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번로 15 이단(二端)

춘추번로(春秋繁露) · 전한 동중서 · 번역·감수 허유

『춘추』의 지극한 뜻에 두 단서[二端]가 있으니, 그 두 단서가 일어나는 바에 근본하지 않으면 재이(災異)를 논할 수 없다는 원칙을 제시한 편이다. 작고 은미한 것이 장차 크고 드러나게 됨을 살펴, 미미함을 귀히 여기고 시작을 중히 여기는[貴微重始] 뜻을 밝힌다.

번역

『춘추』의 지극한 뜻에 두 단서[二端]가 있으니, 두 단서가 좇아 일어나는 바에 근본하지 않으면 또한 더불어 재이(災異)를 논할 수 없다. 작고 큼, 은미함과 드러남의 구분이다. 무릇 단서 없는 곳에서 미세함을 살펴 구하여, 진실로 작은 것이 장차 큰 것이 되고 은미한 것이 장차 드러나게 됨을 알면, 길흉이 아직 형체를 이루지 않았을 때 성인이 홀로 서는 바이니, 비록 그를 따르고자 해도 말미암을 길이 없을 따름이다. 이를 이름이다. 그러므로 왕 된 자가 천명을 받아 정삭(正朔)을 고치되, 수(數)를 따라 가지 않고 반드시 오는 것을 맞아 받는 것은 주고받음의 뜻이다. 그러므로 성인은 능히 마음을 은미함에 매어 드러남에 이르게 한다. 이런 까닭에 『춘추』의 도는 원(元)의 깊음으로써 하늘의 단서를 바로잡고, 하늘의 단서로써 왕의 정치를 바로잡으며, 왕의 정치로써 제후의 즉위를 바로잡고, 제후의 즉위로써 경내(竟內)의 다스림을 바로잡으니, 다섯이 모두 바르면 교화가 크게 행해진다.

그러므로 일식·운석·역(蜮)·산붕·지진, 여름의 큰 비, 겨울의 큰 우박, 서리가 풀을 죽이지 않음, 정월부터 가을 칠월까지 비 안 옴, 황새가 와서 둥지 틈을 적었으니, 『춘추』가 이를 이변으로 여겨 이로써 패란(悖亂)의 징표를 보였다. 이는 작은 것이 크지 못하고 은미한 것이 드러나지 못하니, 비록 매우 끝일지라도 또한 하나의 단서다. 공자가 이로써 증험했으니, 내가 미미함을 귀히 여기고 시작을 중히 여기는 까닭이 이것이다. 재이의 상을 앞에서 미루어 그 뒤에 안위와 화란을 도모하는 것은 『춘추』가 심히 귀히 여기는 바가 아님을 미워해서다. 그러나 『춘추』가 이를 들어 하나의 단서로 삼은 것은 또한 그 하늘의 견책을 살펴 하늘의 위엄을 두려워하여, 안으로 심지(心志)에 움직이고 밖으로 사정(事情)에 드러내어 몸을 닦고 자기를 살펴 선한 마음을 밝혀 도로 돌이키고자 함이니, 어찌 미미함을 귀히 여기고 시작을 중히 여기며 마침을 삼가 증험을 미루는 자가 아니겠는가.

원문 전문 보기 (한문)

春秋至意有二端,不本二端之所從起,亦未可與論災異也,小大微著之分也。夫覽求微細於無端之處,誠知小之將為大也,微之將為著也,吉凶未形,聖人所獨立也,雖欲從之,末由也已,此之謂也。故王者受命,改正朔,不順數而往,必迎來而受之者,授受之義也。故聖人能繫心於微,而致之著也。是故春秋之道,以元之深,正天之端,以天之端,正王之政,以王之政,正諸侯之即位,以諸侯之即位,正竟內之治,五者俱正,而化大行。故書日蝕,星隕,有蜮,山崩,地震,夏大雨水,冬大雨雹,隕霜不殺草,自正月不雨,至於秋七月,有鸛鵒來巢,春秋異之,以此見悖亂之徵,是小者不得大,微者不得著,雖甚末,亦一端,孔子以此效之,吾所以貴微重始是也,因惡夫推災異之象於前,然後圖安危禍亂於後者,非春秋之所甚貴也,然而春秋舉之以為一端者,亦欲其省天譴,而畏天威,內動於心志,外見於事情,修身審己,明善心以反道者也,豈非貴微重始、慎終推效者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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