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번로 29 인의법(仁義法)
『춘추』가 다스리는 것은 남[人]과 나[我]이며, 다스리는 방법이 인(仁)과 의(義)임을 논한 편이다. 인의 법은 남을 사랑함에 있고 의의 법은 나를 바로잡음에 있으니, 인은 남에게 향하고[往] 의는 나에게 돌아오며[來] 인은 멀리 미치고 의는 가까이 미침을 밝힌다.
번역
『춘추』가 다스리는 것은 남[人]과 나[我]요, 남과 나를 다스리는 까닭은 인(仁)과 의(義)다. 인으로 남을 편안케 하고 의로 나를 바로잡으니, 그러므로 인이란 말은 남[人]이요 의란 말은 나[我]이니, 이름으로 구별된 것이다. 인이 남에게 있고 의가 나에게 있음을 살피지 않을 수 없다. 뭇 사람이 살피지 못하여 도리어 인으로 자기를 너그럽게 하고 의로 남에게 베푸니, 그 처할 곳을 거짓되게 하고 그 이치를 거스르매 어지럽지 않은 자가 드물다.
그러므로 사람은 어지러움을 바라지 않으면서도 대개 늘 어지러운 것은, 무릇 남과 나의 구분에 어두워 인의가 있는 곳을 살피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춘추』가 인의의 법을 삼으니, 인의 법은 남을 사랑함에 있고 나를 사랑함에 있지 않으며, 의의 법은 나를 바로잡음에 있고 남을 바로잡음에 있지 않다. 내가 스스로 바르지 못하면 비록 남을 바로잡아도 의라 허여하지 않고, 남이 그 사랑을 입지 못하면 비록 두터이 자기를 사랑해도 인이라 허여하지 않는다. (중략) 인이란 남을 사랑하는 이름이다. (중략)
이런 까닭에 명철함을 앎이 먼저이고, 인으로 멀리 두터이 하니, 멀수록 더 어질고 가까울수록 더 못한 것은 사랑이다. 그러므로 왕 된 자는 사랑이 사이(四夷)에 미치고, 패자는 사랑이 제후에 미치며, 편안한 자는 사랑이 봉내(封內)에 미치고, 위태로운 자는 사랑이 곁에 미치며, 망하는 자는 사랑이 홀로 제 몸에 미친다. 홀로 제 몸에 미치는 자는 비록 천자·제후의 자리에 서도 한 사람일 뿐이라 신민(臣民)의 쓰임이 없으니, 이와 같은 자는 아무도 망치지 않아도 절로 망한다. 『춘추』가 양(梁)을 쳤다고 말하지 않고 양이 망했다 한 것은, 대개 사랑이 홀로 제 몸에만 미친 자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르기를, 인이란 남을 사랑함이요 나를 사랑함에 있지 않으니, 이것이 그 법이다.
의(義)란 남을 바로잡음을 이름이 아니라 나를 바로잡음을 이른다. 비록 어지러운 세상의 굽은 임금이라도 남을 바로잡으려 하지 않음이 없으니 어찌 의라 하겠는가. (중략) 그러므로 이르기를, 의는 나를 바로잡음에 있고 남을 바로잡음에 있지 않으니, 이것이 그 법이다. (중략) 그러므로 이르기를, 인이란 남[人]이요 의란 나[我]이니 이를 이름이다. 군자가 인의의 구별을 구하여 남과 나의 사이를 벼리한 뒤에 안과 밖의 구분을 분별하고 순(順)과 역(逆)의 처할 곳을 드러낸다. (이하 인으로 남을 다스리고 의로 나를 다스리며, 스스로 두터이 하고 남을 엷게 책하는 「궁자후이박책어외(躬自厚而薄責於外)」의 뜻으로 이어진다.)
원문 전문 보기 (한문)
春秋之所治,人與我也;所以治人與我者,仁與義也;以仁安人,以義正我;故仁之為言人也,義之為言我也,言名以別矣。仁之於人,義之於我者,不可不察也,眾人不察,乃反以仁自裕,而以義設人,詭其處而逆其理,鮮不亂矣。是故人莫欲亂,而大抵常亂,凡以闇於人我之分,而不省仁義之所在也。是故春秋為仁義法,仁之法在愛人,不在愛我;義之法在正我,不在正人;我不自正,雖能正人,弗予為義;人不被其愛,雖厚自愛,不予為仁。昔者,晉靈公殺膳宰以淑飲食,彈大夫以娛其意,非不厚自愛也,然而不得為淑人者,不愛人也。質於愛民以下,至於鳥獸昆蟲莫不愛,不愛,奚足謂仁!仁者,愛人之名也,嶲傳無大之之辭,自為追,則善其所恤遠也;兵已加焉,乃往救之,則弗美;未至,豫備之,則美之,善其救害之先也。夫救蚤而先之,則害無由起,而天下無害矣。然則觀物之動,而先覺其萌,絕亂塞害於將然而未形之時,春秋之志也,其明至矣,非堯舜之智,知禮之本,庸能當此;故救害而先,知之明也,公之所恤遠,而春秋美之,詳其美恤遠之意,則天地之間,然後快其仁矣,非三王之德,選賢之精,庸能如此。是以知明先,以仁厚遠,遠而愈賢,近而愈不肖者,愛也,故王者愛及四夷,霸者愛及諸侯,安者愛及封內,危者愛及旁側,亡者愛及獨身,獨身者,雖立天子諸侯之位,一夫之人耳,無臣民之用矣,如此者,莫之亡而自亡也。春秋不言伐梁者,而言梁亡,蓋愛獨及其身者也,故曰:仁者愛人,不在愛我,此其法也。義云者,非謂正人,謂正我,雖有亂世枉上,莫不欲正人,奚謂義!昔者,楚靈王討陳蔡之賊,齊桓公執袁濤塗之罪,非不能正人也,然而春秋弗予,不得為義者,我不正也;闔廬能正楚蔡之難矣,而春秋奪之義辭,以其身不正也;潞子之於諸侯,無所能正,春秋予之有義,其身正也;趨而利也,故曰:義在正我,不在正人,此其法也。夫我無之而求諸人,我有之而誹諸人,人之所不能受也,其理逆矣,何可謂義!義者,謂宜在我者,宜在我者,而後可以稱義,故言義者,合我與宜以為一言,以此操之,義之為言我也,故曰:有為而得義者,謂之自得,有為而失義者,謂之自失;人好義者,謂之自好,人不好義者,謂之不自好;以此參之,義我也明矣。是義與仁殊,仁謂往,義謂來;仁大遠,義大近;愛在人,謂之仁,義在我,謂之義;仁主人,義主我也;故曰:仁者,人也,義者,我也,此之謂也。君子求仁義之別,以紀人我之間,然後辨乎內外之分,而著於順逆之處也,是故內治反理以正身,據禮以勸福,外治推恩以廣施,寬制以容眾。孔子謂冉子曰:治民者,先富之而後加教。語樊遲曰:治身者,先難後獲。以此之謂治身之與治民所先後者不同焉矣。詩曰:「飲之食之,教之誨之。」先飲食而後教誨,謂治人也;又曰:「坎坎伐輻,彼君子兮,不素餐兮!」先其事,後其食,謂治身也。春秋刺上之過,而矜下之苦;小惡在外弗舉,在我書而誹之;凡此六者,以仁治人,義治我;躬自厚而薄責於外,此之謂也。且論已見之,而人不察,曰:君子攻其惡,不攻人之惡。不攻人之惡,非仁之寬與!自攻其惡,非義之全與!此之謂仁造人,義造我,何以異乎!故自稱其惡,謂之情,稱人之惡,謂之賊;求諸己,謂之厚,求諸人,謂之薄;自責以備,謂之明,責人以備,謂之惑;是故以自治之節治人,是居上不寬也,以治人之度自治,是為禮不敬也;為禮不敬則傷行,而民弗尊,居上不寬則傷厚,而民弗親;弗親則弗信,弗尊則弗敬;二端之政詭於上而僻行之,則誹於下;仁義之處,可無論乎!夫目不視,弗見;心弗論,不得;雖有天下之至味,弗嚼,弗知其旨也;雖有聖人之至道,弗論,不知其義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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