳤다[伐]'고 말하되 '싸웠다[戰]'고는 말하지 못하고, 큰 이적은 '싸웠다'고 말하되 '얻었다[獲]'고는 말하지 못하며, 중국은 '얻었다'고 말하되 '잡았다[執]'고는 말하지 못하니, 각각 말이 있다. (중략) 그러므로 크고 작음이 등급을 넘지 않고 귀하고 천함이 그 차례와 같으니, 의(義)의 바름이다.
큰 기우제[大雩]란 무엇인가? 가뭄의 제사다. 따지는 이가 말했다. "큰 가뭄에 기우제를 지내 비를 빌고, 큰물에 북을 울려 사(社)를 치는 것은 천지가 하는 바요 음양이 일으키는 바인데, 혹은 빌고 혹은 노함은 어째서인가?" 답한다. "큰 가뭄이란 양이 음을 멸함이니, 양이 음을 멸함은 높은 것이 낮은 것을 누름이라 본래 그 뜻이 그러하다. 비록 심히 지나쳐도 절하여 빌 뿐 감히 더함이 있겠는가. 큰물이란 음이 양을 멸함이니, 음이 양을 멸함은 낮은 것이 높은 것을 이김이라, 일식도 그러하니 모두 아래가 위를 범하여 천한 것이 귀한 것을 해침이라 절도를 거스름이다. 그러므로 북을 울려 치고 붉은 실로 위협하니 그 의롭지 못함 때문이다. 이 또한 『춘추』가 강한 것을 두려워하지 않음이다. 그러므로 천지의 자리를 변하게 하고 음양의 차례를 바로잡아 곧장 그 도를 행하면서 그 어려움을 잊지 않으니, 의(義)의 지극함이다. (중략)"
따지는 이가 말했다. "『춘추』의 법은 대부가 멋대로 일을 이룸이 없다 하고, 또 국경을 나가 사직을 편안케 하고 나라를 이롭게 할 일이 있으면 전결해도 된다 하며, 또 대부가 임금의 명으로 나가면 나아가고 물러남이 대부에게 있다 하고, 또 상(喪)을 들으면 천천히 가되 돌아오지 않는다 하니, 이미 멋대로 일을 이룸이 없다 하고 또 전결해도 된다 하며, 이미 나아가고 물러남이 대부에게 있다 하고 또 천천히 가되 돌아오지 않는다 하니 서로 어긋나는 듯한데 무슨 말인가?" 답한다. "넷이 각각 처할 곳이 있으니, 그 처할 곳을 얻으면 모두 옳고 그 처할 곳을 잃으면 모두 그르다. 『춘추』에는 본래 떳떳한 뜻[常義]이 있고 또 변에 응함[應變]이 있다. 멋대로 일을 이룸이 없다는 것은 평소 안녕할 때를 이름이요, 전결해도 된다는 것은 위급을 구하고 환란을 없앰을 이름이며, 나아가고 물러남이 대부에게 있다는 것은 장수가 군사를 부림을 이름이요, 천천히 가되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은 어버이로 높은 이를 해치지 않고 사사로움으로 공(公)을 방해하지 않음을 이름이다."
(이하 제 환공이 큰 신의로 가까운 나라를 부르고 망한 나라를 보존하여 멀리 미친 사례, 그 뒤 공을 자랑하다 쇠한 일로 이어진다.)
『춘추』가 옥사를 들음에는 반드시 그 일을 근본하고 그 뜻을 캔다. 뜻이 사악한 자는 이룸을 기다리지 않고 죄주며, 으뜸 악인은 죄가 특히 무겁고, 근본이 곧은 자는 그 논함이 가볍다. 그러므로 봉축보는 베어야 마땅하고 원도도는 잡아서는 안 되며, 노 계자는 경보를 쫓고 오 계자는 합려를 놓아주었으니, 이 넷은 죄는 같으나 논함이 다른 것은 그 근본이 다르기 때문이다. 다 같이 삼군을 속였으되 혹은 죽고 혹은 죽지 않으며, 다 같이 임금을 시해했으되 혹은 죽이고 혹은 죽이지 않으니, 송사를 듣고 옥사를 가림을 살피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옥사를 가려 옳으면 이치가 더욱 밝아지고 가르침이 더욱 행해지며, 옥사를 가려 그르면 이치를 어둡게 하고 무리를 미혹케 하여 가르침과 어긋난다. 가르침은 정치의 근본이요 옥사는 정치의 끝이니, 그 일이 영역을 달리하나 그 쓰임은 하나라 서로 따르지 않을 수 없으므로 군자가 이를 중히 여긴다.
(이하 진(晉)의 해제 사건에서 '임금의 아들'이라 칭한 필법, 옛사람이 "올 것을 알려거든 지나간 것을 보라" 한 말로 미루어 어진 신하를 맡김이 나라의 흥망임을 논하는 긴 결론으로 이어진다.) 그러므로 임금이 어진 이를 알아도 맡기지 못하면 크게는 죽고 망하며 작게는 어지럽고 위태로우니, 노 장공이 위태로워지고 송 상공이 시해된 것이 이것이다. 만일 장공이 일찍 계자를 쓰고 송 상공이 평소 공보를 맡겼더라면 오히려 이웃 나라를 일으켰을 것이니 어찌 다만 시해를 면했을 뿐이겠는가. 이것이 내가 안타까워 슬퍼하는 바다.
원문 전문 보기 (한문)
春秋慎辭,謹於名倫等物者也。是故小夷言伐而不得言戰,大夷言戰而不得言獲,中國言獲而不得言執,各有辭也。有小夷避大夷而不得言戰,大夷避中國而不得言獲,中國避天子而不得言執,名倫弗予,嫌於相臣之辭也。是故大小不踰等,貴賤如其倫,義之正也。
大雩者何?旱祭也。難者曰:「大旱雩祭而請雨,大水鳴鼓而攻社,天地之所為,陰陽之所起也,或請焉、或怒焉者何?」曰:「大旱者,陽滅陰也,陽滅陰者,尊厭卑也,固其義也,雖大甚,拜請之而已,敢有加也。大水者,陰滅陽也,陰滅陽者,卑勝尊也,日食亦然,皆下犯上,以賤傷貴者,逆節也,故鳴鼓而攻之,朱絲而脅之,為其不義也,此亦春秋之不畏強禦也。故變天地之位,正陰陽之序,直行其道,而不忘其難,義之至也。是故脅嚴社而不為不敬靈,出天王而不為不尊上,辭父之命而不為不承親,絕母之屬而不為不孝慈,義矣夫!」
難者曰:「春秋之法,大夫無遂事。又曰:出境有可以安社稷、利國家者,則專之可也。又曰:大夫以君命出,進退在大夫也。又曰:聞喪徐行而不反也。夫既曰無遂事矣,又曰專之可也,既曰進退在大夫矣,又曰徐行而不反也,若相悖然,是何謂也?」曰:「四者各有所處,得其處,則皆是也,失其處,則皆非也。春秋固有常義,又有應變。無遂事者,謂平生安寧也;專之可也者,謂救危除患也;進退在大夫者,謂將率用兵也;徐行不反者,謂不以親害尊,不以私妨公也;此之謂將得其私知其指。故公子結受命,往媵陳人之婦于鄄,道生事,從齊桓盟,春秋弗非,以為救莊公之危。公子遂受命使京師,道生事,之晉,春秋非之,以為是時僖公安寧無危。故有危而不專救,謂之不忠;無危而擅生事,是卑君也。故此二臣俱生事,春秋有是有非,其義然也。」
齊桓挾賢相之能,用大國之資,即位五年,不能致一諸侯,於柯之盟,見其大信,一年,而近國之君畢至,鄄幽之會是也。其後二十年之間,亦久矣,尚未能大合諸侯也,至於救邢衛之事,見存亡繼絕之義,而明年,遠國之君畢至,貫澤、陽穀之會是也。故曰:親近者不以言,召遠者不以使,此其效也。其後矜功,振而自足,而不修德,故楚人滅弦而志弗憂,江黃伐陳而不往救,損人之國,而執其大夫,不救陳之患,而責陳不納,不復安鄭,而必欲迫之以兵,功未良成,而志已滿矣。故曰:管仲之器小哉!此之謂也。自是日衰,九國叛矣。
春秋之聽獄也,必本其事而原其志。志邪者,不待成;首惡者,罪特重;本直者,其論輕。是故逢丑父當斮,而轅濤塗不宜執,魯季子追慶父,而吳季子釋闔廬,此四者,罪同異論,其本殊也。俱欺三軍,或死或不死;俱弒君,或誅或不誅;聽訟折獄,可無審耶!故折獄而是也,理益明,教益行;折獄而非也,闇理迷眾,與教相妨。教,政之本也,獄,政之末也,其事異域,其用一也,不可不以相順,故君子重之也。
難晉事者曰:「春秋之法,未踰年之君稱子,蓋人心之正也,至里克殺奚齊,避此正辭,而稱君之子,何也?」曰:「所聞詩無達詁,易無達占,春秋無達辭。從變從義,而一以奉人。仁人錄其同姓之禍,固宜異操。晉,春秋之同姓也,驪姬一謀,而三君死之,天下之所共痛也,本其所為為之者,蔽於所欲得位,而不見其難也;春秋疾其所蔽,故去其正辭,徒言君之子而已。若謂奚齊曰:『嘻嘻!為大國君之子,富貴足矣,何必以兄之位為欲居之,以至此乎云爾!』錄所痛之辭也。故痛之中有痛,無罪而受其死者,申生、奚齊、卓子是也;惡之中有惡者,己立之,己殺之,不得如他臣之弒君,齊公子商人是也。故晉禍痛而齊禍重,春秋傷痛而敦重,是以奪晉子繼位之辭,與齊子成君之號,詳見之也。」
古之人有言曰:「不知來,視諸往。」今春秋之為學也,道往而明來者也,然而其辭體天之微,效難知也,弗能察,寂若無,能察之,無物不在。是故為春秋者,得一端而多連之,見一空而博貫之,則天下盡矣。魯僖公以亂即位,而知親任季子,季子無恙之時,內無臣下之亂,外無諸侯之患,行之二十年,國家安寧;季子卒之後,魯不支鄰國之患,直乞師楚耳;僖公之情,非輒不肖,而國衰益危者,何也?以無季子也。以魯人之若是也,亦知他國之皆若是也,以他國之皆若是,亦知天下之皆若是也,此之謂連而貫之,故天下雖大,古今雖久,以是定矣。以所任賢,謂之主尊國安,所任非其人,謂之主卑國危,萬世必然,無所疑也。其在易曰:「鼎折足,覆公餗。」夫鼎折足者,任非其人也,覆公餗者,國家傾也。是故任非其人,而國家不傾者,自古至今,未嘗聞也。故吾按春秋而觀成敗,乃切悁悁於前世之興亡也,任賢臣者,國家之興也。夫知不足以知賢,無可奈何矣;知之不能任,大者以死亡,小者以亂危,其若是何邪?以莊公不知季子賢邪?安知病將死,召而授以國政;以殤公為不知孔父賢邪?安知孔父死,已必死,趨而救之;二主知皆足以知賢,而不決,不能任,故魯莊以危,宋殤以弒,使莊公早用季子,而宋殤素任孔父,尚將興鄰國,豈直免弒哉!此吾所悁悁而悲者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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