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번로 07 멸국상(滅國上)
왕(王)이란 백성이 돌아가는 곳이요 임금이란 그 무리를 잃지 않는 자라는 정의로, 작은 나라가 덕이 엷어 조빙하지 않고 큰 나라가 회취하지 않아 고립되어 망하는 까닭을 논한 편이다. 믿고 의탁하는 바[所託]가 진실로 옳으면 작은 한 사람의 선비라도 큰일을 이룰 수 있음을 여러 사례로 보인다.
번역
왕(王)이란 백성이 돌아가는 곳이요, 임금이란 그 무리를 잃지 않는 자다. 그러므로 능히 만백성을 돌아오게 하여 천하의 무리를 얻은 자는 천하에 대적할 자가 없다. 임금을 시해한 일이 서른여섯, 나라를 망친 일이 쉰둘이니, 작은 나라는 덕이 엷어 조빙하지 않고, 큰 나라는 제후와 더불어 회취하지 않으며, 외로이 서로 지키지 못하고 홀로 거하여 무리를 같이하지 못하니, 환란을 만나도 구해 주는 이가 없어 망한 것이다. 비단 공·후·대인만 이런 것이 아니다. 천지 사이에 나서 근본이 미약한 것은 큰 바람과 사나운 비를 만나면 곧바로 녹아 사라진다.
위후 삭(朔)은 본디 제 양공을 섬겼으나 천하가 그를 근심거리로 여겼고, 우(虞)와 괵(虢)이 힘을 합치니 진 헌공이 어려워했다. 진(晉)의 조돈은 한낱 한 사람의 선비라 한 치의 땅도 없고 한 사람의 무리도 없었으나, 영공이 패주의 남은 위세를 가지고 그를 죽이려다 변고를 끝까지 부리고 속임수를 다하며 힘을 다했으나 화가 크게 제 몸에 미쳤다. 조돈의 마음을 미루어 작은 나라의 자리에 두었다면 어찌 그를 망칠 수 있었겠는가. 그러므로 오자서는 한낱 한 사람의 선비라 초를 떠나 합려에게 구하여 마침내 오에서 뜻을 얻었으니, 의탁한 바가 진실로 옳으면 어찌 막을 수 있겠는가. 초왕 곤(髡)이 그 나라를 자옥득신에게 의탁하니 천하가 두려워했고, 우공이 그 나라를 궁지기에게 의탁하니 진 헌공이 근심했다. 곤이 득신을 죽이매 천하가 가벼이 여겼고, 우공이 궁지기를 쓰지 않으매 진 헌공이 망쳤으니, 존망의 실마리를 알지 않을 수 없다.
제후가 군사로 가해짐을 당해 도망쳐 멸망에 이르러도 구해 주는 이가 없음은 평소의 행실로 볼 수 있다. 은공이 환공을 대신해 서매 이른바 겨우 보존되었을 뿐이라, 무해(無駭)로 하여금 군사를 거느려 극(極)을 멸하게 했으나 안으로 간하는 신하가 없고 밖으로 제후의 구원이 없었으니, 망함도 이로 말미암았다. 송·채·위가 쳐서 정이 그 힘을 인하여 취했으니, 이는 무거운 보배를 길에 버려 두고 지키지 않아 보는 자가 줍는 것과 다름이 없다. 등(鄧)·곡(穀)이 땅을 잃고 노 환공에게 조회했으니, 등·곡이 땅을 잃음이 또한 마땅하지 않은가.
원문 전문 보기 (한문)
王者,民之所往,君者,不失其群者也;故能使萬民往之,而得天下之群者,無敵於天下。弒君三十六,亡國五十二,小國德薄不朝聘,大國不與諸侯會聚,孤特不相守,獨居不同群,遭難莫之救,所以亡也。非獨公侯大人如此,生天地之間,根本微者,不可遭大風疾雨,立鑠消耗。衛侯朔固事齊襄,而天下患之;虞虢并力,晉獻難之。晉趙盾,一夫之士也,無尺寸之土,一介之眾也,而靈公據霸主之餘尊,而欲誅之,窮變極軸,軸盡力竭,禍大及身,推盾之心,載小國之位,庸能亡之哉!故伍子苟,一夫之士也,去楚,干闔廬,遂得意於吳,所託者誠是,何可禦邪!楚王髡託其國於子玉得臣,而天下畏之;虞公託其國於宮之奇,晉獻患之;及髡殺得臣,天下輕之;虞公不用宮之奇,晉獻亡之;存亡之端,不可不知也。諸侯見加以兵,逃遁奔走,至於滅亡,而莫之救,平生之素行可見也。隱代桓立,所謂僅存耳,使無駭帥師滅極,內無諫臣,外無諸侯之救,載亦由是也,宋、蔡、衛國伐之,鄭因其力而取之,此無以異於遺重寶於道,而莫之守,見者掇之也。鄧、穀失地,而朝魯桓,鄧、穀失地,不亦宜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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