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번로 44 왕도통삼(王道通三)
'왕(王)' 자의 세 획이 천(天)·지(地)·인(人)을 잇는 가운데 획으로 셋을 통한다(通三)는 풀이로 시작한다. 임금의 호오·희로(喜怒哀樂)가 곧 하늘의 춘하추동(暖淸寒暑)이며, 봄기운=사랑, 여름기운=즐거움, 가을기운=엄함, 겨울기운=슬픔으로 사계절에 응하여 정사를 펴야 함을 논하는 천인합일·삼재(三才) 편이다.
핵심 구절 — 원문과 번역
三畫者,天地與人也,而連其中者,通其道也,取天地與人之中以為貫,而參通之。
세 획은 천·지·인이요, 그 가운데를 이은 것은 그 도를 통함이다. 천·지·인의 가운데를 취하여 꿰뚫어 셋을 통한다.
喜氣為暖而當春,怒氣為清而當秋,樂氣為太陽而當夏,哀氣為太陰而當冬。
기쁜 기운은 따뜻함이 되어 봄에 해당하고, 성낸 기운은 서늘함이 되어 가을에 해당하며, 즐거운 기운은 태양이 되어 여름에 해당하고, 슬픈 기운은 태음이 되어 겨울에 해당한다.
번역
옛날 글자를 만든 자가 세 획을 긋고 그 가운데를 이어 왕(王)이라 하였다. 세 획은 천·지·인이요, 그 가운데를 이은 것은 그 도를 통함이다. 천·지·인의 가운데를 취하여 꿰뚫어 셋을 통하니, 왕자가 아니면 누가 이에 해당하겠는가. 그러므로 왕자는 오직 하늘이 베풂에, 그 때를 베풀어 이루고, 그 명을 본받아 사람에게 따르며, 그 수를 본받아 일을 일으키고, 그 도를 다스려 법을 내며, 그 뜻을 다스려 어짊(仁)에 돌린다. 어짊의 아름다움은 하늘에 있으니, 하늘은 어질다(天仁也). 하늘은 만물을 덮어 길러 이미 화하여 낳고, 길러 이루어 일과 공이 그침이 없으며, 끝나고 다시 시작하여 무릇 거두어 사람을 받드는 데 돌리니, 하늘의 뜻을 살피면 끝없는 어짊이다.
사람이 하늘에서 명을 받음에 하늘에서 어짊을 취하여 어질다. 그러므로 사람이 명을 받음은 하늘의 높음이니, 부형(父兄)·자제(子弟)의 친함, 충신(忠信)·자혜(慈惠)의 마음, 예의(禮義)·염양(廉讓)의 행실, 시비·역순의 다스림이 있어, 문리(文理)가 찬연하고 두터우며 앎이 넓고 큼이 있으니, 오직 인도(人道)만이 하늘에 참여할 수 있다. 하늘은 항상 사랑하고 이롭게 함을 뜻으로 하고 기르고 키움을 일로 하여 춘하추동이 모두 그 쓰임이요, 왕자도 항상 천하를 사랑하고 이롭게 함을 뜻으로 하고 한 세상을 안락케 함을 일로 하여 호오·희로가 두루 쓰인다. 그러나 임금의 호오·희로는 곧 하늘의 춘하추동이니, 그 따뜻함·서늘함·추위·더위가 변화하여 공을 이룬다. 하늘이 이 물건을 냄에 때에 맞으면 한 해가 아름답고 때에 맞지 않으면 한 해가 나쁘며, 임금이 이 네 가지를 냄에 마땅하면 세상이 다스려지고 마땅하지 않으면 세상이 어지러우니, 그러므로 다스려진 세상은 아름다운 해와 같은 수이고 어지러운 세상은 나쁜 해와 같은 수이다. 이로써 인리(人理)가 천도(天道)에 짝함을 본다.
하늘에 추위가 있고 더위가 있으니, 희로애락의 발함은 서늘함·따뜻함·추위·더위와 그 실상이 한가지로 꿰인다. 기쁜 기운은 따뜻함이 되어 봄에 해당하고, 성낸 기운은 서늘함이 되어 가을에 해당하며, 즐거운 기운은 태양(太陽)이 되어 여름에 해당하고, 슬픈 기운은 태음(太陰)이 되어 겨울에 해당한다. 네 기운은 하늘과 사람이 함께 지닌 바요 사람이 쌓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니, 절제할 수는 있으나 그칠 수는 없다. 절제하면 순하고 그치면 어지럽다. 사람은 하늘에서 나서 하늘에서 화함을 취하니, 기쁜 기운은 봄에서, 즐거운 기운은 여름에서, 성낸 기운은 가을에서, 슬픈 기운은 겨울에서 취함이 네 기운의 마음이다.
밝은 왕은 기쁨을 바로 하여 봄에 해당시키고, 성냄을 바로 하여 가을에 해당시키며, 즐거움을 바로 하여 여름에 해당시키고, 슬픔을 바로 하여 겨울에 해당시키니, 위아래가 이를 본받아 하늘의 도를 취한다. 봄기운은 사랑(愛)이요, 가을기운은 엄함(嚴)이요, 여름기운은 즐거움(樂)이요, 겨울기운은 슬픔(哀)이다. 사랑의 기운으로 만물을 낳고, 엄한 기운으로 공을 이루며, 즐거운 기운으로 기르고, 슬픈 기운으로 죽음을 마치니, 하늘의 뜻이다. 그러므로 봄기운이 따뜻함은 하늘이 사랑하여 낳는 까닭이요, 가을기운이 서늘함은 하늘이 엄하여 이루는 까닭이며, 여름기운이 따뜻함은 하늘이 즐거워 기르는 까닭이요, 겨울기운이 참은 하늘이 슬퍼 갈무리하는 까닭이다. 봄은 낳음, 여름은 기름, 가을은 거둠, 겨울은 갈무리를 주관한다. 그러므로 사계절의 운행은 부자의 도요, 천지의 뜻은 군신의 마땅함이며, 음양의 이치는 성인의 법이다.
음은 형(刑)의 기운이요 양은 덕(德)의 기운이니, 음은 가을에 시작하고 양은 봄에 시작한다. 그러므로 먼저 사랑하고 뒤에 엄하며, 낳음을 즐기고 마침을 슬퍼함은 하늘의 마땅함이다. 사람은 이를 하늘에서 취하니, 하늘에 본래 이것이 있다. 임금은 생살(生殺)의 자리에 서서 하늘과 더불어 변화의 형세를 함께 잡으니, 만물이 하늘의 화함에 응하지 않음이 없다. 임금이 호오·희로로 습속을 바꿈은 하늘이 따뜻함·서늘함·추위·더위로 초목을 화함과 같으니, 희로가 때에 맞고 마땅하면 한 해가 아름답고, 때 아니게 망령되면 한 해가 나쁘니, 천지와 임금은 하나이다. 그러므로 임금은 호오·희로를 마땅함에 맞은 뒤에 내기를, 따뜻함·서늘함·추위·더위가 반드시 그 때에 맞아 발함과 같이 한다. 이를 깊이 갈무리하여 함부로 발하지 않으면 하늘이라 할 만하다.
원문 전문 보기 (한문)
古之造文者,三畫而連其中,謂之王;三畫者,天地與人也,而連其中者,通其道也,取天地與人之中以為貫,而參通之,非王者庸能當是。是故王者唯天之施,施其時而成之,法其命而循之諸人,法其數而以起事,治其道而以出法,治其志而歸之於仁。仁之美者在於天,天仁也,天覆育萬物,既化而生之,有養而成之,事功無已,終而復始,凡舉歸之以奉人,察於天之意,無窮極之仁也。人之受命於天也,取仁於天而仁也,是故人之受命天之尊,父兄子弟之親,有忠信慈惠之心,有禮義廉讓之行,有是非逆順之治,文理燦然而厚,知廣大有而博,唯人道為可以參天。天常以愛利為意,以養長為事,春秋冬夏皆其用也;王者亦常以愛利天下為意,以安樂一世為事,好惡喜怒而備用也;然而主之好惡喜怒,乃天之春夏秋冬也,其俱暖清寒暑,而以變化成功也;天出此物者,時則歲美,不時則歲惡;人主出此四者,義則世治,不義則世亂,是故治世與美歲同數,亂世與惡歲同數,以此見人理之副天道也。天有寒有暑,夫喜怒哀樂之發,與清暖寒暑其實一貫也,喜氣為暖而當春,怒氣為清而當秋,樂氣為太陽而當夏,哀氣為太陰而當冬,四氣者,天與人所同有也,非人所能蓄也,故可節而不可止也,節之而順,止之而亂。人生於天,而取化於天,喜氣取諸春,樂氣取諸夏,怒氣取諸秋,哀氣取諸冬,四氣之心也。四肢之答各有處,如四時;寒暑不可移,若肢體;肢體移易其處,謂之壬人;寒暑移易其處,謂之敗歲;喜怒移易其處,謂之亂世。明王正喜以當春,正怒以當秋,正樂以當夏,正哀以當冬,上下法此,以取天之道。春氣愛,秋氣嚴,夏氣樂,冬氣哀;愛氣以生物,嚴氣以成功,樂氣以養生,哀氣以喪終,天之志也。是故春氣暖者,天之所以愛而生之,秋氣清者,天之所以嚴以成之,夏氣溫者,天之所以樂而養之,冬氣寒者,天之所以哀而藏之;春主生,夏主養,秋主收,冬主藏;生溉其樂以養,死溉其哀以藏,為人子者也。故四時之行,父子之道也;天地之志,君臣之義也;陰陽之理,聖人之法也。陰,刑氣也,陽,德氣也,陰始於秋,陽始於春,春之為言猶偆偆也,秋之為言猶湫湫也,偆偆者,喜樂之貌也,湫湫者,憂悲之狀也。是故春喜、夏樂、秋憂、冬悲,悲死而樂生,以夏養春,以冬藏秋,大人之志也。是故先愛而後嚴,樂生而哀終,天之當也;而人資諸天,天固有此,然而無所之,如其身而已矣。人主立於生殺之位,與天共持變化之勢,物莫不應天化,天地之化如四時,所好之風出,則為暖氣,而有生於俗;所惡之風出,則為清氣,而有殺於俗;喜則為暑氣,而有養長也;怒則為寒氣,而有閉塞也。人主以好惡喜怒變習俗,而天以暖清寒暑化草木,喜怒時而當,則歲美,不時而妄,則歲惡,天地人主一也。然則人主之好惡喜怒,乃天之暖清寒暑也,不可不審其處而出也,當暑而寒,當寒而暑,必為惡歲矣;人主當喜而怒,當怒而喜,必為亂世矣。是故人主之大守在於謹藏而禁內,使好惡喜怒,必當義乃出,若暖清寒暑之必當其時乃發也,人主掌此而無失,使乃好惡喜怒未嘗差也,如春秋冬夏之未嘗過也,可謂參天矣。深藏此四者而勿使妄發,可謂天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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